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8 17:20:11 | cri |
(사진설명: 아름다운 구거유적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 9중 세번째인 구거(古格)유적지는 신비하게 사라진 문명의 땅이다. 찬란한 구거문명과 십만여명에 달하는 구거인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무너진 옛터만이 남아 티베트의 많은 비밀 중 한 가지를 품고 있다.
구거왕국은 티베트를 통일한 토번왕국이 무너진 후 왕실의 자손이 토번의 서쪽 지역 아리(阿里)에 세운 정권으로 번성기에는 아리지역 전체를 관할하기도 했다.
(사진설명: 구거유적지 일각)
사서에 의하면 서기 843년에 토번왕이 불교를 멸하면서 왕실의 내란을 유발했고 그로부터 토번왕국이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 그 중 불교를 수호하는 왕실의 자손들이 난을 피해 아리에 이르러 10세기경에 구거왕국을 세웠다.
10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7백여년동안 구거왕국은 티베트의 서부에 위치한 아리에서 불교를 선양하고 외적에 맞서면서 토번왕이 무너진 후 티베트 역사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설명: 구거유적지로 가는 길)
고거유적지로 가려면 대부분 날이 어둑어둑 할 때 출발한다. 달리는 차창에 기대어 바라보면 길가의 언덕은 어둠속에서 흉물스러운 괴물을 방불케 하는데 자동차의 불빛은 날카로운 칼처럼 어둠을 찢는다.
최초로 구거유적지를 찾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불원천리 찾아와 구거문명의 매력에 빠지고 사라진 구거문명을 위해 슬퍼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
(사진설명: 아침놀의 구거유적지)
그러는 중에 저 앞에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화면이 진실로 펼쳐진다. 높고 낮은 흙담들이 산세를 따라 손에 손잡고 붉은 지붕에 하얀 외벽의 궁궐을 떠받들고 있다. 첩첩한 흙담속에 안긴 구거는 그토록 안온하고 그러면서도 슬퍼보인다.
태양이 떠올라 따뜻한 햇빛이 서서히 비추자 황금색의 성은 화려한 빛을 뿌린다. 푸른 하늘에는 새 한 마리 없어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태양을 맞이하는 구거는 고요하면서도 꿋꿋해보인다.
(사진설명: 구거유적지의 일각)
구거의 문지기를 따라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가면 문지기가 잠자는 대궐의 문을 열때마다 그 문은 마치 역사로 통하는 교량처럼 느껴진다. 그 교량에 올라서면 벽체에 가득한 벽화와 붉고 노란 색상이 역사속에서 뛰쳐나와 눈을 어지럽힌다.
혹은 근엄한 불조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혹은 날씬한 몸매의 여인이 나타나기도 하며 먹거리를 파는 서민이나 얼굴을 일그러뜨린 호법신이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일부 건물은 창 하나 내지 않아서 건물내부가 어둠속에 잠겨 있고 일부는 천정에 난 조그마한 채광구멍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마침 불단의 불조를 비추기도 한다.
머리를 약간 숙인 불조의 얼굴에는 자상한 미소가 어려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하고 지혜로운 불조를 느낄수 있다.
구거의 성은 미궁을 방불케 한다. 꼬불꼬불하고 어두운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면 높고 낮은 담벽들이 어디서 본듯 하지만 출구는 도저히 나타나지 않는다.
출구찾기를 체념하고 머리를 숙이면 천여년전 이 골목으로 구거왕국의 법왕이 다니고 스님이 오갔으며 채소바구니를 든 여인과 갑옷을 입은 무사, 심지어 구거왕도 지나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설명: 구거유적지의 건물)
구거의 임금은 불조의 부름을 받고 자신의 국민들을 도탄속에서 헤어나오게 하고자 저항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처마밑에서 삼백여년을 기다려온 저 풍경도 돌아올 영혼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오늘날 구거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고 우짖는 새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스님들의 좌선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삼백년전 구거의 역사가 마무리되고 구거의 문명이 신비롭게 사라졌던 것이다.
(사진설명: 멀리서 본 구거유적지)
사라진 구거왕국의 비밀은 지금도 풀리지 않아 많은 역사학자들의 추측을 유발한다. 그로 인해 구거유적지는 오늘날 고고학자의 학교이고 촬영가의 모델이며 관광객의 꿈이다.
구거의 푸른 하늘은 씻은 든 맑고 구거의 벼랑은 붉은 아침놀의 세례를 받는다. 그 장면을 보면 뭇 영웅을 거느리고 이 세상을 내려다 보는 구거왕국의 웅장한 기세가 느껴진다.
구거의 고요한 오솔길에는 이름없는 들꽃이 피어나 감회를 자아낸다. 찬란했던 구거왕국은 저 멀리 사라졌지만 볼잘것없는 이 들꽃은 변함없이 피어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세월속에서는 모두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고 사라진 다음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라진 구거왕국에 대한 슬픔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구거는 사라졌지만 구거의 정신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구거유적지 입구)
설명:
구거유적지가 위치한 자다(扎達)는 해발고가 그렇게 높지 않아 고산반응이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언덕을 오를때 천천히 오르면서 체력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
숙박에 까다롭지 않을 경우 구거유적지 문지기의 집에서 1박하는 것도 생각할수 있다. 구거의 밤은 한낮의 구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구거왕국을 느끼게 한다.
위치: 티베트 자치구 아리(阿理, A'li)지역
교통: 구거유적지는 티베트 아리지역 자다(扎達, Zhada)에서 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자다에서 차량을 대절해 이동할수도 있고 지나가는 짚차를 세워 타고 가도 되지만 사전에 요금을 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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