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받은 민들레

물의 집에서 때밀이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 민들레는 옹그렸던 기가 쭉 펴지고 숨었던 모든 비밀의 베일이 서서히 벗겨졌다. 입술은 앵두의 색을 본땄고 허리는 곡선을 닮았다. 물기 함초롬 머금은 그는 누군가를 찾아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하는 지극히 간절한 표정이다. 그러는 민들레의 면상엔 귀여운 미소가 어리였다. 그의 애간장 달래주는 사랑의 신이 되여 전하는 말에 정을 담아 회답한다. 아무말이건 아무것이건 네가 하는. 말이기만 하다면 이 하늘끝까지 들어줄거라고 속살속살 도란도란 화답을 보낸다. 이윽고 그의 연녹색 고백이 귀속을 파고든다..

'인간의 택함을 받았기에 자아의 진실을 알 수 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눈길이 닿는 시각에 못난 스스로에게도 미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겨울의 한번 죽음이 되여 새 생명을 잉태하는 삶으로 인간에 봄의 시작 알리는 스스로의 직분이 있음으로 하여 짱 행복합니다. 도태된 민들레 가족 때문에 눈쌀을 찌프리지 말아도 됩니다. 자신의 노동을 탓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의 엄마가 주신 가르침속에 우리삶이 있답니다.'.

민들레는 자아의 발견에서 오는 진심을 조용조용 차분차분 들려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톱니 같은 원모습의 잎을 쫘악 폈다. 상큼한 표정을 짓고 자신에게 물의 세례를 입혀준 나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