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풍교와 배)

나는 지난해 가을에 세번째로 소주를 찾아갔다. 그 때는 애들을 데리고 순전한 관광차로 갔던 것이다. 우리는 먼저 녹리(Luli)에 갔다. 녹리진입구에는 외뿔을 떠인 석상 "녹서(Lu瑞)"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녹서는 정의의 화신이라고 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녹리는 과거의 모양을 아직도 갖추고 있었고 건물들이 낡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소박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강물이 도시를 관통하고 양안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블루색의 꽃이 새겨진 의상을 차려입은 여인이 검은 지붕을 한 배를 저어 강물위를 유유히 떠다녔다. 배를 타고 풍교(楓橋)에 이르니 하늘이 흐려오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강물과 다리사이를 지나고 정자와 긴 복도를 경유하고 한산사(寒山寺)의 유연한 종소리와 어울렸다가 우리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애들의 글 읽는 소리와 강물위를 오가는 선박의 엔진소리가 간간히 다가오는 계수나무의 향과 함께 들려와 시공간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밤에 우리는 소주의 야시장에 파묻혀 찬란한 불빛아래서 소주의 특미를 맛 보고 소주인을 보면서 소주의 말을 들었다.

(사진설명: 태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