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난 민들레

친구의 자취방을 찾아갔다. 먹거리 가공집이나 다름없어 항상 발길이 잦은 생활의 뙈기 밭이다.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기숙사식의 식용방식이 민들에 얼굴 대하기가 정말 미안해서 이기도 하다. 내 마음의 기계를 작동해주고 무사유통을 불러주는 윤활제만큼이나 되는 그 켜여오고 다듬어낸 알심어린 봄의 노동을 섭섭하지 않게 대접해야 할것이다.

가난과 친구가 못되면 유학생이 아니다. 여분의 고기붙이 같은것은 냉장고를 뜯어도 찾아 낼 길 없을것이다. 뒤로 걷다가 그야말로 억만 장자의 차에 걸려 넘어진 셈으로. 고기가 없음으로 단단히 민들레의 원맛 살려줄 좋은 시간을 갖게 되였다. 웰빙의 시대를 주름잡아 잡섞임이 없다는 원초의 맛 그것만으로 졸임은 제격일 것 같다. 슬그머니 웃음을 감추며 처음 만난 여자 친구의 손을 잡아주듯이 씀씀한 속에 달큼한 것을 스리슬쩍 곁들인 그 맛도 맛의 관광지 유람쯤은 될 것이다.

졸임을 필하고 나니 설겆이용 양푼 세개를 채웠던 싱싱 민들레가 다만 하나의 록엔록 통에 자신을 몽땅 담아버린다. 배율로 따지면 아마도 10배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 실망 같은 느낌이 시뿌둥해진 얼굴로 심정의 집을 크게 노크했다. 그에 응할 자세도 미비인데 친구는 한발 나온 푸념을 널어놓았다. 거의 두시간 동안 미화에 신경을 써가며 들락날락 튀기는 기름을 닦아내면서 졸여낸 것이 이 정도냐고,. 품값도 아니 된다며 서글픔에 불어난 기분의 통을 통통 두드린다. 양적으로 너무 충격적 실망이 되였던가 보다. 어쨌건 옆방에도 유학생의 자취방인데 그 친구네 집으로 냄세는 이미 다 갔으니 아니 나누어 먹을 수 도 없다고 한다. 가져다 맛 보이자고 했다. 친구는 자그마한 플라스틱 도시락으로 하나 가져다 선물하고 돌아왔다.

의외였다. 원래의 졸임통의 양이 나눔이 있었거나 줄어 들었다는 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

자신의 몸을 무한정 줄여 보관에 시끄러움 없도록 하고 있는 민들레의 고상한 처사임에 다시 한번 감동을 먹었다. 영양과 맛을 자그마하게 농축시켜 인간의 식도란 통로로 몸에 들어가서는 생명의 영양으로 살려는 기특한 약속으로 마음에 새겨보았다. 먹히움의 비애와 먹음의 잔임함에 앞선 인간에겐 필요한 양식이란 것 부터 생각하면서.. 인간의 몸안에 무형의 진을 친 독의 집을 허무는 해독제로 다시 살아보겠다는 민들레의 숭고한 미로 마음의 봄 그릇에 고스란히 담아둘 것 이다.

자연의 윤리는 늘 아름다움의 극치와 함께 함이다. 자연의 생리는 재생의 호르몬 그 자체인가 한다.

거듭 난 민들레의 얼은 생의 아량과 지혜의 본가를 자상히 밝힌 한권의 책을 선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