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辉
2020-06-18 11:34:08 출처:cri
편집:宋辉

특별한 날 먹었던-"잔치국수"

분식집이나 시장에서 가장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잔치국수다. 이름 그대로 잔치국수는 잔칫날 먹던 국수다. 그것도 예전에는 부모님의 장수를 축하하는 환갑잔치와 결혼잔치 혹은 아이 돌잔치 때 준비하던 특별한 음식이다. 그런데 왜 잔칫날 국수를 먹었던 것일까?

잔치국수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값도 싸고 준비하기도 간편하고 쉽기 때문에 잔칫날 국수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일생에 한 번뿐인 환갑잔치, 결혼잔치, 돌잔치에 값싸고 준비하기 쉽다고 국수를 내놓았다면 그것은 손님에 대한 결례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모독이다. 무슨 놀부 심보도 아니고 손님에게 허접한 음식을 내놓고 잔치의 주인공은 남몰래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잔치국수는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엔 그 어떤 음식보다 귀하고 훌륭한 음식이었기에 잔칫날 축하객으로 온 손님을 접대하는 음식으로 내놓은 것이다. 지금은 국수가 너무나 흔해졌기 때문에 잔칫날 국수를 내놓은 집은 거의 없어졌을 뿐이다.

잔치국수는 역사가 깊은 음식이다. 최초의 잔치국수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은 6세기 때 처음 문헌에 보인다. 중국 북제(北齊)의 황제 고양(高洋)이 아들을 낳은 것을 기념해 잔치를 열고 손님을 초대했다. 북조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북사>에서는 이 잔치의 이름을 탕병연(湯餠宴)이라고 기록했다. 탕병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라는 뜻으로 국수의 원형이 되는 음식이다. 국수는 국수인데 지금처럼 면발이 기다란 국수가 아니라 짧게 끊어진 칼국수나 수제비에 가까웠을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국수 면발을 길게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황제가 고관대작의 생일잔치 때 탕병, 즉 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이 자주 보인다.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신당서>와 <자치통감>에도 당현종이 생일날 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8세기 무렵, 황제의 생일잔치에 국수를 준비했으니 잔치국수는 이때 부자들 사이에 이미 유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잔칫날 특별히 국수를 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현종의 생일잔치에 국수를 먹은 것도 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들이 국수를 장수를 비는 식품으로 여기게 된 것은 당나라 때부터인데, 여기에도 까닭과 유래가 있다. 남송 때의 학자 주익은 <의각료잡기>라는 책에 당나라 사람들은 생일에 다양한 국수를 먹는데 세상에서는 이를 보고 장수를 소원하는 음식이라서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북송 때 사람 마영경도 <나진자>라는 책에서 당나라 시인 유영경의 시를 인용하며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으며 하늘의 기린만큼 오래 살기를 기원하노라”라고 읊었다. 기린은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기린이 아니라 하늘에 사는 전설의 동물로 거의 영생을 산다. 당나라 때부터 사람들이 국수를 먹으며 오래 살기를 기원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국수에다 오래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담아서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국수의 면발에 있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국수 면발이 길기 때문에 국수 가락처럼 오래 살게 해달라는 미신적인 소망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국수의 면발이 길어진 것은 당나라 무렵이다. 실크로드가 번창하면서 서역으로부터 수차를 이용한 제분 기술이 도입된다. 밀을 곱게 빻을 수 있게 되면서 밀가루 반죽으로 기다란 국수를 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평소 수수나 기장처럼 거친 음식을 먹고 살던 사람들이 고운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서 좋은 음식을 먹으니 오래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한편 중국 사람들은 생일날 장수를 기원하며 국수를 먹는다. 이른바 생일에 먹는 장수면인데 같은 한자 문화권에 있었던 한국은 왜 잔칫날 국수를 먹었을까? 하나는 미역국이라는 그들의 고유의 생일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밀가루는 진짜 가루라는 뜻으로 진가루(眞末)라고 부를 만큼 귀한 식품 재료였다. 그래서 회갑이나 돌잔치 같은 특별한 잔칫날에나 밀가루 국수를 먹으며 장수의 소망을 빈 것이다. 지금은 가장 값이 산 음식 중 하나인 잔치국수지만 예전에는 정말 귀하신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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