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윤회(輪回)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모든 수목의 연륜이 한 바퀴 많아지는데 보타산(普陀山, Putuoshan)도 예외가 아니다. 보타산에서 세세대대 살아가는 보리수들은 이 세상의 나무들이 어떻게 떠들든 관계치 않고 뿌리를 바다깊이 내려 그 발자국을 본 사람이 없다. 오직 조수만이 사람들에게 파도소리를 들려주며 각성자의 마음의 소리를 전한다.

나무는 보타산의 진실한 연륜이다. 천백년의 윤회는 마음속에만 깊은 흔적을 남겨 심플한 곡선위에 과거의 모든 아픔과 모든 기쁨과 모든 번성함을 적어놓았다. 흰 구름을 덮은 푸른 녹나무, 바위처럼 든든히 자리잡은 나한송은 각자의 땅을 지키고 섰다. 절은 무너졌다가 또 일어서고, 사람도 왔다가는 가지만 이런 나무들만은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생명의 원 자세로 마음속의 불경을 외운다.

나무는 보타산의 생동한 정령이다. 금방 새 싹이 돋아난 참느릅나무, 수삼나무, 녹나무, 감탕나무, 황련목은 꿈속에서 깨어난 듯, 새 옷을 입은 듯 하고, 은행은 금빛의 겨울옷을 벗고 푸른 치마를 두른듯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데 법우사(法雨寺)앞의 소나무는 여전하다. 천여년동안 수련해온 한 몸이 된 반타암(磐陀庵)앞의 나무와 돌, 서로 의지하는 매금로(梅芩路)옆의 모자수(母子樹)는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세월의 풍상고초를 겪을지 모를것 같았다.

나무는 보타산의 깊은 지혜의 뿌리이다. 봄이 되면 변화때문에, 미래에 대한 기대때문에 모두가 진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빌 공(空)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답을 찾기 위해 애썼던가. 이에 꽃은 나뭇잎 사이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대답하는 듯 하다: "보리수는 원래 나무가 아니고, 명경대(明鏡台)는 대가 아니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데 먼지란 어인 말인가" 어차피 떨어진 잎은 뿌리를 찾기 마련이다. 생명의 종착역은 시발역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