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하는 먼 곳에서 오는 가족을 반기는 소녀처럼 저 멀리서부터 나를 기다렸다. 나를 보더니 기쁨에 팔딱이며 흰 물보라를 날리며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이끌고 집으로 가자고 하는 듯 했다…

경하의 손길에 끌려 나는 어느새 육반산(六盤山)에 들어섰다. 이 때의 경하는 벌써 나와 익숙해졌는지 육반산 산세를 따라 혹은 내 눈앞에서 달리고 혹은 수풀속에 몸을 숨기고 혹은 산뒤로 달아나며 나와 숨박꼭질을 했다.

그러다가 집문앞에 이르자 경하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자동차에서 내려 골짜기에 들어서니 키높은 수목이 하늘을 가리고 물가에 뻗은 산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길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조용해져 마지막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우리들의 숨소리만 남고 다른 소리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