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오늘도 여전한 고도)

옛 길은 가끔 끊어져 있지만 가을빛은 여전하다. 산세를 따라 뻗은 산길을 걷노라니 몸은 어느새 진령의 깊은 산속에 이르러 번잡한 속세로부터 갑자기 다른 세상에 들어선듯 했다. 늦가을의 진령을 보니 뭇 산봉이 첩첩한데 엷은 안개속에 완연한 가을빛이 펼쳐져 있다. 푸른 소나무, 붉은 단풍, 노란 밤나무…모두가 가장 찬란한 옷으로 자신을 단장하고 있었다. 햇빛아래 높고 낮은 곳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채가 부단히 변화해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채가 있는줄 모를 정도이다. 이름도 모를 노란 꽃은 여전히 길가에 피어나 가을빛을 떠나기 아쉬워하고 발 아래 맑은 시냇물과 유유히 떠 있는 머리위의 흰 구름은 더욱 정답기만 하다. 그러니 가을빛에 취한 나그네가 이 화려한 가을을 찬란한 봄으로 잘못 볼수도 있지 않으랴?

산은 높고 가을빛은 짙다. 눈부신 붉은 단풍이 점점으로부터 갑자기 한 곳에 모여있었다. 찬란한 햇빛아래 붉은 단풍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산봉을 태우고 두목(杜牧, Dumu)의 마음도 태워 "단풍나무림속에 앉으니 서리내린 단풍 2월의 꽃처럼 붉다"는 시구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