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멀리서 본 유산도)

섬 정상에 올라서는 그 순간 우리는 두 눈을 둥그렇게 떳다. 반짝이는 파란 잔디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찬란한 햇빛이 푸른 잔디위에 엷은 금빛 옷을 입혀주었다. 잔디 중앙에는 빛나는 비취모양의 천호가 자리잡고 있었다. 잔디의 중앙에서 반짝이는 호수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잔디를 가로 질러 가야 하는데 부드러운 카펫같은 그 잔디가 너무 깨끗해 우리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했다. 하지만 호수를 보지 않고는 또 견딜수 없어 우리는 조심조심 발을 옮겨 디디며 푸른 카펫위를 걸었다.

발길을 옮김에 따라 푸른 카펫이 점점 더 넓어지는 듯 한데 천호가 가까이 다가서자 우리는 또 그 자리에 굳어졌다.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든듯 우리의 발은 얼어붙고 대신 눈은 자유롭게 이 곳 저곳 구경하기에 바빠졌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위에는 들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없이 그렇듯 심플하고 그렇듯 순수하고 또 그렇듯 독스럽게도 느껴졌다. 이 잔디는 원예사가 만든 녹지일까? 아니면 화가가 그린 그림일까? 나는 초원에 간적이 있다. 그 곳의 잔디는 하늘끝까지 뻗어 있지만 이처럼 단순하지 않았고 잔디위에 다양한 들꽃과 나무들이 있어서 정말로 자연스러운 자연을 보여주었다. 그런 초원과 비교해 보면 이 잔디는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고 예술이라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