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원산 출생 (1916-2001)
중국황포군관학교 졸업
중국공산당 당원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
"격정시대", "최후의 분대장", "20세기의 신화"등 저서를 남겼다.
장기쪽 인생
50∼60년대 《연변문학》의 편집인이였던 김창석(金暢?). 그는 장기를 몹시 즐기는 사람이였다. 몹시 즐긴다고는 해도 장기를 제 손으로 직접 두는건 아니였다. 그가 제 손으로 장기 두는걸 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가 즐기는건 옆에 붙어서서 훈수를 드는것이였다. 말하자면 《훈수전문가》, 그도 《열광적인 훈수전문가》였던 것이다. ―세상에 별난 사람도 다 많지! 괴이히들 여기실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사실은 그러했다.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것 같기도 한 무슨 그런 심리상태였었나보다.
내기장기
내기장기에 훈수는 금기(禁忌)다. 하지만 훈수군들, 특히 벽(癖)이 있는 훈수군들은 손이 자꾸 근질거려 참아내기가 조련찮은 모양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참다 못해 《에이 참!》하고 쌈지에서 10전짜리 백통전 한잎을 꺼내던지며 《아 그 말(馬) 거저 떼우잖아!》하고 소래기를 지른 훈수군이, 전에 정말로 우리 동네에 있었다.
그는 판돈 10전을 대신 물어주면서라도 훈수는 들어야 직성이 풀렸던 것이다. 닭알 한알에 1전2리 하던 세월이였으니까, 10전은 웬만큼 속이 달지 않고서는 쾌척(시원스럽게 내던짐)을 하기가 쉽지 않은 액수(돈머리)였다. 1953가을, 이른바 《생활을 체험한다》며, 소영촌(지금의 小營鄕)에 몇달간 내려가있었을 때의 일이다. 심심풀이로 그곳 약국집 한의사와 장기를 한판 어울러보았더니 나따위는 애당초에 어림도 없었다. 그야말로 《차포잡이》였다. 한판을 보기좋게 지고나니 약이 오르는지라.
(요놈의 첨지, 어디 한번 좀 견뎌봐라.) 속으로 벼르면서, 다음 판에는 렴치를 불고하고 마구 꼼수(째째한 잔꾀)를 썼다. 그렇게 해 엉터리로 이기고나서 기분이 좋은김에 《제가 꼼수 쓰는거 모르셨죠?》조롱하듯 한번 물어보았더니, 의뭉스런 늙은이가 시물시물 웃으며 《왜요, 다 알고있었습니다.》 실토를 해, 우리는 한바탕 박장대소를 했다.
멱이나 겨우 아는 주제에 분수없이 장기이야기를 너무 장황스레 늘어놓았다. 《장마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냐》는 꾸지람을 듣기전에 얼른 말머리를 돌리기로 하자. 말이란것도 그렇고 글이란것도 그렇다. 괜히 질질 끌어서 오뉴월 소불알 늘어지듯하는건, 어쨌거나 다 재미가 적은 법이다. 콩트를 단편으로 늘이고, 단편은 중편으로, 그리고 중편은 장편으로 늘이는 따위 《늘이기바람》이 성풍한다는 소리가, 이즈음 심심찮게 들려오군 한다. 딱히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장마도깨비》가 어찌고 《오뉴월 무슨 불알》이 저찌고 하는 따위 부정적인 소리를 듣지 않게시리 좀 조심들할 필요는 있을것 같다. 이 세상에서 말을 길게 하고 해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 누구일가.
미국의 제9대 대통령 해리슨(1773∼1841)이 바로 그 사람이 아닐가싶다. 여느 대통령들은 취임사를 10∼20분 정도로 짧게 하는게 통례였다. 하건만 해리슨대통령께서는 꼭 해야 하실 말씀이 잔뜩 밀려셨던 모양으로 근(近) 2시간에 걸친 장광설(長廣舌)로 그 취임식을 빛내셨다. 그도 진눈까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 모자도 외투도 다 벗어놓으신채로말이다. 그 결과 신임대통령께서는 페염에 걸리셔가지고 꼬박 한달동안을 앓기만하시다가 약석(藥石)의 보람도 없이 그대로 세상을 뜨시고마셨다.
그러니까 재임기간(在任期間) 1개월에 집무시간(執務時間)은 령(零). 아무 일도 안하고 퇴임을 한, 미국사상 유일의 대통령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게 아무도 듣고있지 않는(듣고있는체만하는) 무슨 사업보고따위를, 3시간씩 4시간씩 진력이 나도록 늘어놓다가,《집무시간 령》으로 저승행차를 하지 않을라거든―다들 좀 삼가는게 좋겠다.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