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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장모님이 북경을 떠난 이유
2009-05-20 16:42:22               
cri

《과! 1102개!》

딸애가 탄성을 질렀다.

《천개면 뭐가 되냐?》

《중대장이 돼요.》

장모님이 딸애를 얼싸안고 잔등을 도닥여주며 말했다.

《우리 옥이 장하구나. 이제 더 부지런히 모아서 장군이 돼야지.》

그러나 《장군》이 되려던 꿈은 깨지고 말았다. 몰상식한 사람들이 물건을 담으려고 전지약수거함을 가져갔는가 하면 백화점과 식당들에서는 거추장스럽다고 수거함을 치워버렸다. 주택단지 출입구에 놓인 수거함에는 전지약대신 담배꽁초며 휴지며 먹다 남은 음식찌끼들이 가득차 있었다. 장모님은 나의 딸애를 《장군》로 만들려고 또 수거함을 열 개나 만들었다. 그러나 그 수거함도 며칠 못가서 대부분 없어졌고 남은것조차 쓰레기통으로 돼버렸다. 장모님과 딸애는 완전히 실망했다. 딸애는 눈물을 짜고 장모님은 연신 혀를 찼다.

《사람들도 몰상식하지. 수도에 산다는 사람들이 애들보다 지각이 들지못했으니 원.》

장모님은 또 북경을 거든다.

《어머니 말끝마다 북경, 북경하지 마세요.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어디 북경에만 있나요. 어딜가도 그런 사람들이 다 있어요.》

안해도 인제는 장모님이 북경을 거드는 말이 귀에 거슬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북경은 수도가 아니냐? 애들 눈물을 짜내는게 수도 사람이냐? 수도에 살면 수도사람답게 처신해야지.》

장모님의 말씀은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며칠 지나지않아 수도사람들이 얼굴을 붉히게 하는 일이 한때 장모님이 관리하던 잔디밭에서 일어났다. 장모님이 록지관리원을 그만둔 뒤 잔디밭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은 마음대로 잔디밭을 드나들었고 애완견들도 도처에 분변을 내갈기고 뛰놀았다. 그런데 누가 독약을 바른 뼈다귀를 널어놓았는지 하루 아침새에 잔지밭에서 뛰놀던 다섯마리의 애완견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이 사건은 주택단지를 들썩하게 했고 북경석간에까지도 이 사건이 보도됐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다.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질투로 투독했을것이라는 말이 돌았고 애완견을 기르는 어느 한 주인에게 한을 품은 사람이 보복으로 저지른 소행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이밖에도 변태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이 취한 변태적인 행위라는 설도 있었고 지난번 팻말사건과 이번 사건이 그 어떤 련관이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여간 그 사건으로하여 주택단지는 한동안 부산했다.

사건조사차로 파출소 경찰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경찰은 장모님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곁에서 통역을 섰다. 장모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

《자네들은 대체 뭘 묻자고 날 찾아온건가? 혹시 내가 한때 록지관리원으로 있었다고 의심하는게 아닌가?》

경찰이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자 장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생각을 말하네만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짐승이네. 귀여운 개들이 죽었다니 가슴이 아프네. 사람이 죽지않았으니 불행중 다행이네만 내 볼바엔 풀어놓지 말아야 할 곳에 개를 풀어놓은 개주인들도 책임이 있네. 그 곳은 개들을 풀어놓아 똥싸게 하는 곳이 아니야. 그 곳은 지구를 살리는 곳이야.》

《네? 지구를 살리는 곳이라구요?》

경찰은 어리둥절해졌다. 장모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줄은 나도 생각밖이였다.

《우리 외손녀가 그랬네. 다 쓴 전지약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것도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고 했네. 그러니까 잔디를 입힌것은 지구에 옷을 입히는 일이니까 역시 지구를 살리는 일이 아니겠나. 이 말도 우리 외손녀가 한 말일세.》

《좋은 말씀입니다.》

경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자네들은 뭘하고 밥먹나? 지난번 팻말사건도 해명하지 못했잖아? 우리 사위가 하마터면 큰 무함을 당할번 했잖아?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으면 먼저 팻말사건부터 해명하라구. 한마디로 북경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건 수도의 수칠세 수치!》

경찰은 장모님한테서 부옇게 꾸중만 받고 돌아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수도의 형상에 먹칠하는 사건이 또 터졌다. 수도시민들의 휴식공간, 문화공간으로 건설해놓은 당대(當代)광장에서 사람들에게 평화로움과 즐거움을 안겨주던 비둘기 백여마리가 독약을 바른 먹이를 먹고 즉사했다. 이 사건으로 온 북경시가 들썩했다. 분노에 치를 떨던 시민들은 자원적으로 돈을 내여 비둘기 위령비까지 세웠다. 딸애한테서 이 소식을 들은 장모님은 도리머리를 떨었다.

