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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동그란 웃음
2008-04-07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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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지띠를 질끈 동이고 다람쥐처럼 쫑드르르 살구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빨갛게 노랗게 익은 살구를 따서 내복목깃으로 배에다 집어넣었다. 배는 자꾸만 불룩해져서 잠간새에 <<지주배>>가 되었다. 더 넣을데가 없게 되자 나는 내리려고 했다. 바로 그때 덜컥 문소리가 났다. 나는 등골이 섬찍해났다. 앞집 며느리가 집안에서 돼지죽그릇을 무겁게 들고 나왔다. 이게 웬 일인가? 아까 잠자리를 잡는척하고 <<정찰>>을 할 때만해도 문에 자물쇠가 잠궈져있었는데! 기필코 쉬는참에 돼지죽 주러 달려온것이리라. 춘일이새끼하고 보초를 서랬더니 뺑소니를 친 모양이다.

다행히 그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돼지굴께로 돌아섰다. 나는 숨이 한줌만해서 나무에 몸을 붙이고 있다가 급급히 나무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눈길이 나무께로 옮겨왔다. 바빠맞은 나는 나무가지에서 허망 공중 풀쩍 뛰여내렸다. 방정맞게도 발을 빗디디면서 나뒹굴었다. 자칫했더면 큰 사고를 칠번했다.

<<아니구머니!>>

그녀가 돼지죽그릇을 떨구며 놀라 부르짖었다.

야단이 났다. 지난해에도 나는 살구를 훔치다가 원손의 어머니한테 멱을 잡혔었다. 원손의 어머니는 나의 뺨을 찰싹찰싹 치고도 성차지 않아 우리 집까지 끌고 가서 판을 쳤다. 어머니는 나보다도 원손의 어머니의 노는 꼴이 미워서 욕벼락을 쏟았고 형님은 보다못해 주먹세례를 주었다. 내가 빌면서 얻어맞는데도 원손의 어머니는 좀해서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도 큰도적이나 잡은듯 온마을이 떠들썩하게 법석댔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의 심정이 리해도 된다. 그때 촌사람들의 여름과 가을 한철의 소비돈은 과일나무와 터밭의 남새에 기탁했던 것이다.

나는 더럭 겁이 났다. 어쨌든 그녀의 손에 잡히지 말아야 한다. 나는 울바자를 뛰여넘어 도망치려고 벌떡 일어섰다. 발목이 따금해나며 가슴이 쿡 맞혀왔다. 나는 그 자리에 폴싹 물앉았다.

<<얘야, 다치지 않았니?>>

그녀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겁을 먹은 나는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했다. 도망치려고 해도 이미 때를 놓쳤고 가령 잡히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이미 발각된것만큼 영낙없이 야단을 맞는다.

<<애두, 뛰여내릴건 뭐니. 내가 괜히 눈길을 돌려서 그만 놀라게 했구나.>>

그녀는 나의 발을 주무르면서 시름을 놓으라는듯 샐쭉 웃어보였다. 일에 지쳐서 터갈라진 입술새로 새여나오는 가?한 이, 어쩌면 그 웃음이 동그랄수가 있을가? 이처럼 아름답게 웃는 녀인을 어찌 나무릴수 있을가? 나는 원손의 어머니가 불쑥 미워났다. 그리고 사내로서 멋적게 녀인의 손에 발목을 잡히고 울자울자 앉았는 자신이 면구스럽기가 한정없었다. 쬐쬐하게 살구를 훔치다가 잡혔으니 얼마나 창피스러운가! 그런데 발목을 주무르는 그녀의 손길이 싫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오동통한 손목과 여윈듯한 작은 손과 가늘고 긴 손가락은 백옥같았다. 나는 전신이 짜릿한감을 느꼈다. 누이의 손길보다도 더 부드럽고 살뜰했다. 나의 눈길은 그녀의 가슴께로 갔다. 얇디얇은 나이론 적삼속으로 봉우리처럼 솟아오른 젖통이 들여다보였다. 젖꼭지라고 짐작되는 단추처럼 볼록 솟은 부분이 한결 감상적이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절룩절룩 냅다뛰였다. 창피하고 분했다. 다가 춘일이새끼때문이야!

우사칸마당에서 춘일이를 찾아낸 나는 다짜고짜로 가슴을 콱 밀쳤다.

<<겁쟁이! 너하곤 안논다!>>

춘일이는 궁둥방아를 찧고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도 미안을 느꼈는지 대들지는 못하고 와─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방목을 마치고 돌아오던 춘일의 형님이 나타났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두손으로 허리를 짚고 뻗치고 서있었다.

찰싹! 춘일의 형님의 귀뺨 한매에 나의 코에서는 피가 흘렀다. 나는 손등으로 코밑을 쓱 문지르며 대들었다.

<<왜 때려! 씨, 누가 잘못했게?>>

나는 춘일의 형님한테 악감을 먹었다. 나는 울지 않고 이를 앙당그려물었다.

