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립부경대학교 중국학과 서창배 교수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축제인 양회(兩會,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11일과 12일 각기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중국경제 학자인 국립부경대학교 중국학과 서창배 교수님(이하 ‘서교수’)을 모시고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1. 서교수님, 바쁘신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국으로서, 매년 양회에서 발표되는 경제 성장 목표와 주요 정책 방향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올해 중국 양회의 의제 가운데 어떤 점을 각별히 주목하셨는지요?
서교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2025중국 양회와 관련해 중국중앙방송총국(CMG)-한국어 방송의 인터뷰를 받게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중국경제가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후 국제적 영향력은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양회, 특히 중국 정부가 매년 3월 발표하는 <정부업무보고서>에 담긴 경제성장률 목표치, 재정정책, 통화정책, 산업정책 등의 내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며 저 역시 매년 이를 자세히 살펴보며 그 의미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양회, 특히 <정부업무보고서>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첫째, 재정지출 및 지방정부 특수채 확대, 재정적자규모 상향 조정, 특별 국채 발행 등 확장적 재정정책; 둘째, 주택시장 안정화 등을 비롯한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와 경기 부양 정책; 셋째,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과 산업인터넷 발전, 관련 교육발전 등을 통한 디지털경제 확산과 이를 위한 과학기술 지원 강화; 넷째,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기지 건설, 탄소배출 감축, 전통산업의 녹색 전환 등 탄소중립을 향한 지원강화 등입니다.
Q2. 올해 양회의 중국 정부업무보고서에서 고수준의 대외 개방 확대 의지가 재조명되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고, 중국의 대외 개방 확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서교수: 네.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확대 의지를 재조명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서비스산업 개방 확대 종합 시범 추진, 인터넷과 문화 분야 등의 질서 있는 개방 추진, 그리고 통신∙의료∙교육 분야 개방의 시범 확대 등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국 투자를 고려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3. 2025년 중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주요 성장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이러한 경제 활력이 한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교수: 저는 대외수출, 투자, 소비 등 3가지 요인이 중국경제의 주요 성장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중국경제에서 소비를 제외한 대외수출과 투자는 여전히 성장의 주요 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피크차이나(Peak China) 주장도 있으나 중국은 초대형 시장, 비교적 안정적인 산업체인, 지속적인 과학기술에의 투자 등은 여전히 강점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다소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중국정부의 재정확대 및 소비촉진정책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외수출과 외국인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미∙중 전략경쟁을 비롯한 대외적인 통상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시장 회복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중국정부의 수입 확대 정책 등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경제의 경기 회복과 경제 활력은 한국과 세계경제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다시 중국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4. 현재 세계는 새로운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고, 경제의 분열 및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서교수: 냉전(Cold War) 이후 국제 분업과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세계 경제와 무역은 물론이고 국제정치질서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중 전략경쟁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함으로써 세계 경제가 더욱 큰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을 비롯해 EU, 한국, 일본 등 주요국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공급망의 불안정성 가중과 전환이라는 문제를 경험했고 그 결과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바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며 많은 부분에서 비효율성이 커지고 국가 간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됩니다.
Q5. 중국은 다양한 산업의 중심지로, 그 경제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전자제품, 의약품 분야에서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중국의 공급망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중·한 양국 간의 공급망 협력 상황, 그리고 공급망 패러다임 변화 및 새로운 협력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교수: 네. 중국이 전세계 공급망 구조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중 간의 공급망 구조도 양국 간 무역 규모의 증가와 함께 상호 의존 및 보완관계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전자기계, 화학제품, 금속제품, 일반기계 등이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및 공급망 구조를 견인하는 핵심 품목입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미국의 무역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아세안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우회무역을 추진하는 동시에 원자재(50개 전략광물 중 30개), 중간재(생산점유율 40% 정도) 등에서 독점에 가까운 매우 높은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자체적인 첨단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실질적인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경제와의 의존도를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으로 강조하던 미국, EU 등도 자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디리스킹(De-Risking) 기조로 전환했다는 점은 중국의 공급망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패러다임 전환은 다시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른 생산부문의 비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한국, 중국, EU 등 WTO의 기능 회복을 희망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6. 서 교수님은 중국인민대학에서 중국투자론을 전공하셨고,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전문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대표처 대표 등을 역임하시며 중국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오셨습니다.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6주년입니다. 그간 중국의 발전 변화와 중국 경제가 한국 및 주변국, 나아가 전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서교수: 중국은 개혁개방정책 추진 이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경제에서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중국경제의 글로벌 GDP 순위는 WTO 가입 직전인 2000년 세계 6위에서 2010년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2위를 기록한 이래 G2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전통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5G, 로봇 등의 산업 발전을 넘어 AI+, 6G, 휴머노이드 로봇 등 최첨단산업의 육성 방안을 제시하는 등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 새로운 차원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경제는 글로벌 경제와 주변국 경제에 더욱 긍정적인 선순환 영향을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글로벌 질서에서 더욱 존경 받는 중국의 위상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주변국들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에 더욱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뉴욕 타임즈가 “세계 경제를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중국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중국은 실제로 수입을 확대하며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Q7. 올해로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10주년을 맞이합니다. 더불어 양국 모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는데, 이러한 협정들이 중·한 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FTA 체결 10년 동안 두 나라에 가져다준 혜택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교수: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래 무역, 투자,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한∙중 FTA 체결 및 발효는 한∙중 무역∙투자관계를 진일보 업그레이드하며 양국 간 경제통상관계와 인적 교류의 증가 등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중 FTA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중 무역 규모는 2015년 2,274억 달러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3,0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함으로써 한국의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2021~2022년 한∙중 무역관계는 (한미+한일) 무역관계를 합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4년 2,729억 달러에 그쳐 최고치 대비 300억 달러 정도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초민감 품목의 높은 비중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 둔화, 정치∙외교관계의 경색,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경제무역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2018년 이후 협상 중인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정의 조속한 체결과 발효, 미래지향적인 상호 보완성 강화 등 새로운 모멘텀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8.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중·한 양국이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가요?
서교수: 한∙중 양국은 새로운 한∙중 관계3.0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양국 개선 및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의 강화 속에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한∙중 관계 3.0과 같은 새로운 변화가 매우 긴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앞서 언급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조속한 체결 및 발효와 지방정부 간 교류와 협력 강화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양국 간 인적 교류의 증가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감안하여 유학생 교류의 활성화, 항공편의 복원 및 확대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 급감하고 있는 한∙중 유학생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중 교류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중 양국 간 경제무역 교류∙협력이 강화되고 양국 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국립부경대학교 중국학과 서창배 교수
서창배(徐畅培, SEO, CHANGBAE) 프로필
• 경제학 박사, 정치학 박사
• 한국 국립부경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한∙중사회과학학회(KCSSS)명예회장
[주요경력]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베이징대표처 대표
• 한중사회과학학회(KCSSS)제10대, 13대 회장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등재지-중국지역연구(JCAS)편집위원장
• 대한민국 주중대사관 경제전문가
• 신라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중국인민대학(中國人民大学)대학원(중국투자론)경제학 박사
• 한국 한양대학교대학원(중국통상론)정치학 박사
인터뷰: CMG∙한국 리포터 조미란 korean@cri.com.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