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무이산의 안개)

찬 물속에 손을 넣으니 시원한 기운이 손끝을 통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한 순간에 몸속의 혼탁한 기운이 체외로 빠져나와 정신이 상쾌해졌다. 물이 너무도 맑아 머리칼같이 가는 물속의 수초가 하늘거리는 모습이 똑똑히 보이고 물밑의 모래알 색갈이 환하게 보이고 깊이를 알수 없는 담소의 푸름도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맑아 거울같다. 산은 이 거울을 보며 얼굴을 다듬고 사람들은 이 거울을 보며 경관을 찾는다. 서리 낀 아침, 해가 동쪽 하늘에 떠오르니 시냇물은 안개를 토하며 꿈속같이 자주빛을 발산한다.

무이산의 구름은 동굴에서 나와 산 허리를 감돈다. 구름과 산체가 연결된 곳에는 연한 자주빛의 스카프가 보일듯 말듯 하다. 구름이 산정으로 올라가면 산봉의 들풀은 선녀의 발에 밟힌듯 몸을 떤다. 이런 구름이 하나로 뭉치면 바람도 통하지 않아 아무리 쳐다보아도 그 구름건너의 경관이 보이지 않는다. 산과 산사이를 오가는 구름속에서 보이는 것이란 어렴풋하고 차디찬 안개뿐이다. 호흡을 멈추고 안개속에 머물어 있으면 샘물의 흐느낌 소리와 바람의 잔소리가 가까워 졌다가 멀어지군 한다. 거기에 난초의 향이 함께 스며들어 마음속을 향긋하게 해준다. 그 향을 따라 난을 찾아도 난의 모습은 없고 향기만 있어 "꽃 하나는 한 세상이요, 나무 한 그루는 한 보리수이라"는 신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무이산의 사계절은 서로 다른데 나는 사계절 끝의 무이산을 내 마음의 중앙에 꽉 박아두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