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의 벗 (제223기)

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취자의 벗 담당 김태근입니다.

여: 안녕하세요? 임봉햅니다. 5월은 활력으로 넘치는 희망의 계절입니다.

남; 그렇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가정과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명절이 5월5일로 되어 있고 … 여러가지 축제들로 5월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여: 녜, 중국에서는 어린이 명절은 그냥 6월1일 국제 어린이날을 쇠고 5월4일이 중국 청년절로 되어 있습니다.

남: 역시 나라와 세계를 떠메이는 젊은이들의 명절 5월4일 중국청년절이죠. 이 날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여러가지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젊은이들은 또한 자신의 사명감을 더 다짐합니다.

여: 5월4일 중국청년절의 유래에 대해 간단히 언급을 해볼까요?

남: 녜, 지금으로부터 90년전인 1919년5월4일, 옛도시 베이징에서 기세드높은 반제 애국운동이 일어나고 혁명은 신속이 전국 각계민중의 애국심으로 불타 올랐습니다. 이 운동의 선봉에 나선 젊은이들이 바로 베이징대학 등 베이징의 십여개 학교 3천여명 지식청년들이었으며 그들을 선두로 베이징은 물론 전국적으로 20여개 성시자치구 1백여개 도시들의 젊은이들과 노동자대오가 이 반제 애국의 투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여: "5.4운동"에 대해 맑스레닌주의의 중국의 전파와 선진지식분자들의 노동자 농민과의 결합의 도로를 찾았다고 역사학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이 운동은 중국 신민주주의 혁명의 서막을 열고 중국의 혁명이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처하게 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1949년 10월에 새중국이 성립되고 그해에 중앙인민 정부는 5월 4일을 중국청년절로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남: "5.4" 중국청년절의 유래에 대해 간단히 회고해 보았는데요. 중국신문화 혁명에서의 선봉이었던 중국의 젊은이들, 오늘도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5.4"의 전통을 이어 받아 앞장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 그래서 인민중국의 창시자이신 모택동 주석께서는 "세계는 젊은이들의 것이며… 중국의 미래는 당신들의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셨잖습니까?

남: 이런 젊은이들의 명절인 "5.4"청년절은 금방 지났지만 오늘은 대학생들의 편지 사연으로 프로를 장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냥 편지라기보다 현시대 중국 대학생들이 보내온 문학작품이라고 해야겠죠. 먼저 연변대학 유설화 학생의 글입니다. "비오는 날"

(배경음악 깔면서)

여: 며칠전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멈출줄을 모른다. 침실에 들어박혀 있을라니 을씨년스러운 날씨때문에 기분이 더 꿀꿀해진다. 참고로 난 비가 질색이다. 꼭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엄마와 아빠, 오늘따라 엄마,아빠 생각에 눈물이 난다. 문학공부를 하고있는 딸의 문장속에 한번도 진실하게 오르지 못한 엄마, 아빠이다. 문장속에서조차 엄마와 아빠의 신분을 써내는게 싫어진 나다. 어느 때부턴가 농민신분인 엄마, 아빠가 남보기에 부끄러웠고 내가 농민의 자식이라는게 창피했다. 그때로부터 내 이야기속의 엄마는 교원으로, 아빠는 사무실 주임으로 변해버렸다.

그날부터 비가 싫어졌다. 처음으로 상해에 간 비오던 그날부터. 3년만에 만난 엄마가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채 웃으며 데려간 집은 어지러운 골목길에 있는 작은 단층집이였다. 20평방메터도 안되는 집에 주방도 화장실도 없다. 없는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로 작아서 안스러운 집이였다. 작은 바닥에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요강 하나. 공중화장실에 갈적마다 내는 돈 20전이 아까와 소변은 집에서 해결한단다. 방구석에 있는 찌글어진 전기밥가마와 반공중에 밉살스럽게 내리드리운 등불이 전부의 가정재산이다. 연변방송국에서 방송하는 《사랑으로 가는 길》프로를 보고 나도 눈물을 짜며 몇번인가 전화버튼을 눌렀었는데 텔레비죤과 찬장마저 없는 집에서 나의 엄마와 아빠가 살고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았다. 이런걸 두고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걸릴게 없다고 하나보다고 생각했지만 후에 그 비유도 합당치 않음을 느꼈다. 서발이나 되는 막대기가 그 작은 집에 들어갈리가 만무하다는것. …

먼 곳의 호화로운 고급빌딩들이 우릴 내려다보며 조롱하듯 서있다. 번화한 상해와는 딴 세상인듯한 빈민굴같은 초라함에 눈물이 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때문에 더 초라해보이는 눈앞의 세상, 함께 초라해져버린 나… 그런 구질구질함이 지겹고 적응안되여 3년만에 보는 엄마, 아빠와 반달도 함께 하지 못한채 돌아와버렸다. 그때로부터 비오는 날이면 괜히 우울해지는 나… 어릴적 어느 비 오던 날의 광경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를 따라 일밭에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때문에 아빠의 큰옷을 뒤집어쓰고 엄마의 품에 안긴채 소수레에 앉아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 《이랴, 쩟쩟》 하며 소를 모는 아빠가 내겐 그렇게도 자랑스럽고 든든했었고 행여 내가 추워할가 꼭 껴안아주는 엄마품이 그렇게 따스하고 편안했었다. 그땐 엄마가 좋았고 아빠가 좋았고 따스한 우리 벽돌집이 좋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마저 좋았었는데…

덜렁 커버린 어느날부턴가 나는 모든게 다 싫어졌다. 어릴 때와 같은 엄마와 아빠인데,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인데 이제 와서 싫어진 까닭이 뭘가?

