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외 1수)
김병활
젊은 시절의 꿈 하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서재 한칸
그것만 있으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것 같았다
수십년뒤 할아버지 다 되여
그 꿈 이뤄졌는가
늙어빠졌다는 소리가 들릴 즈음에
바라던 서재가 차려졌다
그런데 어느날 손자가 생기면서
거실을 내주고 이 서재로 옮겨와
나는 홀로 살게 되였다
서재 방바닥에 혼자 누워 침대도 없이
책장으로 꽉 들어찬 네 벽과
백지 같은 천정을 멍하니 바라본다
문득 고대 제왕의 릉묘(陵墓)속에
누워있는것만 같았다
살아서 책과 씨름하고도 모자라
이제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나
서재에 혼자 누워
순장품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이 역시 숙명인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