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폭죽소리와 나팔소리의 기념비)

자욱한 운무속을 뚫고 망모산(望母山) 허리에 이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폭죽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어느 시골집에서 경사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폭죽소리속에서 가끔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그 우렁찬 나팔소리에 나뭇잎의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고 봄잠을 자던 짐승들이 깨어나 산이 몸을 부르르 떠는 듯 했다. 발걸음을 빨리해 다가가니 사람들이 둘러선 높이 솟은 기념비위에서 폭죽이 터질때마다 그 위의 공중에서 맑고도 높은 나팔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의아해하자 현지의 한 노인이 자세한 경위를 이야기해주었다. 1938년 4월 신사군(新四軍)이 이 곳 모산을 중심으로 항일근거지를 세웠는데 이 군대의 한 꼬마 나팔수가 총소리만 나면 튕기듯 떨쳐나가 나팔을 불었다고 한다.

싸움이 벌어질때마다 모두들 사기를 북돋우는 그 꼬마의 나팔소리를 들을수 있었는데 그 뒤 16살난 이 나팔수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는 죽을때까지도 손에서 나팔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