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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아비차(老?茶)

해남의 아비찻집

중국해남 오늘은 네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릴 내용은 해남인들만의 특유한 휴식방식의 하나인 아비차 마시기입니다.

-멘트-

올해 60살인 전기예씨는 해구시의 현지인이다. 퇴직 후 그가 매일 가장 즐겁게 보내는 일은 서너명의 친구를 불러 근처에 있는 경도(瓊島)찻집에 가서 함께 아비차를 마시는 일이다. 그의 말이다.

음향1

<우리 세사람은 약속을 하고 왔습니다. 7시 반에 와서 차를 마시고난 후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서 집으로 가 밥을 지어먹습니다. 그리고 오후 두시경에 다시 이곳으로 옵니다.>

간주

경도찻집은 해구시 영산진(靈山鎭)에 있다. 찻집 양옆에는 작은 점포들이 빼곡한데, 전통재봉집, 각종 서민옷과 신발가게, 찻집, 작음 음식점들이 아주 많다.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보아오던 정경을 이곳에서 아주 진실하게 볼수 있다.

경도찻집의 문어구에는 먼지가 꽤 쌓인 텐트가 있으며 텐드 밑에는 4개의 커다란 원탁이 있다. 원탁위에는 서너개의 찻주전자와 일여덟개의 찻잔들이 놓여있고 또 몇접시의 빵이나 과자같은 것이 있다. 원탁마다 7,8명의 사람이 앉아 한담을 하고 있다. 열심히 복권을 연구하고 있는 차객(茶客)들도 간혹 보인다. 장소는 비좁고 손님은 많아 분위기가 한결 시끌벅적하지만 차를 손에 든 종업원들은 용케도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차를 부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경도찻집과 같은 거리찻집을 두고 현지인들은 아비찻집이라고 부른다. 야자의 도시 해구의 크고 작은 거리에는 크고 작은 아비찻집들이 가는 곳마다 널려있다. 아비차는 해남에서 무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다. 중국 사기 연구회 이사이며 해남사범대학 역사학부 장흥길 교수의 말이다.

음향2

<해구 아비차의 출현은 해남 화교의 형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해남 아비차의 출현은 해남의 화교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아편전쟁 이후 아주 많은 화교들이 해남에서 초보적으로 화교군체를 형성했으며 이런 군체는 당시 남양(南洋)지역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해구에 와서 잠시 거처하거나 또는 고향으로 영 돌아왔는데, 이들이 남양의 생활습관을 해구에 가져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차에 설탕을 넣고 있는 장면

그렇다면 아비차의 이름은 어떻게 유래된 것일가? "해구잡지"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지난 세기 70년대 이전 차를 마시는 것은 소비가 높지 않아 장사가 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혁개방이후 일부 상인들이 이런 대중화 차관을 고소비형으로 전환시키면서 찻집도 더욱 호화스럽게 꾸몄다. 따라서 일반 백성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머리가 좋은 어떤 상인들이 예전의 대중화 차문화를 회복하면서 찻집은 다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로부터 정식으로 "아비차"란 이름이 생겨났는데, 그 의미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일반인들이 모두 마실수 있는 차라는 뜻이다.

내륙 도시의 찻집과 다른 점이라면, 해구 아비찻집을 찾은 손님들은 품질이 뛰어난 용정차같은 차를 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달콤한 맛이 나는 커피나, 우유차, 홍차, 레몬차 등을 즐겨 마시며 차를 마실때도 설탕을 넣는다. 해남의 그 어느 찻집에서도 차 한주전자에 땅콩 한접시 또는 과자나 빵 한접시를 시킨 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주인은 결코 짜증을 내지 않는다. 종업원들은 손님들 사이를 분주히 누비면서 때로는 차물을 부어주고 때로는 간식거리를 가져다주면서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대한다. 장흥길 교수의 분석을 들어본다.

음향3

<아비차가 그냥 발전해온 주요 원인은 현지 문화와도 연관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비차의 가장 큰 특색은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적은 돈을 쓰고 친구들과 함께 오래동안 한담을 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구시 경산구에 있는 한 거리에는 "성중(城中)찻집"이란 아비찻집이 있다. 이 찻집의 구도는 경도찻집과 비슷한데 문어구에는 큰 홰나무가 있다. 홰나무 아래에는 네개의 큰 원탁이 있는데 그 어느때나 손님들이 꽉 차 있다. 찻집문을 열고 들어서면 문옆에 있는 궤짝이 보이는데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정교한 간식거리들이 있으며, 궤짝옆에는 또 화로가 있는데 화로위에 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 구미를 당긴다. 찻집의 종업은 이천자씨는, 해남인들은 차를 마신다고 하지 않고 차를 먹는다고 한다면서, 찻집에는 차뿐만 아니라 아주 맛있는 간식거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음향4

<찻집에는 찐빵, 콩소를 넣은 빵을 비롯해 아주 많은 종류의 빵이 있습니다. 그리고 카레, 토란, 우각(牛角) 등도 있습니다. 이 찐방은 아침에 찐 것입니다. >

간주

이른바 "차를 먹는다"는 것은 아비차집에서는 차보다도 다양한 간식거리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찻집을 가도 맛있는 간식거리들이 많으며 짠맛의 해남 분식이 있는가 하면 단맛의 커피, 우유차, 각종 빵과 떡들이 있다. 심지어는 고구마탕, 쭝즈, 군만두 등도 있다. 아비찻집에서 이런 간식거리들을 한가지씩 다 맛보려면 하루종일 있어야 할 것이다. 아비차는 비록 환경은 소박하지만 먹거리의 종류가 많아서 부동한 입맛을 가진 손님들을 걱정않고 접대할수 있다. 찻집마다가 마치도 먹거리가에 온듯하며, 가격 또한 아주 저렴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해남 아비차는 "해남식 휴식문화"로, 가는 곳마다 아버지, 어머니같은 사람들이 삼삼아오 모여 차를 마시면서 한담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갈수록 노령화사회가 되어가는 현시대에, 아비찻집은 노인들의 적막함을 달랠 수 있는 더없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장흥길 교수의 말이다.

음향5

<아비차문화는 당연히 노인들의 생활습관과 연관이 큽니다. 노인들은 평소 여가시간이 많기 때문에 함께 모여 한담하면서 예전의 일들을 추억하고 남양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노인들이 많은데 이 또 역시 노인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주

장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해구 아비차는 일반 시민들의 생활속에 깊숙히 뿌리내렸으며 일반 백성들의 생활 일부분으로 되었다. 때문에 아비차의 생명력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한층 제고되면서 오락 휴가방식도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는만큼, 젊은이들은 그래도 인터넷게임이나 채팅, 바문화 같은 것들을 즐기며 아비차문화는 상대적으로 그들에게 있어서 생소한 편이다.

해남인들의 아비차문화는 세속의 물욕을 버린 느긋함이며 일종의 달인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비찻집의 모든 정경들은 관광명소로 유명한 이 열대섬 시민들의 소박한 생활모습에 대한 스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