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의 광장들에서 나는 구채구(九寨溝, Jiuzhaigou)의 호수들을 연상했다. 30여년전 내가 구채구를 처음 찾았을 때는 자동차가 달릴 길은 고사하고 오솔길도 없어 우리는 뗏목을 타고 물길로 다닐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수정구(樹正溝)에 이르러 쌍용해(雙龍海), 화화해(火花海), 와룡해(臥龍海), 수정해(樹正海)와 서우해(犀牛海)를 발견하고 일칙구(日則溝)에 이르러 방초해(芳草海), 백조해, 전죽해(箭竹海), 오화해(五花海)를 발견하고 칙사구(則査溝)에서는 장해(長海), 오채지(五彩池)를 보게 되었다. 높낮이가 다른 이런 크고 작은 호수들이 꼬불꼬불한 도로로 연결되어 오늘날의 유명한 구채구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대련의 중산로(中山路)는 긴 은줄처럼 8개의 광장을 한 줄에 꿴 셈이다. 이런 광장들은 찬란한 진주처럼 바닷가 도시 대련에 운치를 더해준다. 중산음악광장은 우아하고 우호광장은 장중하고 인민광장은 숙연하고 성해(星海)광장은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련인들은 독특한 이념을 가진다. 그들은 길을 닦는 것이 집을 짓는 것보다 중요하고 광장을 만드는 것이 길을 닦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련의 많은 광장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이 인민광장이다. 대련시 중심에 위치한 이 광장은 1920년대에 벌써 형성되었다. 일본인이 대련을 강점했을 때 이 광장은 장자(長者)광장으로 불리웠고 1953년에는 스탈린 광장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1994년부터 인민광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과거에 대련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인민광장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곤했다. 왜냐하면 그 때 인민광장은 대련에서 면적이 가장 큰 녹지광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민광장은 교통도 아주 편리하다. 대련시의 주요 도로인 중산로가 동서로 광장을 관통하고 십여갈래의 버스가 광장을 경유한다. 인민광장은 넓게 트인 네 개의 큰 잔디밭으로 구성되고 주변에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와 몸매 좋은 은행나무가 둘러서 있다. 광장을 이리저리 가로지른 보도에는 깨끗해보이는 채색의 바닥재와 대리석이 깔려 있다. 이 보도를 걸으면서 나는 대련의 숨소리를 듣고 비릿한 바닷냄새의 공기속에서 심령의 안녕과 만족을 느꼈다.

(사진설명: 인민광장과 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