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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늙으막 글농사
2009-01-22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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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란

나는 속에 든것이 없는 자기를 지금처럼 느껴 본적이 없었다. 그것은 아마 퇴직한지도 이슥한 칠순에 와서야 인생의 이모작으로 글농사를 짓기 시작해서부터이다.

어렸을 적에 나는 로인님들을 보면서 저 분들은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겠으니 얼마나 좋으랴고 부러워하였다. 그런데 정작 자기도 늙고보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모를것이 더 많아지는것 같고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처사들로 해서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다 몇해전부터는 젊었을 때의 꿈을 펴보려고 붓대까지 들고보니 갈수록 심산이라고 걸음마다에서 속이 텅 빈 자기를 원망하고 한탄하게 된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은 늙어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한다는 속담이 생겼나보다.

이전에 나는 자기의 학식에 대해 은근히 자족하였다. 늙은이치고 그만 하면 괜찮지! 그래서 자별한 친구 한분이 몇해전에 벌써 성로간부대학 초생장정을 가져다 주면서 함께 다녀보지 않겠느냐는 의향을 내비쳤다. 그때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건 대학문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한뉘 원을 푸느라고 하는 노릇이지 이미 대학문을 나온 사람이야 무슨 고생을 또 사서 하랴...

후회는 때늦게 찾아온다더니 이제 와서야 그때부터 문학의 재벌공부를 시작하지 못한것이 후회막급이였다.

인생이란 참으로 야릇하다. 많은 일들에서 제때 깨우치지 못하고 에돌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지어 수렁창에 빠지고 나락에 떨어져 보기도 한다. 그래서 피가 터지고 팔다리가 분질러지고 지어 목숨까지 바쳐서야 겨우 깨닫게 되니 인간이란 워낙 지구상의 령물이 아니라 둔한인가보다.

글을 쓴다는것은 기실은 인생을 쓰는것이요, 인간의 희로애락의 이야기와 마음을 적어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그 무엇인가를 깨우쳐주어 삶의 길에서 자라나도록 밑거름으로라도 되여주고싶은 충동과 념원이 안받침되여있으리라.

심금을 울려주는 글은 그 내용의 진실성과 심각성에 있다고 여겨진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하는 소설이 한패 또 한패의 젊은 세대들을 격려하였음은 오스뜨롭스끼가 자기의 인생경력으로 조국의 위업에 청춘의 모든것을 이바지한 심각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박선석의 장편소설《쓴웃음》도 그이가 농민생활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던들 어찌 농촌의 실생활을 그토록 생생하고 재치있게 그려낼수 있었으랴.

프랑스의 작가이며 음악학자인 로만.롤랑은 《남의 마음에 해빛을 뿌려주려면 자기 마음속에 먼저 해빛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해빛이란 바로 깨끗한 마음과 앙양된 정서, 해박한 지식이 아닐가고 제 나름대로 해석해본다. 그럴진대 글을 쓰는 사람은 우선 인간수양을 갖추어야 하고 또 다양한 소재에 상관되는 지식도 깊이 알아야 하겠으니 재벌공부를 곱씹어 하지 않고서야 어찌 되랴.

그런 절박감에 모대기며 나도 근년에 와서야 텅 빈 지식창고에 여러 가지 상식적인것이라도 보이는 족족 주어넣느라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있다. 사상수양에 이어진 책도 읽어보고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도 읽어본다. 잡지도 신문도 읽어본다. 《길림신문》에서, 《장춘석간》에서 필요한 자료들은 다 베여서 스크랩 북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한국의 텔레비죤을 보면서 좋은 내용, 아름답고 순수한 언어, 처음 듣는 명사...등을 적어가며 배운다. 나는 막내딸집 광주에 갔을 때도, 대련의 아들집에 갔을 때도 어디서나 유용한 책이나 자료들을 보면 사거나 필기하거나 베여서 가져왔다. 나는 서점에도 잘 드나든다. 늙었지만 필요한 책들을 사들인다. 유감스러운 점은 장춘에 조선문서점이 없는것이다. 퇴직한 나에게 책이 뭐 그리 쓸모가 있으랴싶어서 연길에서 장춘으로 이사를 올 때 많은 책들을 아까운줄 모르고 처리해버렸다. 그리고 약간의 사전류와 필수서적 몇권만을 댕그렇게 가져왔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책궤 세개를 사서 채웠다. 물론 그 안의 책들을 다 읽어본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수시로 꺼내 볼수 있어 참으로 편리하다. 나는 나에게 책들을 선물하신 분들에게 그지없는 감격을 느낀다.

