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명건설의 모범으로 널리 소개될수 있는 이야기 주인공이 돈을 요구했다면 성격이 달라진다. 모범은 고사하고 보도기사로도 나가지 못한다. 사람 구하고 이름 한자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던가 혹은 인간으로서 응당 해야할 일을 했다고 하면서 사례금을 거절했다면 기사거리다. 그런데 사람 구하고 돈을 요구했다면 좋은 일하고도 도리어 질책을 받을수 있는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돈을 요구했으면 기사로 나갈수 없지…》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지금 선생님은 제가 돈을 요구했다고 실망하는 눈친데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하는 사람들하고는 역시 돈으로 자기가 치른 대가를 받아내야 합니다. 돈을 받지 않으면 그날 절 욕한 그 녀석의 말처럼 차려진것도 찾아먹지못하는 반편같은 사람으로 취급받을게 아닙니까. 그리고 저같은 떠돌이가 신문에 덩그렇게 실려봤댔자 봐줄 사람도 없는게고 또 사실 지금 전 돈이 필요합니다.》
나는 더 할말이 없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김종환이 깰때까지 나는 말없이 창밖만 내다봤다.
《오직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제가 개입된 일이 나중에 가서 돈으로 결산된것이 제탓으로만 볼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대답대신 내가 칼럼에 인용했던 맹자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인간이 인의의 마음을 잃게되면 산의 나무가 도끼에 의해 몽땅 잘려나가는것과 마찬가지다. 나무가 몽땅 도끼에 잘려서 숲이 무성했던 산이 그 아름다움을 잃고 벌거숭이 황폐한 산이 되듯이 인간은 인의의 마음을 잃으면 인간의 아름다움이 없어진다.》
6월의 첫 일요일.
나는 북경에서 가까이 보내고 있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낚시하러 옥연담 공원으로 갔다. 올해 여름더위가 일찍이 닥치어 6월의 날씨가 가장 더운 7,8월의 날씨와 비슷했다. 낚시질이 허용이 된 못가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앉아 있노라니 찌는듯한 더위에 온몸이 물참봉이 되었다. 이런 날 낚시질은 향수가 아니라 고역이다. 호수물에 시원히 몸을 담그고 싶었다. 원체 낚시광이 아닌 나는 낚시질에 여념이 없는 친구들을 떠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수영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선 갈한 목부터 축이고 싶어 호수가에서 음료수를 팔고 있는 한 젊은이한테로 다가갔다. 음료수를 파는 그 젊은이는 더워선지 몸에 수영팬티만 걸쳤다. 온몸이 볕에 타서 감실감실했다.
《음료수 한병…》
젊은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했다. 김종환이였다.
《선생님…》
《여기서…》
《보다시피 음료수를 팔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한달 정도 됐습니다. 더우신데 물에 들어갑시다.》
김종환은 발가벗은 10살 되나마나한 어린이한테 음료수병을 담은 상자를 맡기고는 나와 함께 호수물에 들어섰다.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둘은 호수물에 목만 내민채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에 몇병정도 파나?》
《둬상자 정도나 될까요. 그저 음료수를 파는 흉내나 낼뿐입니다. 수영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수영이나 배워주고…》
《그럼 수영교련이 됐다는 얘긴데…》
《허가증도 없습니다. 이곳 자체가 수영이 금지된 곳이니까요.》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걸보니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구만.》
《있는데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올해같은 이 더위에 더워죽겠다고 아우성치며 밀려드는데 어떻게 막아내겠습니까.》
《수영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은가?》
《별로 없습니다.》
《그럼 수입이 시원찮겠네?》
《음료수 팔고 수영배워주는것으로 입에 풀칠은 할만합니다.》
이때 아까 김종환이 음료수상자를 맡겼던 발가벗은 어린이가 김종환을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 저기 한사람이 물에 빠진것 같아요.》
아이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수심이 깊은 곳에서 한사람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김종환이 그 사람을 향해 헤염쳐갔다. 자유영이였는데 그 자세가 멋져보였고 속도 또한 빨랐다. 마치도 물우로 물매미가 미끄러져 가는것 같았다. 김종환은 물에 빠진 사람의 목을 뒤로 한팔로 감아쥐더니 힘들지않게 호수가로 헤엄쳐 나왔다. 물에 빠졌던 사람은 배가 크게 나온 중년이였다. 사람들이 몰려왔다.
