韩昌松
2022-01-17 16:03:50 출처:cri
편집:韩昌松

[중국 이해 키워드 30-2] 수교 30년史, 중국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중국 남부는 장마와 후텁지근한 날씨로 악명이 높다. 1995년 그런 남부 현지에서 시제품으로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한국 기후에선 없던 일이다. "

고민하던 경영진은 생산 제품 전량 수거를 결정했다. 10만 개의 초코파이가 불태워졌다. ‘초코파이를 불에 태웠다’는 소문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초코파이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과 신뢰가 커졌다. 오리온 본사 초코파이 개발팀은 1년여 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적정 수분 함량을 연구한 끝에 혹한에서 열사의 땅에서까지 변함없는 품질을 유지하게 됐다.

[중국 이해 키워드 30] 수교 30년史, 중국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1996년 2월 16일,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중국여성들이 한국산 초코파이를 사고 있다.

그렇게 1997년 중국에서 정식 출시한 초코파이의 이름은 하오리유(好麗友)파이다. ‘좋은 친구’란 뜻으로 오리온과 발음이 비슷하다. 한국 초코파이가 ‘정(情)’을 앞세운다면 중국 하오리유파이엔 2008년부터 ‘인(仁)’을 새겨넣었다. 중국에서 인은 사랑 또는 사람 간의 미덕을 뜻해 한국의 정과 유사한 의미다. 2016년 8월에는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의 특성에 맞춰 말차 맛을 가미한 제품도 출시했다. 중국의 오리온 초코파이 가격은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 이해 키워드 30] 수교 30년史, 중국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2008년부터 ‘인(仁)’을 새겨넣은 중국 하오리유(好麗友)파이

[중국 이해 키워드 30] 수교 30년史, 중국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2008년부터 ‘인(仁)’을 새겨넣은 중국 하오리유(好麗友)파이

이렇게 해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연구기관 ‘Chnbrand’가 발표하는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 파이 부문에서 2021년까지 6년 연속 1위를 지켜왔다. 이에 힘입어 오리온은 2020년 기준 매출액 2조2394억원 중 거의 절반인 1조909억원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중 수교 30년 동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양국 경제교류 초창기에 진출해 지금까지 중국인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셀 수 없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땅을 밟아 명멸을 거듭해 왔다.

수교 초기엔 신발, 완구, 보석, 의류 등 임가공 공장들이 진출했다. 값싼 현지 인건비를 활용하려는 노동집약형 산업들이었다. 칭다오(靑島)·옌타이(煙台) 등 한국과 가까운 산둥(山東)성을 중심으로 장쑤(江蘇)·저장(浙江)·광둥(廣東)성 등 공업지대가 밀집한 동부 해안지대에 터를 잡았다.

1990년대 중반엔 LG와 삼성 등이 생산하는 TV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백색가전이 중국 전역을 파고들었다. 아직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천양지차였고 미국·유럽·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월등했다. 이 시기 중국 지방 정부들은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에 목을 맸다. 한국에선 별 볼 일 없는 기업도 투자하겠다고 중국에 도착하면 도지사 격인 성의 당 서기가 공항까지 나와 영접할 정도였다.

2002년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 진출했다. 중국에선 지역마다 현지 회사와 외국 자동차 기업이 합자법인을 설립해 있다. 현대차는 발 빠르게 중국 제1 도시 베이징의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를 세웠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초의 합자계약이었다. 초기엔 한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인 사이에서 ‘셴다이쑤두(現代速度·현대속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급속 성장을 거듭해 2016년엔 180만 대 생산에 도달했다.

[중국 이해 키워드 30] 수교 30년史, 중국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업은?

2005년 9월 15일, 베이징 현대자동차 매장을 둘러보는 중국 고객들

2010년대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재 부문이 중국에 대거 진출했다. 이 시기 중국의 성장 전략이 투자·수출에서 내수·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유커(游客)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몰려와 한국 소비재 제품들을 경험해 갔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은 한류 드라마 〈대장금〉에 한상궁으로 출연했던 양미경 씨를 모델로 내세워 일약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락앤락은 ‘먹다 남은 음식은 버리는 것’이란 중국인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CJ는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과 외식 시장에서 지난해만 1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불량식품으로 인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중국에서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영화관인 CGV 역시 중국의 주요 멀티플렉스 중 하나가 됐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론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페이스샵, 메디힐 같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유럽 명품 브랜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사용 효능감은 오히려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런 성공 사례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초기에 중국에 진출했던 중소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주던 각종 혜택이 점차 사라지고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

결국 업주들이 몸만 빠져나오는 ‘야반도주’가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건비가 더 저렴한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옮겼다. 백색가전이나 건설기계처럼 한때 중국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던 많은 업종들은 10년 안에 중국 기업들에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혔다. 이른바 ‘10년의 벽’이다. 2013년 20%에 육박하던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밀려 1%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스마트폰 부진은 2016년 벌어진 사드(THAAD) 사태로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적잖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드 부지를 한국 정부에 제공한 롯데는 현지 백화점·마트들이 위생 문제 등 명분으로 강제 폐점 당하고 매출이 곤두박질친 끝에 2017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베이징현대도 2017년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판매량 감소를 면치 못했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양국 간 안보 문제가 민간 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30년 전부터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세제 혜택과 값싼 노동력에 힘입어 한국에서 둔화되던 고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고 자극받아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의 경쟁자로 떠올랐고 상당 부문은 한국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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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일, 시안시 곳곳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환영하는 입간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30일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방명록에 '시안 반도체 공장이 양국 공동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 바랍니다'라고 쓰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전자는 2013년 시안(西安)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한국을 따라잡겠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한가운데에 한국의 상징과도 같은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양국 30년 경제교류가 이룬 업적이다. 반도체처럼 양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펼치는 기술 경쟁은 미래 한·중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차이나랩 특임기자 이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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