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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균선 선생의 "아, 그 손!"
2008-01-10 16: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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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균 선

7척사나이로서 매니큐어인지 미조(美爪)술인지를 하는 현대멋쟁이 아가씨들처럼 손의 보양에 신경을 썼다면 대단히 머시기한 일이라 하겠지만 한창나이 때 나는 확실히 손때문에 웬간히 왼심을 썼댔다. 지탑에 장알이 박히고 모내기에 손톱눈이 모지라지고 밭김때 풀에 절어들고 논물에 퍼지고 엄동 곡괭이질에 터갈리여 그야말로 솔뿌리같고 북두갈구리 같은 험악한 내손이였다.

처녀애들처럼 모내기때 손가락을 잘라낸 장갑을 낀다는것은 암소를 웃길일이여서 감히 그러지는 못했지만 밭갈이때는 그 없는 돈에 돼지가죽장갑 하나는 꼭 갖추어 끼고 지탑을 잡았다. 그러나 손땀에 절었다가 건풍에 마르면 생소가죽안에서 손이 보호되기커녕 되려 썩살을 굳혀주었다. 그래서 장갑이 마를새 없이 물에 젖혀가지고 끼면 장감이 젖어있을때까지는 손이 편안하였다.

그러나 뿌리깊은 장알은 굳으면 더 굳었지 사그라질줄 몰랐다. 하여 면도칼로 깍아내기까지 하였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오줌물에 씻으면 손이 보드라와진다고 해서 저녁에는 제오줌에 손을 씻었다. 논김을 매고나면 손이 조금 고와지는듯 하다가도 호미잡고 제초기 잡고나면 그꼴이였다. 더구나 참기어려운것은 무슨 영양소가 모자랐던지 손톱눈이 꺼져들어가서 엄지손톱 량쪽귀로 피가 슴새는것이였다.

그렇게 밭에서 벌벌 기여다닐 때 내손은 손이 아니라 앞발처럼 생각되였다. 물론 농민이래서 다 내처럼 손이 험악한것은 아니였다. 내가 천생 못생긴 손을 가지고 역사질하면 엄마는《밤낮 일만하다가 돌아간 네애비의 손에 비하면 꽃이네라》하고 꾸짖기도 하였다. 역시 험악한 손은 유전이였던가보다.

내가 평생 부러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천성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희고 부드러운 손이였다. 그 손이 붓대를 쥔 손이든 간부의 손이든 관계없이 부러워했고 그만큼 은밀한 곳을 꺼리듯이 손을 내놓기 꺼리였다. 그럴때마다 옛사람이 손을 두고 팔자를 운운한 글을 보며 몇번이나 개탄했는지 모른다.

같은 인간의 손이라도 류류별별에 형형색색이지만 나는 우둔하고 빈천하고 고생 문고리를 쥐고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타고난 운명대로 지구수리에나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될것을 웬 손타령을 하였는가? 한마디로 본분을 지킬줄 모르고 허영심의 작간에 매달렸던것이다. 누군가 사랑과 가난과 기침 세가지를 숨길수 없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손을 숨길수 없는것이 제일 안스러웠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어데가나 눈에 번쩍 띄이는 촌바우라는 인상을 주는것이 싫었던것이다.

궂은일 마른 일 가릴처지도 못되여 상농군이 되였지만 해볕에 얼굴만은 잘 그을지 않아서 비슷하게 차리고 나서면 남의 눈을 속일만도 했지만 빌어먹을 손이 한번 누구의 손과 맞잡히면 영광스러운 신분이 홀짝 드러났던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만 나는 그때 확실히 그런 얼간둥이자 흰둥이였다. 룡정시내로 인분실러가거나 벼짚을 팔러갈때는 오츄멜로브처럼 갑속에 든 사람이 되여 자신을 숨기려 하였으니 얼마나 비속하고 유치했던가?

여우 요정이 다른것은 다 변하게 하여도 꼬리만은 감추지 못하듯이 손이 시사하는 신분은 뛸데없는것이다. 내가 농민이면서 농민으로 보이기 싫어했다는 용서못받을 "자사계급사상본질"이 우무룩하게 잘 감추어졌기에 망정이지 겉에 드러났더면 그러지 않아도 부르기좋은 개똥녀의 처지에서 하루 세끼먹듯 더구나 빈하중농들 앞에 나서서 교육을 받아야 했을것이다.

확실히 늘 드러내고 있는 손도 어떤 측면에서는 감출수 없는것의 일종이다. 나는 차차 자기위안을 배워냈다. (손은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을 시사할뿐만아니라 한사람의 품성, 인격가치도 체현한다. 어떤 사람의 손이 제일 위대한가? 로동자, 농민의 손이다!어떤 사람의 손이 제일 깨끗한가? 밭가는 자에게 진리가 있듯이 거무데데한 농부의 거친 손이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손이다. 희고 보드라운 매끈한 손이 가장 더러운 손이 될수 있다. 검은손 더러운 손이란 말은 손의 모양을 말하는것이 아니라 그 외형속에 감춰진 속창을 두고 한말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아Q식의 정신승리법을 익혀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끼끗한"로총각시절도 번져지고 허수룩하고 게으른 나그네가 되여진후 나는 손에 대해 더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옆구리 곪아터치게 되였는데 손톱눈 곪는것을 헤아릴 경황이 아니여서 될대로 되라고 부는바람, 흘러가는 구름에 내맡긴 내 인생이였으니 자연스레 접수될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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