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두드리는 비가 지나간 후 숙연함을 자아내는 사당과 아늑한 정원들, 녹음속에 우뚝 솟은 패루(牌樓)는 모두 더 청신해 졌다. 함초롬히 젖은 돌 길을 따라 골목사이를 누비니 마치 거대한 사서의 글줄속을 오가는 듯 했다. 비 내린 뒤, 남병고촌의 사당에서는 비에 젖은 목조각의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서질당(敍秩堂), 상소당(尙素堂), 엽규광당(葉奎光堂)과 정가사당(程家祠堂)을 오가면서 나는 두터운 처마속에 서식하는 칼새를 놀랠까 저어해서 최소한 가볍게 발걸음을 뗐다.

(사진설명: 남병고촌의 건물)

골목어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한 노인은 사당에서 자손대대 살아오는, 우연(雨燕)이라고 하는 칼새는 예로부터 비 내리는 시간을 전후해서 사당의 대들보과 기둥사이를 날아다녔다고 했다. 보아하니 이 칼새는 역사를 증명하는 유일한 생명이다.

남병촌 건축물의 독특한 점을 보려면 정씨종사(程氏宗祠) 뒤쪽에 있는 "소양루(小洋樓)"를 찾으면 된다. 청(淸, Qing)조말의 늦 가을, 남병촌 거상 엽견오(葉堅吾, Ye Jianwu)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년간 외국을 드나들며 거부가 된 이 사업가는 부동산 기획에서도 자신만의 것을 만들려 했다. 그는 연속 며칠간 남병촌의 72골목과 수백채의 안휘성 특징의 민가를 배회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며칠이 지나 그는 전통적인 안휘성 특징의 건물이 아닌, 아치형 문이 있고 로마 풍격의 창틀이 있는 새로운 건물을 짓겠다고 선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햇빛을 충분하게 받을 수 있고 전망이 좋은 작은 빌딩이 사람들의 감탄속에서 전통적인 민가들속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 때 사람들이 이 건물을 서양의 빌딩이라는 의미로 "소양루"라고 부를 때 그들의 마음속에는 감회가 무궁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