창밖의 나무들이 비에 맞아 떨고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날 특별히 거울앞에서 옷차림에 신경을 쓰시던 엄마, 아빠 모습이 떠오른다. 왜소한 체구에 부석부석한 짧은 머리의 엄마와 흰 머리에 어느새 허리까지 구부정해진 아빠. 어릴적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긴머리를 틀어올리던 엄마는 어디 갔고 엄마의 크림까지 훔쳐가며 멋을 부리던 아빠는 어디로 간걸가? 행여 자신들의 모습에 내 체면이 깎일가 힐끔힐끔 내 눈치를 살피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미안하고 화가 났다. 친구들앞에서 내 엄마, 아빠라고 소개시켜주는걸 부끄러워 하는걸 아시는 엄마와 아빠인데… 차라리 못된 자식이라고 뺨이라도 쳐주면 내 속이 편할텐데… 그럴수록 더 미안해 하시고 더 많이 주려 하시는 엄마와 아빠. …

어쩌면 비가 싫은게 아니라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엄마, 아빠 얼굴 때문에 마음의 가책을 느끼는게 싫은지도 모른다. 상우에 놓은 하얀 핸드폰이 눈에 안겨온다. 얼마전에 바꾼 최신용 핸드폰. 어둑컴컴한 단칸방에서 남방의 습한 겨울을 보이라도 없이 보내는 엄마, 아빠와 상관 없는듯 최신용 핸드폰에 내 멋대로 살아왔던 나. 쓸데없는 허영심에 물들어, 정든 고향을 떠나 가정부로 일하시는 엄마와 공장에서 하층일을 하시는 아빠를 얘기조차 꺼내기 싫어하며 살아왔던 나… 자꾸 갈마드는 미안한 생각에 비라도 흠뻑 맞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 나와같은 못난 딸들도 많고 내 엄마, 아빠처럼 바보같이 모든걸 주려고 하는 부모가 많은게 아닐가?

며칠이고 멎지 않고 내리는 비가 뿌옇게 된 내 맘을 씻어준것 같았다. 울적하던 기분이 확 트이며 싫기만 하던 비가 고마와진다. 핸드폰을 열고 엄마, 아빠한테 메시지 한통을 보냈다. 여태까지 못해드렸던 《사랑해》세글자를 담아서…

(배경음악 높였다가)

남: 녜, 참 듣는이의 가슴을 울려주는 글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흔히 범할 수 있는 일을 반성하고 멋진글체로 진솔하게 승화시켰습니다. 유설화 학생이 글을 잘 썼다고 말하기 보다 마음으로 글을 잘 엮어 내려갔다고 평하고싶습니다. 대학생활속에서의 그 깊은 사상의 승화가 돋보입니다.

여: 녜, 이 글을 읽는 아빠,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소용돌이쳤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남: 이내 몸이 부셔져 나가더라도 이런 성장한 내 자식의 름름한 모습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그냥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 거죠… 녜, 유설화 학생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글들도 자주 보내 주고 하면 … 우리들이 방송을 통하여 더욱 많은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함께 감동하고 하겠습니다.

(과도음악)

여: 역시 연변대학 학생의 글입니다. 주화순의 "있을 때 잘해"

(배경음악 깔면서)

남: 중관촌1층에서 두살쯤되여보이는 한 아기가 승강기를 타고 오른다. 한 중년남자가 얼굴에 걱정과 기쁨이 엇갈린 미소를 가득 담고 아기 뒤를 바싹 따른다. 아기는 좋다며 깔깔 웃으며 에스컬이터 계단을 밟고서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 도착하기 바쁘게 그 아기는 돌아서서 내려가는 에스컬이터 계단을 다시 밟는다. 2층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사람들이 에워싸고 서서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기는 신나다는듯이 더 깔깔 웃어대며 동작을 반복한다. 그 뒤로 중년남자가 아기가 넘어질가봐 한발이 멀다싶이 바싹 뒤따른다.

마침내 지친 그 아기는 하던 동작을 멈추며 그 중년남자한테 안기면서 똑똑하지도 않은 발음으로 《아빠》라고 부른다.

《아빠?》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방망이에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처럼 뗑해났다.

《아빠!》 오래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였다.

