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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문소리
2008-08-22 17: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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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아, 내 딸에게 미안했다. 나는 애당초 어미로서 합격된 녀자는 아니였다. 한살 밖에 안되는 딸아이를 아줌마에게 떠맡기고 허구한 날 밤거리를 헤매는 나는 그 아이의 괜찮은 엄마가 되기에는 이미 글렀다.

내 아이가 커서 내가 하고 다닌 짓거리를 알고난 뒤 그 아이는 구경 어떠한 표정을 지을가.

엊저녁, 벼랑가에서 들뛰는 짐승 같은 내 춤동작을 보면 그 아이도 와우, 하고 21세기 소녀에 어울리는 그런 표정을 지을가. 처음 보는 낯선 남자와 부둥켜안고 춤추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나를 그 애가 봤다면 그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날가. 울음이 피여날가.

때로는 나는 세월이 쌓인 어느 나무가지에 풀잎과 흙을 발라 소박한 둥지 하나 틀고 너를 하늘과 가까이한 그 자리에 올려앉히고싶다. 그렇게 자유로운 몸짓이 된다면 나는 부지런히 날고날아 꼼틀대는 하얀 벌레들을 물어다 너의 예쁜 부리속에 넣어줄것이다. 그런 단순한 사랑,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너를 버리고 혼자서 헤맬 그 어떠한 리유도 찾지 못할것이고 우리는 록음이 짙어가는 수림의 주인이 될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즐거울수 있겠지. 천만갈래 사유, 얽히고얽혀 거미줄같이 늘어진 감정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와지고 얼마나 더 자유로와질수 있을가.

"별일 없지? 쿠아는 잘 있지?"

저 멀리 땅끝으로 출장간 남편이 간단히 전화를 걸어왔다.

"잘 있어. 걱정하지 마."

"그래? 뭐 필요한거 없어?"

"없어."

"나 일요일이면 돌아갈거야."

일요일. 아직 사흘이 남았다. 보름은 걸릴거라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는것이다. 사흘이라는것, 태양이 눈을 세번정도 껌벅거리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이였다.

고개를 들어 아득히 먼 남쪽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 지금 비가 온다고 했지. 비가 온 뒤에는 무지개가 걸릴것이야. 거기 두 남녀가 다정하게 손잡고 바다가를 걷고있겠지. 좋군그려.

남편의 친구 칼로. 작고 여윈 몸매에 진한 눈섭, 도고하게 세상을 꿰뚫어보는 그러나 바라보기엔 너무 슬픈 눈동자. 그녀에게서는 웬지 녀자로서의 질투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다정하게 붙어버린 그 눈섭을 바라보며 나는 그것이 조물주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예술품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칼로는 이 땅덩어리 제일 남쪽 먼 도시에 살고있었다. 우연인지 작년부터 남편의 사업이 그쪽과 련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상상하고있는 그 도시는 이 땅덩어리 그 어느곳보다 많은 꽃들이 피여날것 같고 가는 곳마다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며칠에 한번 속시원히 퍼부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정도의 큰비가 오고 날이 개인 뒤면 어김없이 무지개가 걸릴것 같다. 천국 같은 곳, 느끼기에 아름다운 곳.

나는 남편과 그 녀자의 우정을 의심해본적이 없다.

딱 한번 내가 살고있는 이 도시에서 남편과 나란히 서있는 그녀를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는데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바로 칼로인줄 알았다.

"그림 그리는 녀자야?"

"아니."

"그럼?"

"춤 춰. 춤을 아주 잘 추지."

그래도 나는 그녀가 분명히 칼로라는 이름을 가졌을거라는 혼자만의 고집을 부렸다.

그날부터였다. 남편의 외출이 잦아졌다. 우리가 자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쩍하면 울렸고 잠시후 출입문이 조심스레 닫겨지고 그렇게 닫겨진 문은 이튿날 날이 밝을 때까지 종래로 다시 열려지지 않았다.

간밤 어디 갔었냐고,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했냐고, 잠은 어디서 자고 누구랑 잤냐고, 그런 물음을 물어볼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어디서 자면 안 자고 누구랑 자면 안 자랴. 같이 잤다고 변할것이 뭐가 있고 사랑한다고 우정이 없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사랑이란 누구의 예쁜 눈동자를 닮은 살구씨처럼 달고 시큼한 그 우정이란 과육속에 쏙 들어가 포근히 잠들수도 있는 법이다.

