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묘족의 건물과 산과 강)

저 멀리서 졸졸 물소리가 들려오며 시냇물이 수림속을 달려나와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는 마치 세월의 심연속에 들어선듯 잠자고 있던 어릴적 꿈이 살며시 눈을 뜬듯 했다. 새가 날고 벌레가 뛰놀던, 어릴적 찬란하고 밝은 꿈이 전혀 색바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어제와 오늘의 사이의 환각에서 헤매고 있을 때 물소리가 더 높아지며 시냇물이 여울을 지나면서 햇빛아래 은방울같은 물방울을 튕기는 것이 보였다. 강가에서는 피리소리 은은하고 채색의 띠가 펄럭이고 있었다.

우리의 방문을 사전에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묘(苗, Miao)족 처녀들이 따라주는 감주는 더 멀리 가려는 우리의 기억을 잡아당겨 우리는 어릴적 기억에서 헤어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수면이 넓어지면서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파도가 일렁이는 강물은 흰 띠처럼 저 산속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 간다. 강위의 유일한 다리는 통 나무 몇 개로 무어 만든 목조다리였는데 그 다리를 통해서만이 자그만한 마을 남맹(南猛)으로 들어올수 있었다.

산 등성이에 위치한 남맹은 구름과 안개속의 동네였다. 푸른 기와를 떠인 나무집들이 너무도 멋졌다. 집집마다의 굴뚝에서는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바람결에 하늘거렸고 통나무에 칠한 검정색과 노란 옥수수, 빨간 고추가 묘족인의 삼색을 형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