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명함은 어디서 난거요?》
《바로 그게 문제가 된겁니다. 이 명함장이 몸 파는 아가씨한테서 나왔단 말입니다.》
《뭐?!》
《미선이라는 조선족아가씨를 잘 알고 계실텐데.》
《뭐 미선?!》
《상습적으로 몸 파는 아가씬데 오늘 새벽에 잡혔습니다.》
생각밖으로 화제가 엉뚱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첨 듣는 이름인데.》
《같은 조선족이니까 알만도 하지 않습니까.》
이말에 참다못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버럭 소리질렀다.
《이봐 조선족 팔지마. 이 북경판에 조선족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그 말해? 무려 7만이야 7만!》
내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그 녀석도 저으기 놀라는 눈치다.
《조용조용.》
《내가 어떻게 조용조용 말할수 있나 말이야. 자네 지금 날 오입한 줄로 알고 있는데 사람 함부로 점 찍지마. 당장 잡아가둔 그 녀자 여기로 데려와!》
이젠 내쪽에서 호령조로 나왔다. 녀석은 한참 말없이 흥분한 나를 차분한 눈길로 지켜보다가 훌쩍 일어나 나가버렸다. 분통이 터진김에 나는 담배 한 대 붙여 물었다. 담배를 거의 한 대 다 태울쯤해서 녀석이 들어왔다. 그 뒤로 한 아가씨가 고개를 푹 떨구고 들어왔다. 녀석이 아가씨한테 호령했다.
《고개들어!》
그말에 아가씨가 고개를 들었다. 화장기 하나도 없고 온 얼굴이 눈물투성이였다. 꽤나 곱상하게 생긴 아가씨였다. 녀석이 나를 가리키며 아가씨에게 물었다.
《이 사람을 아냐?》
아가씨는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쩐지 안도의 숨이 나간다.
《그런데 이 명함을 어디서 났어?》
《친구 핸드백을 빌렸는데 그 안에 명함장이 있는줄 몰랐어요…》
《친구 이름이 뭐야?》
《미향…》
(뭐 미향?!)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어디에 있어?》
《저의 세집에 있어요.》
《너 같은 애냐?》
《금방 온 애니 그런 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녀석이 나한테 고개를 돌리면서 아까보다는 굳어진 얼굴을 풀며 물었다.
《미향이란 애한테 명함을 준적이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아는 사입니까?》
《글 써달라고 해서 한 번 만나고 그 뒤로 전화로 통화만 몇번 했지요.》
《그럼 이젠 가봐도 됩니다. 훗일 명함장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웃기는 놈, 형상관리를 잘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명함장관리를 잘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저 아가씨하고 몇마디 말을 해도 됩니까?》
내가 녀석에게 청을 들었다.
《무슨 말을?》
《같은 조선족이니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러나 제가 알아듣게 한어로 하십시오. 자 한 대 태우시죠.》
녀석이 이젠 제쪽에서 먼저 담배를 권한다. 담배를 붙이고나서 나는 고개를 떨구고 서있는 아가씨한테 물었다.
《너 몇살이니?》
《스물다섯…》
《시집갔냐?》
《아직은…》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냐?》
내 언성이 조금씩 높아졌다. 마음 같아서는 즉신나게 패주고 싶었다. 나는 저으기 흥분하고 있었다. 아가씨가 고개를 푹 떨구고 대답을 않자 녀석이 꽥 소리질렀다.
《어서 대답해 봐!》
아가씨의 고개가 더 떨어졌다. 비록 내가 던진 물음이지만 녀석까지 심문하는식으로 합세하니 조선족으로서 별로 망신스런 생각이 들어 아가씨의 대답을 더는 듣고 싶지않았다. 대답이 나와봤댔자 돈 때문이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던가 《돈에 속고 돈에 울고》
이런식의 탄식조는 30년대 기생출신인 가수들이 부른 류행가에서 많이 나왔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 당시 일제가 실행한 우리민족에 대한 말살정책중 그 하나가 매독정책과 유곽발전정책이다. 일제는 우리민족의 청장년들을 타락으로 유인하여 민족의 정기를 빼앗고 나아가서는 우리민족을 쇠망케 하기 위하여 각 도시마다 유곽이라는 인육시장을 대규모로 설치해 놓고 먼저 일본 기생들을 끌어들이고 후에 와서는 조선녀성을 창녀로 인육시장에 내몰았다. 하여 한 때는 서울장안만해도 2천여명의 조선인 기생이 있었다고 한다.
《돈에 속고 돈에 울고》는 그 시절 이런저런 사정으로 첩살이하거나 기생으로 된 녀자들의 신세타령이였다. 기생출신인 리화자가 부른 《화류춘몽》2절 가사를 적으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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