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돼지고기 당면찌개 저육돈분조)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한 중국에서는 설음식도 지역별로 다양한다. 대체로 북방에서는 교자(餃子)라는 이름의 물만두를 먹고 남방에서는 해물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먹든지 모두 길한 뜻을 담고 즐겁게 모여앉아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같다.
동북(東北, Dongbei): 돼지고기 당면찌개, 닭고기 버섯 찌개
동북지역의 음식에는 호방한 동북인들의 성격이 깃들어 있다. 설음식에서 특히 동북인들의 성격이 더욱 잘 나타난다. 돼지고기에 당면과 야채를 넣어 만든 찌개 저육돈분조(猪肉炖粉條)나 영계와 버섯을 가지고 만든 찌개 소계돈마고(小鷄炖蘑菇)는 음식 이름에서부터 순박함과 호방함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동북지역의 설음식이 대충대충 만들어진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동북지역의 설음식 식탁에는 닭과 물고기와 갈비, 족발 이 네 가지가 꼭 올라야 한다.
그리고 살저채(殺猪菜)라고 하는 곱창찌개도 빼놓을수 없다. 돼지비게에 신 맛이 나는 절임 배추, 곱창을 넣어 함께 끓이는 음식인데 섣달 그믐날 김이 물물 나는 가마를 둘러싸고 먹으면 그 맛이 최고이다.
동북의 설음식에는 보통 12가지 요리가 들어간다. 설전날인 섣달 그믐날저녁에 먹는 설음식이기 때문에 12월이라는 의미로 12가지 음식을 올린다고 한다.
12가지 음식 중 6가지는 야채로 만들고 6가지는 육류나 해물로 만들어야 하는 설도 있다. 그리고 설음식만은 모든 것을 여유있게 준비해서 음식을 꼭 남기도록 하는 것도 동북지역 설음식의 한 특징이다.
(사진설명: 모듬찌개 과년채)
산동(山東, Shandong): 해를 보내면서 먹는 음식 모듬찌개
중국에서 가장 설음식의 분위기를 가진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도 산동의 설음식이 선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산동의 설음식은 해를 보내면서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과년채(過年菜)이기 때문이다. 산동인들의 직설적인 성격이 엿보인다.
중국 8대 요리의 하나인 산동요리에는 달고 신 맛이 나는 생선과 센 불에 볶은 해삼요리, 곱창요리 등을 망라해 내외에 널리 알려진 명요리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설음식의 대표로는 그래도 과년채이다.
해를 보내면서 먹는 음식이라는 과년채는 사실 모듬찌개이다. 돼지피와 두부, 돼지고기, 배추, 당면 등을 넣어 온갖 양념을 해서 끓여먹는데 식재도 일상 식재이고 조리법도 아주 심플하다.
그런데 이 음식은 어젯날 산동인들의 생활과 연관된다고 하다. 옛날 생활이 어려웠던 산동인들은 먹고 남은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모아서 한 가마에 넣어 다시 끓여 먹었고 그 음식이 오늘날 과년채로 발전해왔다.
그밖에 산동의 설식탁에는 오징어와 조개 등 해물도 오르며 대추소를 넣은 호빵도 빼놓을수 없는 설날의 간식으로 꼽힌다.
(사진설명: 엿 당과)
베이징(北京, Beijing): 엿
베이징에 요리가 없어서 명절 간식인 엿을 베이징 설음식의 하나로 꼽은 것이 아니다. 해물튀김이나 오리구이, 양고기 샤브샤브 등 많은 요리가 있지만 설날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줄수 있는 먹거리는 그래도 당과(糖瓜)라고 하는 엿이다.
통통하니 동그란 모양의 엿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즐거워진다. 보리싹을 가지고 만든 엿은 단 맛끝에 약간 신 맛이 나서 아주 감칠맛을 낸다. 다른 간식이 별로 없었던 어젯날에는 간식의 왕이었다.
그밖에 베이징의 설식탁에서 빼놓을수 없는 음식은 두아장(豆兒醬)이라고 하는 모듬무침이다. 돼지고기 껍질과 건두부, 대두, 청콩을 무쳤는데 상큼한 맛이 술안주로 적격이다.
(사진설명: 물만두 교자)
하남(河南, Henan): 물만두
하남인의 설식탁에 물만두가 오르지 않으면 설이 아니다. 하남인들은 물만두가 없는 설을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이다. 물만두에는 또한 많은 까다로운 설들이 들어 있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오전부터 집집마다 만두소를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한다. 집식구에 따라 섣날 그믐날 저녁과 설날아침까지 먹을 정도의 만두를 빚는다. 일부에서는 초 닷새까지 먹을 만두를 만들어 놓는다.
(사진설명: 물만두 교자)
섣달 그믐날 저녁에 물만두를 꼭 먹어야 하며 설날 아침에도 먹고 초닷새날 아침에도 물만두를 먹는 풍속이 있다. 그밖에 물만두를 빚어서 정연하게 놓아야 한다. 둥근 판위에 외곽으로부터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둥글게 놓아야 복이 들어온다고 여긴다.
(사진설명: 생선요리)
광동(廣東, Guangdong): 단란하게 모여 먹는 음식 단년반
광동인들은 음력으로 섣달 23일부터 이듬해 정원 16일까지를 설로 본다. 그 중 최고봉인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단란하게 모여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의 단년반(團年飯)을 먹는다.
단년반은 한 가지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 먼저 조상이나 신에 제사를 지내고 향이 다 타고나서 식사를 시작한다. 먼저 계획이 있다는 의미로 닭이 오르고 다음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의미해 물고기가 오르며 좋은 경기를 뜻하는 굴, 부자를 의미하는 상추, 부유를 의미하는 부죽, 살림살이를 의미하는 마늘 등 길한 의미를 가진 음식들이 줄지어 오른다.
광동인들은 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식구가 있으면 식탁에 그 사람의 자리를 남겨두어 모두 모였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출산하지 않은 신혼부부는 새해 출산을 소망해 식탁에 수저를 더 추가하기도 한다.
광동의 단년반도 양을 평소보다 많이 해서 남겨 새해까지 가는 것이 풍속이다. 그래야 끊임없이 부를 창출함을 의미한다고 광동인들은 인정한다.
(사진설명: 설음식 년야반)
상해(上海, Shanghai): 설에 먹는 음식 년야반
상해인들은 섣달 25일에 성황신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설을 시작한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 저녁에 년야반(年夜飯)을 먹는데 닭과 오리, 생선, 고기, 동서남북의 식재, 과일, 떡, 견과 그 어느 하나도 빼놓아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조리법도 굽고 볶고 튀기고 찌는 등 다양해야 하며 음식의 색갈과 맛, 냄새, 모양이 모두 완벽해야 한다. 집에서 자체로 그 모든것을 장만하려면 힘들다고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오늘날 상해인들은 집에서 설음식을 장만하지 않고 외식으로 대체한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만드는 집을 찾아서 사전에 설음식 메뉴를 주문했다가 그믐날이 되면 온 식구가 레스토랑에 가서 온갖 음식의 년야반을 먹으면서 즐거운 설을 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