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밤에 본 정호봉과 황제사)

나는 어느 청명 아침 보슬비를 맞으며 아침의 시원한 기운속에 선도의 정호봉 명소에 들어섰다. 시냇물위에 드러누운 돌 다리를 지나는데 삿갓을 쓴 농민이 소를 끌고 지나가고 우산을 받쳐든 시골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와 나는 일순간 아늑한 시골의 정취에 푹 빠져버렸다.

멀리 바라보니 물안개가 하늘를 떠 받친 돌 기둥을 감돌고 있었는데 그 돌 기둥이 바로 정호봉이었다. 정호봉은 뒤에 보허산(步虛山)을 업고 호계(好溪)라고 불리우는 물가에 우뚝 솟아 있다. 정호봉 정상에는 일년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 작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이 호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 가장 작고 가장 영롱한 호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