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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을 좋아하는 자 반역을 꾀한다
2008-01-04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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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택

세상에 구석을 좋아 할 이가 어디 있을까? 누구나 다 햇빛이 쨍쨍거리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혹여 누군가 "난 구석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그 사람의 진심이 아니다. 그것은 변명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어떤 반역이다.

쩍하면 시골에 처박히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자고로 이룰 수 없는 욕망의 발로 때문에 구석을 찾은 이들이 흔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진심으로 구석을 좋아하고 사랑했을 리는 없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꼭 그러했다. 깊은 산자락에 은둔을 해가지고 시조나 읊조리며 권력도 금전도 명예를 다 버린 것처럼 농부행세나 산인행세를 한다. 그러다가도 시기가 성숙되거나 자신의 희망사항에 딱 들어먹는 기회가 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거나 더 높은 자리에 바라 오르는 것이 그들의 본심이었다. 세상에서 은둔을 하는 자 모두 도둑이고 모두 반역자라고 할 정도이다.

나 역시 한동안 구석을 좋아하던 놈이고 지금도 구석에서 조용히 사는 게 행복이라 떠든다. 이것 또한 내 본심이 아니요, 어떤 반역이다. 어릴 적 내가 구석을 좋아했던 이유는 다리를 잘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처럼 마음대로 뛰놀 수 없는 상처 때문에 구석을 찾은 것이다. 구석이 좋지는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 적적하고 추웠다. 그렇다고 구석을 뿌리치고 애들이 뛰노는 곳으로 가기는 죽기보다 더 싫었다. 그들보다 처지는 내 모습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싫던 좋던 구석에서 그냥 살려면 적응을 해야 했다. 그 적응이 뭐냐? 혼자 노는 법을 배우는 일이요, 구석을 빠져나가는 욕망을 키우는 것이다. 혼자 곧잘 놀았다. 새라고 생각하면 나는 훨훨 날았고 왕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위엄이 도도했다. 그리고 혼자 사색하는 습관을 키워가기도 했다. 어린놈에게 사색하는 것이 있으면 그는 위대한 것이다. 나의 사색은 나를 아픔에서 구출해갔고 평범함에서 구출해갔다.

내 인생을 두고 처음 사색을 해보고 나의 욕망을 세웠다. 커서 작가 되는 일, 내가 이 구석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로라는 것을 믿고 동네의 책이란 책은 다 빌려다 보고 지어는 책을 빌릴 수 없으면 훔쳐서라도 보았다. 책 훔치는 일, 대단할 게 하나도 없었다. 구석에서 반역을 꾀하고 있는 나 본래 무서운 도둑놈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도둑질하기 위해 내 몸을 숨긴 곳이 바로 이 구석이 아닌가?

오늘도 나는 구석을 좋아하는 척 한다. 뭐가 잘 되지 않아서이다. 요즘 대수 글이나 써먹는 글쟁이인데 한번 대작가로 되고 싶다. 어린 싹 아직은 세상에 보일 수 없다. 천기를 가히 알 수 없으니 내 여린 싹이 찬 서리를 맞고 주저앉을까 걱정이 되는 일이다. 또한 휠체어에 앉아 사니 고속도가 쭉 뻗고 빌딩이 키 돋음을 하는 세상은 나한테 불편할 따름이다. 구석에서 반역을 꾀하는 일,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조용한 곳에서 꿈을 키우고 욕망을 만들어 본다. 멀지 않아 나 이 구석을 떠나는 날은 올 것이니 쾌지나 칭칭 노래나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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