《무섭네 무서워. 정말 살맛 안나는 세상이야…》

며칠후 장모님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나의 딸애와 함께 연변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아무리 만류해도 막무가내였다. 열흘후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에 장모님이 가시기 전에 북경의 관광지 몇곳을 구경시켜드리려고 우리 내외는 계획을 짰다. 좋은 관광지에 모시고 가서 장모님이 북경에 와 있으면서 받은 불쾌한 인상을 조금이라고 무마시켜보려고 했다. 북경의 이미지를 새롭게 심어주려고 했다. 그래서 먼저 택한 것이 대도시 위용을 갖춘 북경시를 한눈에 부감할수 있는 중앙텔레비죤발사탑이였다.

고향에서 친구나 친척이 오면 대체로 북경시내를 부감할수 있는 이곳을 먼저 택한다. 고향 사람들은 이곳에서 북경시내를 부감하면서 탄성을 뽑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 탄성을 들으면서 우리는 북경에서 산다는 호기를 저도 모르게 뽑는다.

《어떻습니까? 북경이 크지요? 세계 10대 도시에 든 북경입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이 곳에 오면 경탄부터 앞세운다. 하기에 누군가 이곳은 지방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곳이라고 했다. 촌에서 살아온 장모님은 더 말할나위없이 경탄한 나머지 혀를 내두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밖에도 장모님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북경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때요? 북경이?》

안해가 장모님한테 물었다. 장모님의 대답이 기막히다.

《내가 다 숨이 찬다.》

《네?》

《북경 사람들 살기 정말 갑갑하겠다. 저렇게 닭장같이 생긴 자그마한 창문이 한 세간이 사는 집이겠지?》

땅을 타고 우뚝우뚝 일어선 탑식으로 된 아파트의 창문을 장모님은 닭장같이 생겼다고 한다. 역시 촌사람은 방법이 없어. 그 뒤의 말이 더 기막히다.

《저렇게 비좁게 모여살면 사람들의 마음도 좁아지네라.》

그러는 장모님앞에서 우리 내외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른바 지방에서 온 사람들의 기를 죽인다는 곳에서 오히려 우리가 기죽어 버렸다.

《사람이 살기에는 단층집이 최고네라. 사람은 땅기운을 받아야 하네라. 저 높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땅기운을 받겠냐. 땅기운을 받지못하고 자란 사람은 맥을 못추네라.》

콩크리트구조로 된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열기를 팍팍 뿜어 올리는 포장도로에 의해 대지와의 교감이 단절된 도시가 장모님의 눈에는 숨막히는 도시로 보였던 모양이다.

장모님에겐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도시보다도 대지와의 교감을 직접 나눌수 있는 그런 곳이 더 인상적일 것이다. 하여 나는 북경주변의 관광지에서 령산이란 곳을 택했다. 북경과 하북성 경계에 있는 령산은 만무에 달하는 봇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위로 뉘연하게 뻗어간 릉선을 따라 고산지대의 초원이 펼쳐진 곳이다. 우리 가족은 장모님을 모시고 령산으로 떠났다. 령산에서 장모님은 경탄을 뽑았다.

로씨아민요에서나 들어왔던 봇나무숲, 쪽빛에 가까울 정도로 파란 하늘, 오염된 공기로 차있던 페부를 시원하게 가셔주는 청신한 공기, 텔레비죤 화면에서나 보아왔던 양떼 흐르는 초원, 령산은 그야말로 절경이였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랐다. 정상까지 가려면 케이블카에서 내려 한참은 걸어 올라가야 했다. 장모님은 힘들다고 하면서 우리끼리 올라가 보라고 했다. 산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장모님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장모님은 앞에 큰 비닐주머니 두 개를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안해가 비닐주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쓰레기통에 던질거다.》

비닐주머니를 열어보니 그 속엔 관광객들이 먹다버린 일회용 밥곽이며 젓가락이며 음료수병이며 비닐봉지들이 가득차 있었다.

《이건 어머니가 주어 모은거얘요?》

《이 좋은곳에 이런게 널려있으니 꼴불견이구나.》

《누가 어머닐보고 이런걸 주으라고 했어요? 어머니두 참…》

《내가 주으면 또 어떻냐?》

그러곤 함께 비닐주머니를 들고 내려가자고 했다.

《주어모은것만해도 대단한데 이걸 들고 내려간단 말입니까? 여기 두면 가져갈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 어이없어 한마디했다.

《그런데 여긴 쓰레기통이 없구먼. 이런 곳엔 적어도 쓰레기통은 몇 개 있어야겠는데. 그건 그렇고 애들 앞에서 좋은 본을 보여야 하네.》

하는수없이 우리는 쓰레기가 든 비닐주머니를 가지고 케이블카에 앉아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여기저기에 먹다 남은 빵쪼각이 널려 있었고 흰비닐봉지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더 한심한것은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모두가 먹을것, 마실것을 한가방씩 챙겨들고 올라가서는 내려올 때 거의 모두가 빈가방만 들고 내려오는것이였다. 그러니까 쓰레기는 죄다 산이나 초원에 버리고 왔다는 말이 된다. 관광객 대부분이 북경 시민들이였고 깔끔한 옷차림을 보면 거개 모두가 먹물깨나 먹은 사람들이였지만 그들은 오염된 도시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마구 버려 천혜의 관광지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수도시민으로서보다도 인간으로서도 낯이 깎이는 일이였다. 우리는 또 한번 장모님앞에서 얼굴이 뜨거워남을 느꼈다.

