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위에 앉아 잠간 숨을 돌리고난 나는 멀어져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허전함을 느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줄이야, 안돼, 나는 다시 일어나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두시간 뒤에 나는 끝내 정상에 올랐다. 먼저 올라가 있던 친구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맞이해주었고 나는 세계 최고봉을 정복한 듯한 기쁨을 맛 보게 되었다.

산정에 서서 저 멀리 바라보니 천태만상의 산봉들이 운무에 잠겨 몽롱함을 자랑하며 신비롭게 보였다.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날리니 구름속에 올라선듯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정상에 선 기쁨은 실로 말로 형용이 안 될 정도였다.

정상에 올라서야 서산에 올랐다고 할수 있고 서산을 다 읽었다고 할수 있다.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은 혹은 더는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혹은 자신의 새로운 방향을 잃어버리고 혹은 아예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의 정상을 오르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