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용천산의 산문)

용천산에서는 과거 해마다 음력 6월 열하루부터 열사흘까지 공연, 꽃 퍼레이드, 쇼핑을 망라한 절간장 행사를 가졌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과거 관리가 향을 피우던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열이틀날 저녁이 되면 옛 관리의 모양을 한 배우가 목욕재계하고 이튿날 이른 아침 새 옷을 갈아입고 아전들의 동행하에 성대한 의식을 차리고 기우제의 향을 피웠다. 관리가 돌아가고나서 공연이 펼쳐지고 장이 서는데 공연에서는 민간의 여러 가지 묘기가 선 보였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한 발로 108개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다. 그냥 한 발이 아니라 긴 나무다리를 한 발로 단 숨에 108개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일반 사람으로서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성대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용왕묘의 이 절간장 행사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기록이 없으나 단, 1950년에 마감을 장식하고 지금까지 더는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애석함을 감추지 못한다.

용천산이라고 하는 산 이름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용천산에서 비를 관리하는 용은 동해용왕의 아들이었는데 제때에 비를 내리지 않아 원래 부요하던 이 곳에 가뭄이 들고 황폐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 한 신선이 이 곳을 경유하다가 가뭄과 황폐의 원인을 알고 용을 찾았으나 그 때 용은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신선이 아무리 불러도 들은체를 하지 않자 신선은 화가 나서 동행용왕에게로 향했다.

아버지가 알면 노할 것을 두려워한 용이 몸을 일으켰는데 그 동안 체력이 약해져 그만 신선이 미는 밀차앞에 쓰러졌으나 신선이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용이 목숨을 잃게 도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용이 비를 내리려 비의 신을 불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몸속에 있던 물과 진주를 잇발사이로 내뿜어 비를 만들었다.

그래서 용천산에는 72개의 샘물이 생겨나 백부천을 형성했고 용의 핏자국이 남아 지금도 용왕묘 동쪽의 산골짜기에는 붉은 땅이 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전설을 들으며 맛있는 요리를 먹으니 몸과 마음이 전에 없이 시원해졌다.

(편집: 이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