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이란 말을 자주 씁니다. 토사구팽이란 말 그대로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 성구는 쓸모가 있을 때는 긴요하게 쓰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말로서 일이 성공한 뒤에 그 일을 위해 애쓴 사람을 버림을 형용할 때 쓰입니다.
성구이야기 그럼 오늘은 이 토사구팽이란 성구의 유래를 밝혀드리겠습니다.
토사구팽, 이 성구는 중국말로 兔死狗烹이라고 합니다.
兔死狗烹--兔 토끼 토자, 死 죽을 사자, 狗 개 구자, 烹 삶을 팽자로 이루어졌습니다.
초패왕 항우를 멸하고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은 소하와 장량과 더불어 한나라 건국 삼걸의 한 사람인 한신을 초왕에 책봉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항우의 맹장이었던 종리매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한고조는 크게 노했습니다. 일찍 유방은 종리매에게 괴로움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신에게 당장 압송하라고 명했으나 종리매와 오랜 친구사이인 한신은 고조의 명령을 어기고 오히려 그를 숨겨주었습니다.
그러자 고조에게 <한신을 반심을 품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습니다.
진노한 고조는 참모 진평의 헌책에 따라 제후들에게 이렇게 명했습니다.
<제후는 초나라 땅의 진에서 대기하다가 운몽호로 행차하는 짐을 따르도록 하라.>
한신을 진에서 포박하든가 나오지 않으면 제후의 군사로 주살할 계획이었습니다.
고조의 명을 받자 한신은 예사일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반기를 들가>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죄가 없는 이상 별일 없을 것>으로 믿고 순순히 고조를 배알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불안이 싹 가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활한 가신이 한신에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종래매의 목을 가져 가시면 페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한신이 이 이야기를 하자 종리매는 크게 노했습니다.
<고조가 초나라를 치지 않는 것은 자네 곁에 내가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도 자네가 내 목을 가지고 고조에게 가겠다면 당장 내 손으로 잘라 주지. 하지만 그땐 자네도 망한다는 걸 잊지 말게.>
종리매가 자결하자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고조를 배알했습니다. 그러나 역적으로 포박당하자 그는 분개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먹히고,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고간에 처박히며, 적의 나라를 쳐부수고 나면 지혜있는 신하는 버림을 받는다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신쇄골이 되도록 싸운 내가 이번에는 고조에게 죽게 되었구나.>
나중에 고조는 한신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회음후로 좌천시킨 뒤 주거를 도읍인 장안으로 제한했습니다.
토사구팽이란 성구는 바로 한신의 이런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성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니 도와준 사람을 차버린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