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대파산의 가을빛)

"진관촉문(秦關蜀門)"이라는 경계비는 한중남쪽의 대파산에 세워져 있다. 이 관문을 나서면 바로 파산중심지이다. 북쪽에서 진령이 가을을 막아서 인지 이 곳의 가을은 조금 늦은듯 하지만 한중분지보다는 완연한 가을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진령처럼 온 산에 가득한 단풍은 없어도 가을은 이 곳도 노란빛으로 물들이며 산과 물사이에 가을의 시를 써나갔다. 높은 하늘은 씻은듯 맑고, 떠가는 흰 구름은 흰 비단같고, 한 일자로 늘어서서 남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정답고, 밝은 햇빛이 맑은 공기속으로 쏟아져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인다. 바람이 불면 노란 나뭇잎들은 빛을 반짝이며 나비처럼 날아 푸른 담소에 떨어진다.

미창산(米倉山)의 제갈량(諸葛亮, Zhugeliang)과 연관된 모양(牟陽, Maoyang) 옛 성은 페허만 남았지만 성을 에돌아 흐르는 시냇물가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소는 오늘도 가을을 즐기고 있다. 그림같은 아찔한 절벽과 안개 자욱한 산봉, 물위에 비친 달과 소곤거리는 벌레들 모두가 시를 부르고 있었다.

가을은 아름답고 가을은 시이다. 진파의 가을은 묘령의 소녀처럼 풍성하고, 진파의 가을은 시처럼 두텁고, 진파의 가을은 그림처럼 다채롭고, 진파의 가을은 반짝이는 눈망울처럼 흐른다.

저기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눈에도 이 가을빛이 보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