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황산(黃山)에 오른 때는 마침 천고마비의 가을이었다. 젊고 이쁜 현지의 가이드는 우리를 보고 "황산은 참으로 인정이 많은 산입니다. 평소에는 늘 운무가 자욱한데 여러분처럼 귀중한 손님들이 오시면 이렇게 날이 활짝 갠답니다. "라고 했다. 그 말에 우리의 마음은 흐뭇하면서도 얼굴에는 계면쩍은 웃음을 띄웠다.

사람들이 황산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황산이 "태산(泰山)의 웅위로움, 화산(華山)의 험준함, 안탕산(雁蕩山)의 기이함, 아미산(峨嵋山)의 수려함, 형산(衡山)의 요원함"을 함께 지녔다고들 한다. 나도 중국의 오악을 다 등반했다. 이 다섯 산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그 원인은 이런 산들이 모두 각자만의 특색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와 반면에 황산은 산 좋고 물 맑은 산이지만 오악과 같이 두터운 문화적 함의와 황산만의 독특한 개성은 보유하지 않은 산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그네 서하객(徐霞客, Xuxiake)이 "오악을 보고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황산을 보고나면 오악을 보지 않는다"고 한 말의 의미는 황산의 경치가 여러가지를 겸용했다는 말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때문에 나는 황산도 보아야 하고 오악도 보아야 한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