중년 사나이는 별로 물을 먹지않았는지 몇번 구역질을 하더니 일어나 앉았다. 그는 한참 멍하니 앉아있다가 이윽고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었다. 옷을 다 입은 중년사나이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손에 쥐우는대로 지폐를 꺼내 김종환에게 주면서 재삼 감사하다는 말을 곱씹었다.
김종환은 마치 꿔준 돈을 받는 사람마냥 유유한 표정으로 지폐를 받아 수영팬티에 달린 호주머니에 꾸겨넣는것이였다.
구경군들중 김종환이와 구면이듯한 한 청년이 김종환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오늘 마수걸이가 괜찮군그래. 저녁에 한턱 내야겠군.》
김종환은 그저 씩 웃어보였다
나는 별로 못볼것을 본듯한 느낌이였다. 김종환이 음료수 한병을 들고 나한테로 다가왔다.
《오늘 같은 일이 자주 생기나?》
《가끔씩 생깁니다.》
《그럴때마다 자넨 돈을 받나?》
《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는걸 받을뿐입니다. 때론 텔레비죤이나 사진기같은 물건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수입이 아주 짭짤할것 같은데…》
《음료수 팔기보다는 낫지요.》
《물에 빠진 사람이 많을수록 좋겠구만》
나는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김종환은 괴이치 않았다.
《사람마다 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잖습니까. 선생님은 배운 지식으로 살아가지만 저야 배운게라곤 수영밖에 없으니 그 재간으로 살아가는겁니다.》
《이제보니 자넨 물에 빠져 살겠다고 짚오래기라도 쥐려고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그런 사람이 된것같구만.》
《학수고대라는건 무슨 뜻입니까?》
학수고대란 단어의 뜻도 모르는 녀석이다.
《학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 기다린다는 뜻이야.》
저도모르게 반말이 나갔다.
《저한테 그런 알아듣지 못할 고상한 말을 쓰지 마십시오. 먹물이 들지않는 저에겐 그런 얘기는 먹히지 않습니다. 보시다싶이 이곳은 수영장처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수상구조인원이 없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의무구조대원인 셈이지요. 사람을 구하는 수상구조전문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때문에 제가 하는 일도 수상구조전문호가 벌인 일종의 사업으로 리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장경제시대에 별의별 회사며 전문호가 소털같이 많다하지만 《수상구조전문호》란 말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사업중에서도 가장 신성한 사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품을 노리고 하는것도 신성한 사업인가?》
《금품은 내가 생명을 구한 사례금일뿐입니다. 아니지요. 사례금인것이 아니라 저에게 주는 보수지요. 말하자면 선생님이 받는 로임과 같은겁니다.》
나는 입이 쓰거워나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김종환이 한마디 덧붙였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할수 있는 일이 따로 있고 또 할수 없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만약 지금 한사람이 물에 빠졌다고 할 때 선생님께서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사람을 구하러 선뜻이 물에 뛰여들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하시는 일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면 저는 나름대로 저의 재간에 알맞은 일을 하면서 자기 존재를 실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날 나는 김종환의 말이 채 끝나기전에 자리를 떴다. 어쩐지 삭막한 기분이였다.
이튿날 출근해서 김종환이 하고 있는 일, 말하자면 《특수한 직업》에 대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후배 기자들에게 말했더니 생각밖에도 후배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새로운 신생사물》이라고 흥분했다.