령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 딸애가 길가의 농가집 처마에 매단 강냉이이삭을 보고 저것이 빠나나인가고 장모님에게 물었다.

《이놈 봐라. 그게 어디 빠나나냐? 저건 말이다. 강냉이이삭인데 다음해에 종자로 쓰자고 달아맨거다.》

장모님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우리 내외에게 말했다.

《애들 좀 많이 데리고 다녀야겠네. 강냉이를 보고 빠나나라고 하니 어디 말이 되나.》

좀 지나 딸애가 밭가운데 두덕두덕 들어앉은 봉분을 보면서 물었다.

《할머니 저건 뭔가요?》

《저건 무덤이란다.》

《그럼 저것도 무덤인가요?》

《어느것 말이냐?》

《저기 저 둥글둥글한것들이.》

딸애는 나무 한대 없이 벌거숭이로 된 민둥산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장모님은 한참 말이 없으시다가 이윽고 혼잣말처럼 이런 말을 했다.

《그래 저것도 무덤이지…》

《그런데 무슨 무덤이 저리 커요?》

《사람들이 대대손손 내려오면서 만들었으니 크지.》

무덤이란 말을 들으니 언젠가 장모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장모님의 선산은 원래 장모님이 살던 시골에 있었다. 맑은 시내물이 앞으로 흐르고 숲이 우거진 나지막한 산을 등에 업은 산자락에 모셔진 산소는 말 그대로 명당자리였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자 장모님은 시내에 있는 큰 아들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산소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산기슭에 옮겼는데 그 이듬해 청명날에 산소를 찾아가니 웬걸, 산소가 있던 산기슭은 불도젤에 의해 죄다 파헤쳐져 있었다. 숲이 우거졌던 산은 절반이나 깍이워 있었고 벌건 흙이 흉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알고보니 어느 어른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별장을 앉힌다는것이였다. 그 때 장모님은 한참이나 넋을 놓고 땅에 주저앉아 있다가 나중에 한 말이 이러했다.

《산소를 밀어내고 더 큰 무덤을 만들었구먼…》

무덤, 장모님 말이 맞다. 민둥산은 세세대대로 대자연을 훼손시켜온 인간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무덤이다.

장모님은 끝내 떠나가셨다. 장모님을 바래던 날 나는 기차역에서 장모님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장모님, 이번에 북경에 와서 불쾌한 일을 많이 겪으셨는데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쾌한 일은 되도록 잊으시고 즐거운 추억만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건강에도 리로울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안해도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북경도 이제 많이 좋아질것이니까 다시 또 와요. 돌아가서 여기 있을때처럼 말끝마다 북경 흉만 보지마세요. 그럼 우리 낯이 깎여요.》

장모님은 처남집에 며칠 있다가 나의 딸애를 데리고 시골집으로 가셨다. 딸애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 여긴 정말 좋아요. 산이나 물이나 사람들이나 북경과 달라요. 여기 산과 물을 그대로 북경에 옮겨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긴 지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얘요.》

지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곳, 그 말을 들으니 장모님이 왜서 북경을 떠나갔는지 그 리유를 알만했다. 장모님이 계실 곳은 비록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감각은 느낄수 있지만 몰인정하고 타산적이며 또한 오염된 도시가 아니라 지구가 그대로 살아있고 인정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였다.

올해 9월 북경은 2008년 올림픽유치를 신청한 여러나라 도시들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도시의 하나로 뽑혔다. 북경은 올림픽유치를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가 환경개선과 시민들의 자질을 높이는것이였다.

하루는 장모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듣자니 북경에서 올림픽을 하게 됐다면서.》

《아직은 신청중입니다.》

《신청했으면 꼭 되겠지. 그런데 북경에서 올림픽을 하려면 우선 개들이 아무곳에나 똥을 싸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이 길가에서 가래침을 뱉고 코를 풀지 말아야 하겠고, 그리구 자네들은 식당에 자주 가는데 식당에 가서 이쑤시개를 쓴담에 절대 먹다남은 음식그릇에 던지지 말게나. 며칠전 앞집의 돼지가 식당에서 가져온 음식찌끼를 먹고 죽었는데 알고보니 음식찌끼속에 이쑤시개가 있어 그것이 목주래에 걸렸던 모양이네.》

북경시 시장이 장모님의 이 말씀을 직접 들을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었다. 누군가 21세기에 인류가 가장 관심하는 문제의 하나가 생존환경과 건강이라고 했다. 이런 말이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생존환경이 열악하면 건강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니 장모님은 이 말의 뜻을 언녕부터 터득한 분이셨다.

2천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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