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진령의 짙은 가을빛)

가을빛은 시처럼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와 함께 진령(秦嶺)과 대파산(大巴山)의 뭇 산봉을 오간다.

원래는 한중(漢中, Hanzhong)으로 가서 취재하려고 했는데 가는길에 산속의 가을빛에 흠뻑 젖을 줄은 나도 몰랐다. 나는 가을이 여름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가을은 정이 많고 요염한 소녀처럼 향기를 가지고 다가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가을의 애수란 그림자도 없다!

북방의 가을은 총망히 왔다가 가는 듯 하고, 남방의 가을은 또 변화가 적은듯 하다. 오직 남북의 분계령인 이 진령과 강을 사이두고 진령과 마주한 파산의 가을만이 풍만하고도 색채찬란하다. 유방(劉邦, Liubang)이 만든 고도(古道)가 진령의 산 속을 오가다가 대파산의 산을 오르고 내린 금우(金牛)고도와 한중에서 손을 잡아 천제(天梯)와 석잔(石棧)이 서로 이어지게 되었다. 고대의 이 옛 길은 마치 점점의 가을빛을 한 줄에 꿰기라도 한 듯 변화하는 색채로 남하하는 가을의 발길을 산길에 머물게 한다. 바로 시공간을 넘어선 이 옛 길이 있기에 진파의 가을빛이 움직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