《신생사물 좋아하네. 생전 듣지못한 명칭을 내걸면 다 신생사물인가. 내보기엔 김종환이 하는 일은 인젠 인도주의적인 차원을 떠나서 영리를 목적으로한 일종의 장사거래에 불과하다고 보네.》
나의 이말은 후배기자들의 《집단폭격》을 받았다.
《선배님, 지금 선배님은 남을 위한 일, 말하자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대공무사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시각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지금 시대에 다른 시각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시각이라니?》
《례들면 김종환에 대한 시각입니다. 하긴 그를 60년대의 뢰봉식의 영웅, 구양해식의 영웅으로 볼수는 없지만 사경에 처한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에서는 그도 역시 영웅입니다.》
《영웅이란 신성한 단어는 아무렇게나 붙이는게 아니야.》
《영웅에 대한 시각도 인젠 달라져야 합니다. 영웅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남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는게 영웅이라고 봅니다.》
《금품을 받는 사람도 영웅이야?》
《생명을 구하고 받은 금품은 일종의 보수, 로임이라고 한 김종환이 말이 참 뜻있는 말입니다. 금품 자체가 나쁜것이 아닙니다. 금품은 어떤 경우엔 한사람에 대한 평가로 될수도 있습니다.》
《평가?》
《영웅으로 추대되는 사람한테 예전엔 증서나 주고 만민이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증서만 주는것이 아닙니다. 상금이라는것이 있지않습니까. 그것도 정부가 주는 상금, 그 상금도 돈입니다. 상금은 영웅에 대한 다른 한 방식의 평가라고 봐도 되지요. 그러니까 김종환이 사람을 구하고 받는 금품은 그에 대한 상금으로 봐야지요.》
《김종환처럼 스스로 취하는것도 상금인가?》
《정부가 인정해 주는것만이 상금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을 구했다는 점에서 그는 정신문명건설의 모범이고 그 보상으로 금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합법칙성을 투철하게 터득한 사람으로 봐야 할게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보면 김종환은 정신문명건설과 물질문명건설에서 새롭게 태여난 중국특색을 가진 모범으로 봐야겠구만. 하하하…》
《저는 김종환이 조선족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분합니다. 조선족중에 김종환처럼 남다른 생존방식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것이 마치 신기루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후배기자들의 말에 나는 수긍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확실하게 세대차를 느꼈다…
그 뒤로 사경에 처한 사람을 뻔히 보면서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은 천인공노할 일이 련속 보도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그중 두가지 일을 이 글에 올려본다.
《세 학생이 수영을 하다가 한 학생이 강 중심에서 기진맥진해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부근엔 몇 척의 배가 떠있었다. 같이 수영하던 두 학생이 한 배사공을 찾아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달라고 하니 그 배사공은 돈 10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우선 사람을 구하고 봐야 되지않겠느냐고 하니 그 배사공의 말이 돈을 손에 쥐여야 구해주겠다고 했다. 사람을 구한다음 돈 10원을 주겠다고 하니 외상은 안된다고 하면서 현금을 요구했다. 두 학생은 다른 한 배사공을 찾아갔다. 그도 역시 현금을 요구했다. 하는수없이 두 학생이 옷을 벗어놓은 곳까지 가서 호주머니 돈을 다 털어가지고 그 배사공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물에 빠진 친구는 자취를 감춘지 오랬다…》
《6월 22일 아침 6시 30분 200여명을 실은 려객선이 장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사천성 합강현 수역에서 인위적인 책임사고로 뒤번져졌다. 200여명의 승객들이 세찬 강물속에서 생사판가리를 벌리고 있을 때 마침 한척의 배가 그 수역을 경과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했지만 배주인은 못본척 그냥 배를 몰아 지나쳐버렸다.》
이 두 기사를 보면서 어쩔수없이 이게 정말 인간이 사는 세상이냐고 나 자신에게 반문해봤다. 참담한 기분에 저도 모르게 떠올리게 된것이 김종환이였다. 만약 김종환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무작정 물에 뛰여들었을것이다. 아, 김종환, 김종환 나 너를 다시 봐야겠구나…
보름이 지난 어느날 나는 북경석간 첫면에서 놀랍게도 김종환의 이름을 발견했다. 기사제목은 《견의용위인(見義勇爲人)》이였다. 우리말로 풀면 정의에 용감한 사람, 또는 의에 용감한 사람이다.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었다.
