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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동그란 웃음
2008-04-07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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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산

지금도 나의 기억속에 그녀는 아주 아름답게 간직되여있다. 웃을 때의 그 빨간 입술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하얗고 가지런한 이, 여태껏 나는 그같이 동그란 웃음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1969년 내가 소학교 5학년때였다. 그해 이른 봄에 우리 앞집의 쿵작작이가 장가를 갔다. 쿵작작은 우리가 지어준 별명이고 그의 원명은 리원손이다. 그는 키가 난쟁이를 벗어날가말가한데다 오관이 오밀조밀했다. 엎친데 덮치기로 소아마비 후유증에 오른 다리를 살짝살짝 절고 다녔다. 그래서 우리들 장난꾸러기들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쿵작작 쿵작작하고 놀려주기가 일쑤였다. 원손이가 밸이 나서 몸을 돌쳐서면 바지런히 따라가며 절주를 맞춰가던 조무래기들은 돌총질에 풍긴 새처럼 우야─ 흩어져갔다.

원손이는 동갑들이 안해를 맞고 아들딸 낳고 살 때까지도 결혼을 못하고있었다. 아무리 출신을 내세우는 세월일지라도 키작고 병신인 원손이를 돋보이게 할수는 없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 유일한 렬사의 아들이였던것이다. 그래도 장가비위만은 강해서 처녀말만 나오면 귀가 입구자로 네모번듯하게 벌어지군 했다. 그러던 그가 마을에서 일등장가를 든다는것이였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원손이의 출신보다도 지대덕이라는것이였다

우리 마을은 평강벌 웃목에 자리잡고있었다. 가물, 장마, 평년이 엇바꿈하던 그 세월에도 우리 마을만은 농사근심이 없었다. 아무리 가문 해라고 해도 강바닥이 마르는 법이 없었고 장마가 좀 무서운것이긴 해도 강뚝이 든든해서 논을 떼울가봐 겁낼 필요가 없었다. 농사군이 살기엔 둘도 없는 락토였다.

그날 아침 푸름해서 원손이는 손잡이뜨락또르를 타고 색시 맞으러 갔다. 어뜩새벽에 뒤를 보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서 뒤간으로 나왔다가 나는 우연히 그들의 잔치행차를 목송(目送)하게 되였던것이다. 30고개를 넘도록 장가도 못가냐고 무던히도 놀려대더니만 손잡이뜨락또르까지 타고 제일 멋진 행차였다. 지난해 우리 누이가 시집을 갈 때만 해도 소수레에 이불보따리를 처싣고 갔는데.

한낮이 되자 20여호의 오붓한 동네는 들썩들썩했다. 떡메질소리가 떵떵 울리고 탁주와 청주대야가 뻔질나게 오갔다. 생산대장은 고양이손도 빌어쓸 봄파종인데도 원손이의 잔치때문에 하루 휴식을 선포했다. 경사나 상사나 가정울타리를 벗어나 온마을의 공유로 되는 풍속이 용케 보장되여왔던것이다.

우리 집 정주간에서는 아낙네들이 밥가마에 분틀을 올려놓고 메밀국수를 누르느라고 법석댔다. 마을의 남녀로소가 저녁 한끼를 배를 두드려가며 먹을수 있을 엄청난 국수를 누르느라고 그녀들은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서 돌아갔다. 매돌에다 메밀을 갈아내는 족족 이마에 차분히 내리덮인 고슬고슬한 머리에 묻은 메밀가루를 털새도 없이 어머니는 바닥에 쪼크리고 앉아서 채질을 했다. 그러면 시어머니가 될 앞집 원손이의 어머니가 가루가 빠지는대로 힝 담아 올려다가는 물을 주고 꾹꾹 눌러서 반죽을 했다.

<<원손의 에민 쉬라우. 여태 잔치준비로 곤할텐데... >>

누군가의 권고에 원손의 어머니는 시물시물 웃으며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었다.

<<내사 힘이 우쩍우쩍 난다니께. 그자식 서방비위가 날 때면 왜 병신을 만들었느냐구 성화도 성화더니만 끝내 장가를 들게 됐으니... .>>

그리고는 국수가 뿌직뿌직 내리는 설설 끓는 가마에 길쭉하게 만든 떡을 한번씩 잠그어냈다가 분틀확에 힘있게 꾹꾹 밀어넣었다.

<<자, 누르라구. 배에 지긋이 힘을 주어야지 너무 힘을 주면 국수오리가 끊어진다우.>>

저녁편에 신부의 행차가 당도했다. 통통통... 여무진 손잡이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동구밖에서 오래도록 울렸다. 장난이 심한 청년들이 길에다 소수레를 엎어놓았던것이다. 상빈으로 따라갔던 원손이의 연길 삼촌이 색시가 원로에 지쳤으니 길을 틔워달라고 빌었다. 신부집이 장인에서도 골을 타고 천보산쪽으로 한참 간다니 백여리가 푼하다.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배에 기름이 모자라서 수레를 들 맥이 없다는것이였다.