그 순간의 못된 생각이 나의 영원한 비극의 시초였다. 씻을래야 씻을수 없는 량심의 빚,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악몽같은 참극...

그날 마을에서는 남녀로소를 총동원해서 기대봉으로 아마뽑으러 갔다. 집집마다 색다른 음식을 갖추어갖고 갔다. 늘 일에 몰려서 사는 촌사람들한테는 온 마을이 함께 산으로 일하러 가는것이 시내사람들의 들놀이나 마찬가지였다. 일손을 놓고 마음 편히 놀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점심늦게까지 일을 끝내고서 패패로 모여앉아 늦은 점심들을 먹었다. 술도 있고 안주도 좋았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술잔을 돌려가며 권커니 작커니 마셔댔다. 얼근히들 술이 되자 춤판을 벌렸다. 대장은 탁주대야에 엎어놓은 바가지를 저가락으로 잡아두드리며 스리슬슬 타령을 뽑아넘겼다.

농부일생은 무한이로다

춘경추수는 련년사로다

옛날에는 두레판에서 한몫씩 했던 수염이 꺼칠꺼칠한 늙은이들이 술독이 올라 불깃불깃해진 얼굴을 해가지고 팔을 너울거리며 돌아갔다. 아낙네들도 손장단 발장단을 치며 흥을 돋구었다.

나는 점심술을 놓자 절벽께로 치달아올라갔다. 기대봉마루에 올라서면 남향쪽에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있다. 절벽가에는 딱총나무가 콱 우거졌고 절벽중턱에는 숱한 비둘기둥지가 있었다. 한번 산으로 오기가 조련찮으니 이런 기회에 딱총나무를 끊어다 딱총도 만들고 또 재수가 좋으면 산비둘기도 잡아다 기를지 모르는터였다.

나는 여러번 다녀본적이 있는 길로 애나무숲을 헤치며 절벽을 내리기 시작했다. 얼마쯤 내려가서였다. 저만치 나무숲에 가리운 천연동굴속에서 두사람이 서로 끌어안고있는것이 언뜻 눈에 띄였다. 우에서는 바위에 시선이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였다. 직감적으로 그녀를 알아볼수 있었지만 저쪽은 누구인지 등을 돌려대고있어서 짐작이 쉽게 가지 않았다. 둘은 끌어안고 입술을 감빨고있었다. 왜 입술은 빠는걸가? 나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텔레비죤은 물론 라지오도 조만해서 없었고 또 남녀치정은 죄악으로 치급되던 때라 나는 의문스럽고 신비하기만 했다. 그녀는 넙적한 등의 사내의 품에 안겨서 취한듯 눈을 꼭 감고있었다. 그녀를 한껏 껴안고 시들은 꽃같은 입술에다 긴 키스를 달리며 사내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였다. 사내의 손이 등으로부터 녀인의 배앞으로 당겨졌다. 녀인의 시허연 배가 내놓였다. 사내의 거친 손이 나이론적삼밑으로 해서 젖가슴께로 파고들어갔다.

나는 온몸이 짜릿해나며 가슴이 높뛰였다. 그녀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마주하니 훔쳐보고만 있는것이 한스러웠다. 일종 유치한 질투였다.

그 사내의 손이 나이론적삼을 젖가슴우에까지 치켜올렸다. 봉긋하고 호함진 젖통이 내놓였다. 그 사내는 녀인의 젖가슴에 마구 볼을 비벼대더니 갓난애마냥 젖을 빨아댔다. 그녀의 얼굴에는 마냥 미묘한 동그란 웃음이 감돌았다. 육감적이고 감상적인 경희의 웃음이였다. 나는 그런 웃음을 처음 보았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다.

갑자기 그녀는 두팔로 사내의 목을 껴안으며 흑하고 울음을 삼켰다. 사내는 녀인의 바지띠를 더듬어 풀고있었다. 본능적으로 녀인의 손이 사내의 손을 틀어잡았다.

<<안돼요!>>

<<왜 안돼? 그래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말인가? 렬사의 며느리의 명예에 손상을 줄가봐서?>>

사내의 거친 말소리!

아, 춘일의 형님이였다. 안된다는데 저 자식은 왜 고집이야! 그런데 앞집 아줌마는 너무도 나약해. 허리띠가 막 풀려가고있는데도 안된다는 소리뿐이 아닌가! 나는 그때 어른들이 바지띠를 푸는 그 진정한 속내를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춘일의 형님이 그녀를 해치고있다고만 믿어졌다. 내가 본 소설에서는 나쁜놈들만이 저런 행위를 했던 것이다. 나쁜놈의 짐승같은 힘에 겁을 먹은 녀인들은 거개가 기혼을 했다고 적혀있었다. 그것처럼 그녀도 가만히 있는것을 보면 춘일의 형님의 완력에 눌려 맥을 버렸다고 생각되였다.

나는 어서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나는 오던 길로 되돌아 벼랑을 톺아올라갔다.