《옥연담 호수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하고 있을 때 한 〈검은 손〉이 수영하는 사람들이 벗어놓은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옷 임자들은 수영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그 〈검은 손〉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호수가에서 음료수를 파는 김종환이였다. 〈검은 손〉이 돈지갑을 꺼내 가지고 자리를 뜨려고 할 때 김종환이 그 앞을 막아섰다. 〈검은 손〉은 소리내지 말라고 하면서 돈지갑의 돈을 반반씩 나누자고 했다. 그러나 김종환은 쓴웃음만 지었다. 〈검은 손〉은 돈지갑채로 김종환에게 주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김종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이번에 〈검은 손〉이 꺼낸 것은 비수였다. 김종환은 또 쓴웃음을 지었다. 일장 박투가 벌어졌다. 김종환은 비수에 손목을 찍히면서도 끝내 그 〈검은 손〉을 호수물에 처넣었다. 호수물에서 허우적거리며 나오는 그 〈검은 손〉을 결박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의 등뒤로 두 놈이 달려들며 김종환의 몸에 비수를 박았다. 칼을 맞은 김종환은 앞으로 넘어지면서 〈검은 손〉을 덮쳤다. 둘은 함께 호수물에 가라앉아 버렸다. 물재간이 없는 〈검은 손〉의 짝패는 물에 들어설 엄두도 못내고 있다가 사람들이 모여들자 줄행랑을 놓았다.
한참후에 물우에 떠오른것은 잔뜩 물을 먹고 지각을 잃은 〈검은 손〉이였다. 이어 떠오른 것은 등에 비수가 박힌 김종환이였다.
……
정의에 용감한 사나이 김종환은 다행히도 인차 응급치료를 받아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나는 인차 이 기사를 쓴 기자를 전화로 찾아 김종환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알아냈다. 김종환이 응급치료를 받고있는 병원은 공군총병원이였다. 그길로 병원에 찾아갔다. 그러나 한창 응급치료중이여서 외부인 접촉을 금하고 있었다. 며칠후 비로소 나는 김종환을 만날수 있었다.
하얀 벽, 하얀 커튼, 하얀 침상, 모든것이 하얀 병실에서 유독 새까만 물체는 볕에 온몸이 가맣게 탄 김종환이였다. 내가 병실에 들어서자 김종환이 조금은 쌀쌀한 어조로 물었다.
《선생님은 오늘 기자신분으로 오신겁니까? 아니면 개인적인 신분으로 오신겁니까?》
《그건 왜 묻나? 아무 신분이면 어떻나?》
《혹시 기자신분으로 오셨다면 이방에서 나가주십시오.》
《왜 그러나?》
《전 기자가 싫습니다. 아니, 역겹습니다.》
《자네와 구면인 사람이 병문안 왔다고 생각하면 안되나? 게다가 같은 조선족이…》
《그럼 거기 앉으십시오.》
《좀 어떻나?》
《상처는 별로인데 기분은 억망입니다.》
《왜?》
《다 선생님들과 같은 기자덕분이지요…》
사연은 이러했다. 북경석간에 그 기사가 나간후 북경시 해당부문의 책임자가 찾아와 김종환을 〈정의에 용감한 투사〉로 천거하겠으니 서류작성에 협조해 달라고 했다. 김종환은 단마디로 거절했다.
