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웅 약력
1951년 7월 연길시 출생.
1978년 연변대학 입학,
1991년 박사학위 취득.
현재 연변대학 교수, 박사 지도교수.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십 여권의 학술저서, 소설집, 수필집, 번역서 출간.
kuanxiong@hanmail.net
http://www2.yb.jl.cn/woori
벼슬살이의 맛
김관웅
나는 벼슬 복이 없다. 벼슬은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 그러나 나는 관청의 내막과 벼슬살이의 맛이 구경 어떠한지 무척 알고 싶다. 마치도 무지렁이 노총각이 길가에서 미모의 처녀를 향해 자꾸 곁눈질을 하듯이 자기와 인연이 없을수록 호기심이 동하게 되는 것도 아마 인간의 상정이리라. 그래서 요즘에는 여름방학을 리용해 오경재(吳敬梓, 1701~1754)의 《유림외사(儒林外史)》의 번역을 시작했다.
인생에는 남북으로 갈림길 많고
장상(將相)이나 신선(神仙)들도
원래는 범인(凡人)들이라네.
백대(百代)의 흥망은 조석(朝夕)이 바뀌는 것 같고
세찬 강바람 전조(前朝)의 고목 넘어뜨리네.
부귀공명은 뜬 구름 같아
모든 심혈 다 기울여도
애오라지 세월을 허송할 뿐
탁주 석 잔에 거나히 취할 제
낙화유수는 어디로 흘러 흐르려나
이 사(詞) 역시 나이 든 서생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평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생의 부귀공명이란 본디 사람의 몸 밖의 것임을 설파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부귀공명이 눈앞에 보이면 모두 목숨을 내걸고 그것을 잡으려고 아득바득한다. 일단 그것이 손에 잡히고 보면 그 맛은 초를 씹듯 하다.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누가 이를 꿰뚫어 보았던가!
《유림외사》는 이렇듯 허두를 뗀다. 번역하면서 읽어 내려가노라니 주로는 벼슬살이를 하기 위한 후보관원-유생들이 관청에 들어가기 위한 평생의 비참함 몸부림, 그리고 벼슬길에 오른 후의 벼슬아치들의 정계에서의 암투와 그 검은 내막을 주로 묘사했음을 알게 되였다. 바로 우에서 인용한 《부귀공명은 부질없는 것 / 모든 심혈 다 기울여도 / 애오라지 세월을 허송할 뿐》임을 그 주제로 내세운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벼슬살이의 그 맛을 알고 싶었다. 그것도 옛날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에서 우리네 부모관(父母官)들이 벼슬살이를 하는 그 맛을 간접적이라도 알고 싶었다. 물론 남이 씹어주는 떡은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는 말이다.
그러던 중에 장춘 서점에서 왕몽의 자서전 《半生多事》(제1부), 《大塊文章》(제2부)를 사서 읽으면서 비록 남이 씹어주는 떡이기는 하지만 왕몽의 자술을 통해 벼슬살이를 하는 그 맛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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