난 언젠가 그이를 기억속에서 지워버렸다. 아예 감감하게 깨끗이 지워버렸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그이에 대한 기억이 샘처럼 솟아난다. 눈물이 나의 두 볼을 따라 하염없이 흐른다. 멈출줄 모르고...

그이도 나―이 못난 딸을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보배처럼 끔찍하게 생각하며 키웠었다. 어느한 무더운 여름에 큰 사기 ?을 쥐여주며 얼음과자 사주겠다 하며 나를 큰 길까지 보내고선 어디론가 숨어버린 그이를 되돌아가서 찾느라고 까만 얼굴에 눈물 코물 범벅이 되였던 그때 , 황혼무렵에 때늦게야 논일을 끝마친 그이는 나를 한 논뚝가에 세워놓고 개구리를 가득 잡아 자그마한 나의 두 손에 쥐여주며 꼼짝말고 여기 서서 기다리라며 얼른 가서 자전거 가져와서 집에 가자던 그이는 저녁노을마저 거두어진 후에야 돌아왔다.

그이가 돌아오는 길을 무심히 바라보며 목이 쉬도록 운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그이가 그 때 나의 어린 마음에 무서움과 슬픔을 주었다. 그이가 떠나간 방향을 향해 목청이 찢어지듯이 울며 개구리가 자그마한 손에서 한마리 두마리 뛰쳐나가는것을 보면서 그이의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목청껏 울었던 그때, 자전거에 태우고 시내 우체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파는 매대를 지날 때 한참 머뭇거리며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큰 아이스크림 두개를 쥐여주었던 그때, 놀음에 탐해 먹던 밥그릇을 집 부뚜막에 한가득 어지럽혀 놓고선 꼬마친구들 찾아떠났다가 그이한테 끌려와 된 꾸지람과 매를 맞던 그때―그때부터 계집애는 먹고 쓴 그릇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그리고 또 그때도 떠올랐다. 빚더미와 모진 고생끝에 그이는 몸져눕게 되였다. 뇌출혈이였다. 밥상에서 밥을 흘렸다. 말할 때도 발음이 똑똑하지 못하였다. 성격이 괴벽해졌고 화도 자주 냈다. 물건을 쥐는대로 던졌다. 그이가 싫어졌다. 말하기마저 싫어졌다. 고중 3학년을 다니는 나는 공부가 바쁘다는 핑게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 후에 어머니께서 알려줘서 안 일이지만 그이가 얼마나 이 딸을 사랑했는지…그이는 내가 보고싶어서 매일 저녁 내가 자주 타고오는 그 차시간이 되면 비가 쏟아지는 여름밤이든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밤이든 절룩절룩 다리를 끌고 집문을 나섰다고 했다. 그리고 마을 교차로에 서서 내가 돌아오는 방향을 향해 오래동안 지켜보다가 풀이 죽어서 집으로 되돌아오군 했단다. 나는 무정했다. 밥상에서 밥알 흘리는 그이가 싫어서. … 다른 집 돈많은 아버지처럼 돈을 푸짐히 주지 못하는 그이가 몹시 미워서 나는 그이를 멀리 했다. 나의 의식적인 행동에 슬퍼하는 그이의 표정에 난 무감각이였다. 나는 마치 냉정동물 같았다. 심지어 이런 그이가 싫어서 빨리 우리 곁을 떠났으면 했었다. 나는 불효자였다. 그이가 떠날 때에 나는 그이 옆에 있어주지 않았었다. 미워서, 떠나는것이 응당하다고…

하지만 그이는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에 한 말이 딸한테 미안하다는 말이였다고 한다. 많이 해준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

아기를 안고 떠나가는 그 중년남자의 뒤모습은 어렴풋해졌다. 똑똑히 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어렴풋만 해져갔다. 그이가 그리워났다. 미안하다는 말 누구한테 할가?

있을 때는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다가도 진정 떠나고나면, 잃고나면 그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다.

있을 때 잘 해!

(배경음악 높인다)

여: 아, … 참,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요? 현대 대학생들 속에 이런 뇌리를 치는 작품이 있네요…

남: 그대로 심령의 반영이고 생활의 승화죠.

여: 옆에서 듣는 저로서는 감격, 그대로입니다. 모든 것을 깨닫고 잘 해 보자고 해도 잘 해볼데가 없는 그 비통하도록 애절함… 정말 대학공부를 훌륭히 했다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연변대학은 저의 모교이기도 한데요… 이런 후배들을 키워내는 연변대학에 고맙다는 인사를 멀리서나마 올립니다.

남: 올해가 연변대학 창립 60주년이 아닙니까? 더 많은 훌륭한 대학생들을 키우는 중국1류의 대학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노래 한곡)

(임해숙이 "청취자 백과")

여: "청취자의 벗" 어느덧 오늘 프로를 마감할 시간입니다. 이시간을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남: 지금까지 진행에 임봉해 김태근이었습니다. 다음 이시간 까지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