책에서 나는 많은것들을 배우고 계발도 받았다. 책과 신문은 사람들에게 지혜를 길러주고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쳐주며 새로운 인생길을 펼쳐주기도 한다. 책은 우리 시대의 생명이다. 물론 나는 한쪽으로 책을 읽고 한쪽으로 그 내용을 잊어먹기도 하지만...

올해부터 나는 성로간부대학 전자풍금학습반에 다니며 도레미를 배우고있다. 이것은 내가 쓴 그닥지 않은 가사에 정성껏 작곡을 해서 보내주신 고마운 작곡가님들의 곡을 당장에 쳐 보고싶은 심정에서이다.

길림성로간부대학에는 지금 근 6천명의 학원이 있는데 그중 년세가 높으신 분은 92세, 이름은 리광, 이 학교에 다닌 학령만 20년, 리직전에는 중국과학원 장춘광학정밀기계연구소의 당위서기였다. 수리화를 전공하였던 그이는 지금 시사연구반에 다니면서 격정에 넘치는 숱한 시가작품들을 창작하여 바야흐로 개인 시집출판을 다그치는 중이라고 한다. 지식에 대한 고차원의 추구와 삶의 질과 내용을 높이고 풍부히 하려는 로인님들의 재벌공부열에 숙연히 머리숙이게 된다.

조선족문단에서 작가선생님들은 가련한 지경의 원고료를 보고 글을 쓰는것도 아니고 명예나 지위를 보고 하는 일도 아니다. 돈이나 명예, 지위를 엿보았더라면 금전만능의 세속속에서 그이들은 진작 장사길에 나섰으리라.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평론을 쓰시는 분들 거의다가 민족문화에 대한 높은 사명감과 떼여버릴수 없는 문학애호에 붙잡혀 붓을 놓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의 글을 보면서 그의 손에서는 글이 술술 나오는줄로 여기고있다. 천재가 아닌 이상 글창작은 고역이 아닐수 없다. 명작밑에는 수년, 수십년, 지어는 한생을 바쳐간 고달픈 수정고가 깔개밑에 두텁게 깔려있더라고 한다.

기실 창작과정은 모 방면에 대한 작자의 재학습, 재인식, 재제고, 재정리, 재승화의 고달픈 과정이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사는 이런 고역을 성스럽게 여기고 달갑게 떠메고 나가는 문인대오의 피타는 로고로 해서 한결 더 밝아지고 부드럽고 오색령롱해지는것이 아닐가!

먹을 갈고 갈면 윤기가 반지르르한 까만 먹물에서 먹향이 풍겨나오듯이 우리 마음과 글도 다듬고 다듬어야 그 글에서 사람의 마음을 끄당기는 짙은 인향이 풍겨나오리라.

인생길에서 나는 가물거리는 초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초행길을 걷는 이들에게 반디불로라도 되여주고싶어 저물어가는 어스름을 몰아가며 개미처럼 부지런히 손발을 놀려본다.

새벽에 일어나서 동이 트는 새날을 맞는것도 신선하고 황홀하겠지만 짙어가는 어둠속에서 새날을 맞이하는것도 성스럽고 벅찬 일로 되지 않을런지...

정녕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또 사람을 만들어가니 이 세상 아름답기 그지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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