이윽고 원손이의 어머니가 작은 소반에 술과 안주를 받쳐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달려왔다. 한잔 잘된 사람들이 얼싸절싸 풍을 달며 그뒤를 묻어나왔다. 옛날 두레판에서 선줄이였다는 우물집 아바이는 탁구뽈이라도 문것처럼 볼을 잔뜩 불궈가면서 나니니나니 난실나니...새납을 이쪽저쪽 돌려댔다. 온마을이 며느리를 맞는 들뜬 기분이였다.

손잡이뜨락또르를 둘러싼 사람들을 비집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신랑 원손이하고 그의 연길 삼촌외에 낯모를 사람 일여덟이 뜨락또르 적재함에 앉아있었다. 적재함 한복판에 탄자를 깔고 앉은 신부는 잔뜩 고개를 떨어뜨려서 좀해서 얼굴을 볼수 없었다. 그녀의 무르팍우엔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가 당실하니 얹혀있을뿐 아무런 물건도 없었다. 후에 원손의 어머니가 우리 집에 마실 와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 신부집에는 공밥 먹는 사람이 없이 누구나 다 튼튼한 일군이라는데 신부행차가 빈털터리인걸 보면 가난해도 여북 가난한 곳이 아닌것 같았다.

<<자, 한잔들 했으니 길이나 내볼가.>>

청년들은 손등으로 입역을 쓱쓱 문지르며 수레께로 다가갔다. 그런데 키가 껑충하고 희멀끔한 춘일의 형님이 구두발로 수레채를 꾹 눌렀다.

<<가만, 이건 술로 되는 일이 아니라니. 신랑신부가 춤으로 응원을 해야 힘도 낼게 안야!>>

모여선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쳐댔다.

연길 삼촌이 신랑, 신부를 대신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것이니 안되는가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신랑의 다리가 부실한걸 생각해서 자원해나선것이였다. 그러나 통과될 리가 만무했다. 신랑이 노래를 부르고 신부가 춤을 추는것이 어떠냐는 신부측 좌상의 제기도 뭉척 허리가 잘려나갔다. 신부가 노래를 하고 신랑이 춤을 춘다면 몰라도 그렇게는 할수 없다는것이였다. 나는 춘일의 형님이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병신을 골려주어도 분수가 있어야지.

원손이가 뜨락또르에서 풀쩍 뛰여내렸다. 그는 옷깃을 잡아펴면서 시물시물 웃었다.

<<동무, 노래를 부르오. 내가 춤을 추지. 오늘같이 기쁜 날에 춤을 못춘대서야 말이 되겠소.>>

그 말에 신부가 얼굴을 쳐들고 놀란 눈길을 신랑한테 날렸다. 그제야 나는 얼핏 신부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닭알형의 단아한 얼굴이였다. 살결이 희긴 했어도 우리 누이처럼 맑지는 못했다. 눈은 울어서 팅팅 부어있었는데 피발이 선 눈동자에는 비애의 그늘이 못박혀있었다. 우리 누이도 시집가던 날 울었다. 집문에서 삽작문까지 여라문 발자국을 가면서 걸음걸음 뒤돌아보며 그렇게도 섧게 울었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나서는 히히닥닥 웃으며 이야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신부는 몇시간 백여리길을 조여왔으면서도 그냥 울고있으니 별일이다. 나는 속으로 픽 랭소했다. 원손형님이 일등장가를 간다고 마을이 들썽하더니 기실 우리 누이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 누이는 그녀보다 키는 작아도 웃을 때마다 입역에 오물오물 보조개가 패이고 눈에 정기 돌고 두볼이 빨갛게 익었다. 그런데 신부는 전연 웃을 줄을 모르지 않는가!

이윽고 청년들의 억지에 못이겨 신부는 차에서 내려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도 우리 누이처럼 은구슬 구을듯한 맑은 목청이 아니라 쉑쉑 쉰 목소리였다.

대해항행은 키잡이에 의거하고

만물의 생장은 태양에 의거하네

신부의 노래는 비애에 젖어있었다. 그러건말건 원손이는 흥에 겨워 춤을 췄다. 오른발은 땅에 붙인대로 고정시키고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했다. 동시에 노를 젓는 모양으로 두팔을 허리와 같이 내리드리웠다가는 들어올리고 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다고 벅적 끓어댔다.

나는 그녀의 데트론 웃옷을 떠들고 봉긋이 솟아오른 젖가슴에 눈길이 갔다. 보지 말려고 해도 자꾸만 눈이 그리로 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나는 옆을 힐끗힐끗 살폈다. 그 어떤 도적행실을 하는것처럼 가슴이 후둑후둑 널뛰듯하는것이 이상스럽다.

잔치후 원손의 어머니는 거의 매일밤 우리집으로 마실을 와서 밤깊도록 놀다가 갔다. 이전에는 한숨만 풀풀 쉬더니 며느리를 삼은 후로는 벌씬벌씬 웃기를 잘했다. 말끝마다 며느리 자랑이였다. 웃지를 않는게 흠이라곤 하지만 계집이 웃음이 헤프면 바람을 피운다는둥, 말이 적어 속이 답답할적이 있지만 여간 듬직한게 드놀 사람이 아니라는둥... 남의 눈엔 허물로 보이는것을 원손의 어머니는 재삼 칭찬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를 가지 못했다. 함박만하게 벌어져있던 그녀의 입은 차츰 졸아들더니 얼마 안가서 완전히 붙고 또 찌그러졌다.

