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가에는 칠색의 무지개가 걸리고 푸른 나뭇잎에서는 진주같은 물방울이 굴러다니고 반춘원(半春園)의 고목과 화초는 더욱 생기로 넘친다. 이 반춘원의 고목은 남병촌에서 대표적인 봄빛이라고 할수 있다. 나는 봄빛이란 단순하게 지저귀는 새와 푸르름을 말한다면 조금 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이 봄빛이 "국가는 망해도 산과 물은 여전하도다 (國破山河在)"의 항일전쟁시기 "도시에 봄이 와 수풀의 녹음이 짙도다"를 의미한다면 그 함의가 더욱 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설명: 남병고촌의 건물) 

항일전쟁 초기에 소주(蘇州, Suzhou)와 항주(杭州, Hangzhou), 상해(上海, Shanghai)가 연속 일본군에 점령당했다. 그러자 <신보(申報)> 부 주필 주수견(周瘦鵑, Zhou Shoujuan), <소주검객(蘇州劒客)>의 저자 정소청(程小靑, Cheng Xiaoqing), <공산당 선언> 최초의 번역자 오도존(吳道存, Wu Daocun), 역사학가 장몽백(張夢白, Zhang Mengbai)등 많은 애국지사들은 일제와 매국노들의 손을 벗어나기 위해 분분히 이 남병촌을 찾아왔다. 그 때 남병촌에서는 전쟁의 포화와 총격은 없었지만 피난민의 신음소리로 넘쳐 이 곳을 찾은 애국지사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묵묵히 차를 음미하거나 부연 하늘을 바라보던 그들은 며칠 후 "고차시회 (苦茶詩會)"에서 많은 시들을 읊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시가 정소청의 7언 시구이다. "집을 잃고 나라가 망해 하늘끝을 가니 아득한 이 땅 꿈자리마저 어수선하구나. 마음속의 이 울분 그 어디다 하소연 하랴? 퉁소 소리 한 곡에 차 한 잔 하노라." 과연 산천은 여전한데 봄은 반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름지은 반춘원에서 애국지사들은 찬란하게 펼쳐진 눈앞의 기화이초를 보고 더욱 비감을 느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