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녹리)

내가 두번째로 소주를 다녀온 것은 5년전 추석이었다. 손자(孫子)병법 국제 세미나 참가차로 태호(太湖) 동산(東山)섬에 머물었다. 숙소의 창가에 기대 밖을 보니 태호가 한 눈에 안겨들어 저도 모르게 문을 나서 태호 가까이로 찻아 갔다. 은빛이 반짝이는 호수에는 맑은 물결이 찰랑이고 점점의 흰 돛을 단 배들이 시야 저쪽으로 움직이고 저 멀리에서는 서산이 보일듯 말듯 했다. 태호기슭을 따라 몇 발자국 걸으니 강희(康熙, Kangxi)제가 두번이나 올랐다는 부두가 보였다. 지금은 나붓기던 어제의 깃발은 없지만 그 때의 모습은 머리에 떠올랐다. 거기다가 태호의 아름다움은 정말로 내가 머리속으로 그리던 바였다. 그리고 끝없이 무궁무진한 계수나무의 향까지 다가와 나를 어쩔바를 모르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향은 담담하고, 가볍고, 부드러워 호흡에 지장이 없고 또 그 향을 마시면서도 머리속이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생각이 맑아져 더할나위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회의기간에 우리는 궁륭산(穹隆山)에도 다녀왔다. 과거 손자가 전란을 피해 소주에 와서 바로 이 곳에 은닉해 살면서 불후의 저서 <손자병법>을 펴서 전략전술의 사상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궁륭산에는 단아하고 소박한 손무원(孫武苑)이 있었지만 자욱한 운무속에서 병가의 성인은 볼수만 있지 가까이 할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미 있는 것은 두번째로 소주를 다녀오고나서 나는 병서를 놓고 퇴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