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백양전의 연꽃)

갈대밭속을 가던 배가 넓은 수면의 호수에 이르렀는데 주변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호숫물은 은빛으로 찰랑이고 호심에는 연꽃이 만개해 있었다. 일망무제한 갈대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풀의 향기를 안고 가볍게 얼굴을 만진다. 하늘에는 가끔 물새들이 날며 귀맛 좋은 새소리를 낸다. 찬란한 햇빛이 수면을 비추며 무수한 은빛파도를 만들고 저 멀리에서는 뱃 노래가 들려와 조용한 호수에 생명을 부여한다.

우리가 탄 작은 배가 한 굽이를 돌아 언덕에 대자 나는 "야도무인주자횡 (野渡無人舟自橫)"-인적없는 나룻터에 뱃사공 없는 배 스스로 나아가는 경지를 느꼈다. 이런 경지는 그런 경지에서만이 느낄수 있는 것이리라. 저 수면위로 쪽배 하나가 흘러가는데 뱃 머리에 한 남자가 서서 노를 젓고 있고 뒷쪽에는 한 여자가 이쁜 모습으로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우리곁을 흘러가는 그 쪽배를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무릉도원에 있는줄로 착각했다. 그들은 그렇듯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내 머리속에 깊이 낙인을 찍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