《전 정의가 뭔지도 모릅니다. 그저 내맘이 시키는대로 했을뿐입니다.》
그가 거절해도 그에게 〈정의에 용감한 투사〉라는 칭호를 수여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였다. 우선 그의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증인이 필요했다. 해당 일군이 당시 사건이 벌어진 옥연담공원 호수가에 가서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 증인을 서달라고 하니 다들 그날의 광경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딴전을 부렸다고 한다. 지금 사람들은 좋은일이든 궂은일이든 증인으로 나서기 싫어한다. 증인으로 나서면 번거롭기만 하다는것이다. 그곳에서 해당 일군이 얻어들은 소리라면 김종환이 아무런 허가증도 영업증도 없이 음료수를 팔고 수영을 배워주며 돈을 버는 외지인이라는것 뿐이였다. 이어 김종환이 북경시에서 외지인에게 내주는 림시거주증마저 없는 사람이란것도 밝혀졌다. 북경에서 림시거주증을 내지않은 외지인은 거주조건이 부합되지않는 사람으로 취급되여 본적지로 송환된다. 그러니 김종환은 송환될 대상이다. 그 뿐만아니였다. 본적지에 가서 조사해본 결과 김종환이 소년시절 불량배들과 휩쓸려 다니다가 소년수용소에 반년 있었던 어두운 과거도 드러났다. 〈정의에 용감한 투사〉 칭호를 주자고 시작한 작업은 이로써 막을 내렸다. 투사칭호를 받지못하니 치료비도 자부담해야 했다. 긁어 부스럼이라더니 김종환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담배 한대 주시겠습니까?》
김종환이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여긴 금연인데…》
《속이 뒤집혀지는데 가릴게 있습니까?》
내가 권한 담배를 그는 걸탐스레 빨아댔다. 한숨을 쉬듯 후- 담배연기를 내뿜고는 허거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보니 참, 제가 미련한 놈입니다. 그날 그 놈이 나한테 내미는 돈지갑을 고스란히 받아 임자한테 돌려주면 몸에 칼자국이 날 일도 없고 또 긁어 부스럼 낼 일도 없었겠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제가 미련해도 한심하게 미련한 놈입니다.》
《아니야, 자넨 영웅이야.》
나의 이말에 김종환은 히스테리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얼굴을 싸쥐고 황소울음을 터뜨리는것이였다. 나는 뭐라고 달랠수없어 그저 울고있는 그를 지켜만봤다.
한참후에 그는 울음을 그치고 두눈을 꼭 감은채 잠자코 있었다. 나는 가지고 온 취재용 록음기를 꺼내 록음테프를 끼워넣었다. 록음기에서 한국의 가수 김종환이 부른 《존재의 리유》가 울려나왔다.
《 ……
남자란 때로 그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때도 있는거야
너는 리해할수 리해할수 있겠지
정말 미안해 널 힘들게 해서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마
너의 곁에 항상 내가 있을테니까
우리의 미래를 위해 슬퍼도 조금만 참아줘
내가 이렇게 살아갈수 있는 리유는
네가 있기 때문이야 널 사랑해
…… 》
며칠이 지난후 나는 김종환의 치료비를 대주려고 다시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김종환은 없었다. 간호원의 말로는 수술자리를 꿰맨 실을 뺀 그날로 김종환은 치료비를 물고 떠나갔다고 한다. 병원측에서 열흘정도 더 치료받고 출원하라고 말렸으나 김종환은 그냥 떠나갔단다.
그후로 나는 혹시나 김종환을 만날가싶어 시간만 나면 옥연담공원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김종환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날에도 행여나해서 옥연담공원을 찾아갔는데 김종환은 보지못하고 수영하다 익사한 어린이 시체만 보고 왔다. 어린이의 시체를 보면서 나는 김종환만 있어더라면 저 어린이는 익사체로 되지않았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부르짖었다.
(어서 돌아와 종환아…)
2천년 7월 27일 북경에서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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