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한쪽에서 본 조제교)

홀로 산과 물을 오가면서 나는 항상 감회에 젖어든다. 유구한 역사의 문화재와 청명한 대나무속에서는 마음을 누르던 무거운 짐이 비바람을 타고 가벼운 먼지로 변해 없어지고, 저 멀리 흘러가는 푸른 물속에서는 짧은 인생을 한탄하며 그 물위의 다리위를 오락가락하곤 했다.

푸른 물을 머리에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 물위에 떠 있는 다리가 생각난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고대 다리(古橋)가 많지 않다. 그 중에서 나는 강소(江蘇, Jaingsu) 양주(揚州, Yangzhou)의 이십사교 (二十四橋, Ershisiqiao)와 하북(河北, Hebei) 조현(趙顯, Zhaoxian)의 안제교(安濟橋, Anjiqiao)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봄이 되면 조현에는 생기가 완연하다. 배꽃이 만발하고 푸른 수양버들이 흐늘어지고 조현을 관통하는 강물위에는 흰 백양나무꽃이 떠가고 저 멀리 백림선사(柏林禪寺)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고요과 깨우침을 더해준다. 이 때 "천하 제일교"에 올라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나귀의 발자국과 손바닥 자국, 차바퀴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