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깨달음

가을이 오면 창밖으로는 여러 가지 향이 오간다. 연꽃의 청순한 향과 소나무의 담백한 향, 박달목의 짙은 향이 온 뜰안에 가득해 반타암에는 벌써 가을빛으로 가득하다. 봄날에 푸르른 애교를 부리던 감나무가 벌써 노란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고 문앞의 나한송과 녹나무의 잎은 색갈을 바꾸며 계절의 변화에서 무언가를 깨달은듯 하다.

가을산의 푸르름은 창망한 하늘처럼 넓고 티 없이 맑다. 가을물의 깊음은 연지(蓮池)처럼 짙푸르다. 소동파(蘇東坡)는 이런 시를 썼다. "1년중의 호시절 모두 기억하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귤이 노랗게 된 때이리라". 세월이 그러하니 인생도 마찬가지이리라. 가을은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그리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보타산의 가을은 성숙된 계절이다. 가을 바람은 그렇듯 유유하고 멋지고, 가을비는 그렇듯 구애없이 거칠고, 가을달은 그렇듯 우아하고 고요하고, 가을꽃은 그렇듯 세속을 벗어난 듯 초탈하다. 가을은 느낌의 계절이다. 불국에서 산은 영산(靈山)이고, 바다는 각해(覺海)이다. 찬란한 불등은 어제와 오늘을 비추고 아침저녁의 종소리는 불의 소리인듯 하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불국의 문화와 불교의 자비가 자유자재를 만든 듯 하다. 서기로운 해천과 빛나는 불국은 담백하고 깨끗한 세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