춤판은 열이 올라 비등점에 이르렀다. 마을의 형님, 누나들도 끼여들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는 사람들속을 헤치고 다니며 원손형님을 찾았다. 거기에는 없었다. 그제야 나는 아까 등허리에 낫을 차고 골안쪽으로 가던 생각이 피끗 났다.

나는 그리로 달려갔다. 원손이는 깸나무를 베기에 한창이였다. 나는 먼 발치에서부터 소리를 쳤다.

<<원손형님, 어서요!>>

원손형님이 앞에서 쿵작작 뛰고 나는 그뒤를 할딱이며 따라갔다.

아래켠 아마밭에서는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그냥 흥겨웠다.

벼랑우에 이르자 원손이는 발구를 탄듯 주르르 아래로 미끄러져내려갔다. 동굴까지에는 경사가 져있어서 내려가기가 쉬웠다. 나는 절벽우에 걸음을 멈추고 서있었다. 나는 볼을 어루만졌다. 춘일의 형의 주먹에 얻어맞은 볼이였다. 잘코사니!

이윽고 동굴쪽에서 와작와작 고아대는 소리가 혼잡하게 들려왔다.

<<잘들 놀아댄다. 이년들아!>>

<<왜 이래, 원손이! 좀 소릴 낮춰!>>

<<뭐야? 그래 내가 영 머저린줄 알았던가! 년놈들의 꼬리를 밟은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였어!>>

<<죽을 죄를 졌으니 용서하라구.>>

원손이의 벼락치듯하는 노한 소리와 춘일의 형님의 겁에 질린 맥빠진 소리가 엇바꾸어 날려왔다. 두사내의 울부짖는 소리에 그녀의 흐느낌이 섞여있었다.

나의 마음은 옹송그러졌다. 벅차오던 통쾌감은 일시에 사라지고 말못할 죄책감이 갈마들었다. 원손형님한테 알리지 말았을걸 그랬다고 후회되기도 했다.

<<이년, 옷을 입지 못할가! 어서, 대대치보한테로 가자!>>

<<원손이 좀 사정을... >>

<<이자식은 왜 자꾸 성가시게 노는거야! 죽고싶냐?>>

투닥투닥하는 소리가 나는걸 들어서 싸움이 붙은 모양이였다. 아뿔사, 이걸 어쩌나! 원손형님도 너무해! 싸울건 뭐람! 싸워서 이긴다면 몰라도 병신몸으로 일을 크게 만들 필요까지 있는가말이다. 나는 그때 원손형님이 뭣때문에 하늘을 찌를듯 분이 올라 씩씩거리는지를 리해할수 없었다.

<<이러질 마세요! 여보, 말로 하세요. 낫에 사람을 상하겠어요.>>

그녀의 바쁜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전에 <<아이쿠!>>하는 비명소리가 울려왔다. 그다음 <<으악!>>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뭔가 거뭇한 것이 깎아지른듯한 절벽아래로 곤두 떨어졌다.

* * * *

그해 겨울 나는 향소재지에 있는 중학교로 들어갔다.

겨울치고는 유난히 따스한 날 중학교운동장에서는 심판대회가 열리였다. 묵직한 패쪽을 목에 멘 죄인들이 붉은 완장을 두른 무장민병들의 손에 목덜미를 눌리워 끌리다싶이 간이무대에 올라섰다. 한무리의 <<반혁명분자>>들속에 녀성이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앞집 색시였다.

그날 원손의 낫에 춘일의 형님이 찍히워 죽고 원손이는 벼랑에 떨어져 절명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원손이가 무의식간에 춘일이를 찍고 엄청난 사실에 정신이 아찔해서 뒤주춤하다가 그만 벼랑에 떨어졌다는것이였다. 그러나 누가 그것이 정말이라고 믿을것인가! 그날저녁 원손의 어머니한테 반주검이 되게 얻어맞은 그녀는 뭇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체포되여 갔던것이다. 웬간해서는 남을 욕하지 않는 어머니까지도, <<잘난 계집은 처마밑에서 도는 법>>이라면서 원손이를 동정했다.

그녀는 여간 축간것이 아니였다. 닭알형으로 단아하던 얼굴은 두볼이 홀쪽하게 꺼져들어갔고 아래턱은 칼날같이 뾰족했다. 눈꼬리가 약간 쳐들린 그녀의 얼굴빛은 나뭇잎같이 새파란 것이 혹형에 모대긴 흔적이 력력했다.

그녀는 간통죄에다 렬사의 아들을 박해한 반혁명죄로 15년 도형에 떨어졌다. 나는 이 모든것이 나때문이라고 침통히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분명 내가 판결을 받고있다고 실감되였다.

그녀의 말라터진 입가에는 허구픈 미소가 피여있었다. 나는 그 미소가 동그랗다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동그랄수가 없었다. 모가 난 웃음, 뭔가 힘있게 나를 찔러주는 웃음이였다.

지금 그녀는 어디에서 살고있는지?

아, 나는 동그란 웃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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