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1등수상 작품
<잊지 못할 일>
나에게는 나보다 다섯 살 아래인 귀여운 동생 필성이가 있다.
내가 열 살이 되던해 여름방학이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밭으로 일하러 나가시면서 나에게 동생 필성이를 돌보라고 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마당에서 필성이와 이것저것 놀기도 하고 보살펴주기도 하였다. 날씨가 더워지자 집안으로 들어가 텔레비죤을 보고있는데 그만 스르르 잠이 들고말았다. 얼마후 깨여나보니 필성이는 과자며 과일이며 우유며를 한가득 구들에 널어놓았고 온 몸에는 과일즙과 우유가 가득 묻어있었다. 얼굴은 말그대로 도깨비상이였다.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였다. 나는 그래도 형구실을 한다고 윽박지르며 필성이에게 한바탕 고아댔다.
그래도 필성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히히닥거리며 그냥 제놀음에만 몰두했다.
나는 필성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독에서 물을 퍼내 그의 얼굴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그런데 필성이가 어느새 내손에서 빠져나와 도망쳐버렸다. 나는 <왝왝> 소리치며 그애를 잡아왔다. 정말 그를 패주고 꼬집어라도 놓고싶었으나 형이라는 생각에 가까스로 참았다.
나는 필성이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집어 새옷을 찾아 갈아입혔다. 그리고는 필성이를 눕히고 잠을 재웠다. 놀음에 탐해 너무 지쳤던지 필성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나는 필성이가 잠을 자다가 <쇼>라도 할가봐 노끈으로 그의 허리를 매고 노끈 다른 한끝은 나의 손목에 매여놓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을 놓고 꿈나라로 들어가버렸다.
얼마나 지났는지 어머니의 지청구 소리가 들려왔다.
<요놈들, 오늘 또 굉장하게 널어놓았네. 저 옷장이며 과자부스레기들...이걸 다 어쩌지, 필성이의 저 얼굴 꼴 좀 봐요.>
<이건 또 무슨 짓이야. 필성이의 허리를 매놓고.>
아버지의 꾸지람이였다.
내가 진종일 필성이와의 일을 하나하나 여쭈었더니 아버지 어머니는 어이없다고 한바탕 웃어대는것이였다. 나도 웃으며 일어나 화장실로 가려하는데 내 손목에 매놓은 노끈이 필성이를 당겨놓아 필성이는 울며불며 한바탕 야단이였다. 어머니가 살살 얼리며 달래서야 필성이는 겨우 다시 잠에 들었다.
어머니는 더럽혀진 필성이의 옷을 벗겨 깨끗이 씻은후 빨래줄에 널어놓았다.
나는 재잠에 빠져 꿈나라속에서 방긋이 웃음을 짓는 동생의 얼굴을 보며 아까 나던 화가 봄눈 녹듯 사르르 풀리고말았다.

흑룡강조선어방송국 현국화 아나운서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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