<<아무리 산골년이기로니 저같이 례의범절을 못갖출변이라구 있나. 허나 성하나 제 남편이니 남편공대는 하고봐얄게 아닌가! 그런데 남편과 한상에 마주앉아 밥먹는 꼴이란... 옛날같으면 언녕 밥상이 번져지고 주먹벼락이 떨어졌지. 난 애아버지 앞으로 소반에 챙겨올리고는 가마목에 돌아앉아 입안의 밥알이 남의 눈에 띄일가 오물오물 씹었다니까.>>

<<산골에서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는 사람이 어째 저러는지 모르겠다니. 먹다나머지 밥도 아까운줄 모르고 구정물에 버리지를 않나. 빤쯔부터 첫날 치마저고리까지 몽땅 꾸려서 데려왔더니 시집엔 뭐나 흔해빠진줄 아나베. 그게 어떤 돈이유. 청상과부로 나서 먹지 않고 입지 않고 한푼 두푼 모아온 돈인데 흑흑...>>

<<벙어리 속은 난 에미도 모른다고 이건 석달 열흘이 가도록 말을 하나, 한번 웃기를 하나... >>

자랑거리로 혀끝에 올랐던것들이 점차 흉허물로 이빨짬마다에 깨물렸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앞집 며느리의 데트론 웃옷을 떠들고 봉긋이 솟아오른 젖가슴이 눈앞에 삼삼히 밟혀왔다. 내가 본 소설에서 아름다운 젖가슴에 대한 묘사들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그녀의 젖통으로 안겨오기도 했다. <<려랑영웅전>>에서 본 밀가루만투처럼 새하얗고 호함진걸가? 그리고 젖꼭지는 어떻게 생겼을가? 건포도와 같은 어머니의 그것이 아니라 물기가 촉촉한 포도알같을거야. 나는 그녀를 보면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 그녀가 마치도 나의 추접스러운 속생각을 빤히 들여다보고있다고 생각되였던것이다. 그리고 이상스러운것은 그녀가 보는 데서는 어깨를 잔뜩 추슬려올리며 의젓하게 보이려는 심사였다. 어떤 때 그녀를 길에서 만나면 나는 흠칫 놀라 저도 몰래 가슴을 쭉 펴고 지나갔다. 나는 그녀가 나의 머리를 귀엽다고 쓸어주는것이 딱 질색이였다. 속상해서 울고만 싶었다. 그래 내가 아직도 철모르는 아이란말인가?

그날도 어뜩새벽이였다. 이불밑에서 참다못해 변소로 달려갔다. 앞뒤집 공용으로 앞마당 돼지굴옆에 나무판대기로 만든 변소가 어쩌면 그렇게 멀던지! 나는 잔뜩 홍문에 힘을 모아들이면서 변소문을 펄쩍 열었다. 순간 나는 그만 그대로 굳어졌다. 앞집 새색시가 쭈크리고 앉아서 뒤를 보는중이였던것이다. 변소문은 안으로 걸게 돼있었다. 그러나 새벽이라 그녀는 문을 걸지 않고 시름놓고 앉이있던차였다. 시리시리하고 허여멀쑥한 넙적다리하고 호를 그린 엉뎅이가 측면으로 언뜻 눈에 담겨왔다. 일조에 전신의 피가 역류해서 머리로 모여들듯 나의 얼굴은 화끈해났다. 그녀도 미처 일어설새도 없이 뜻밖에 당한 일이라 얼굴이 새빨개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일어서자니 그럴 처지가 못되고 앉은대로 살을 가릴수도 없었다. 나는 단 부저가락을 잡았던듯 문고리를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이웃집 변소로 줄행랑을 놓았다. 그후 나의 머리속에는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대신 호함진 엉뎅이와 허연 넙적다리가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상상은 나래가 돋혀 자꾸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좀더 오래, 다시 한번만 더 보았어도... 나는 후회되기도 했다. 정말 맹랑스러운 일이였다.

그후 나는 될수록 그녀를 피해다녔다. 그래야 하는 리유가 무엇인지 나는 지금도 알수 없다. 무의식간에 그녀의 벗은 엉뎅이를 봤대서? 지금처럼 어른이 된 처지라면 멋적게도 생각되겠지만 그때의 천진한 마음에 유예되는 것이 뭣때문이였을가? 분명 나는 사내로 자라고있었던가 본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모내기가 끝나 한숨 돌릴새도 없이 사람들은 김에 쫓겼다. 낮이면 마을에는 로인들과 병자와 아이들뿐이였다. 마을은 텅텅 비여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날 나는 춘일이를 바자굽에 보초를 세워놓고 앞집 터밭으로 살금살금 돌입해갔다. 터밭 중간에 높이 자란 살구나무에는 나의 주먹만큼씩한 백살구가 가지 휘게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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