나는 쩍하면 눈앞에도 없는 칼로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는 내가 있는 도시로 자주 찾아오기도 했다. 그것은 언제나 남편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과 동일한 스타트에 놓여있었다. 나는 그녀가 웬지 내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졌고 그녀가 앞에 있으면 너무 많은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내심 그녀와의 소통을 꿈꾸었지만 그러나 정작 눈을 뜨면 그녀는 나와 아득한 곳에 있고 그녀의 옆에는 어김없이 내 남편이란 남자가 서있었다.

칼로. 어떤 남자가 그녀를 버렸을가. 그렇게 사랑했다면서 그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뎠다면서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떠나버린 리유가 고작 그거였을가.

"그녀가 아파. 그녀는 가슴이 없는 녀자야."

어느날 거실의 쏘파에 앉아 홀로 술을 마시던 남편이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그 진실을 알려줄 때 나는 풍만하게 솟아오른 나의 젖가슴을 내려다보며 처절한 외로움과 실의에 빠져있었다.

유방암, 그에 따른 유방제거, 그로 인한 한 남자의 배신, 그에 따른 한 녀자의 아픔과 그 음영이 드리워진 자리에 서있는 내 남편이란 남자. 매번 쿠아의 입이 닿기도전에 젖샘이 콸콸 솟구치는 나의 건강한 육체가 그렇게 가증스러울수가 없었다.

칼로는 어쩜 한그루 여윈 나무였는지도 모른다. 향기로운 꽃이 지면 푸른 잎이 돋고 풍만한 열매가 떨어진 뒤 단풍이 금시 타오르는 그런 워낙 아름다운 생명이였는지도 모른다.

그 아름다움이 나를 기죽게 했을것이다. 아니면 유치하고 천박한것이 갑자기 그렇게 좋아질리가 없다. 가볍고 가벼운것, 그것을 만질 때만이 내 몸은 비로소 자유롭고 즐거워질수 있었기때문이다.

그때까지 매일이고 옷을 흠뻑 적시며 흘러나오던 젖이 그날 이후로 아예 바짝 메말라버려 아직 우유에 적응될 준비마저 되지 않았던 쿠아는 매번 내 가슴을 허비며 으앙으앙하고 악을 쓰며 울어댔다. 갑자기 롱구공처럼 커지고 땅땅해지고 말라버린 내 가슴.

천벌을 받을거라고, 어쩌면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그때부터 나는 어느날 문득 내게 쏟아질 최후의 소나기를 맞이할 준비를 다그쳤는지도 모른다.

"왜 혼자서 마시는데. 같이 마실가."

그렇게 다가온 남자의 목소리는 떠들썩한 소음속에서 용케 잘도 들려왔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순식간에 가까와진 그 남자의 얼굴은 얼핏 보기에 제법 호감이 가는 얼굴이였다.

"너 몇살이야, 설마 십대는 아니지."

낄낄 웃으면서 나는 턱으로 비여진 내 옆자리를 가리켰다.

천박한 만남 하나가 그렇게 바란 곳에서 시작되였고 량쪽에 놓인 남녀는 누가 천평으로 떠서 똑같이 갈라놓기라도 한듯 시종 하나의 평행을 유지하고있었다. 폭음, 란무 그리고 실소.

남자는 의외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음주운전. 너 나 죽이려고?"

그러면서도 비굴하게 나는 그 남자의 차에 올라탔고 마신만큼 우린 서로가 흠뻑 취한줄로 알았다. 그러나 차가 정확히 내 집이 있는 도로옆 붉은 칠을 한 건물앞에 멈춰섰을 때 우리는 결국 누구도 취하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수 있었다.

"잘 들어가."

"그래 너나 잘 가."

남자는 가볍게 히쭉 웃고 방향을 돌려 부르릉하고 어둠을 향해 떠나갔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돌아섰을 때 내앞에 붉은색의 낡은 대문 하나가 막아섰다. 익숙하고 또 그렇게 낯선것. 가벼운줄 알았던 내 몸이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렇게 가벼운건 아니였다고. 다만 잠시 가볍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을뿐이라고 굳게 닫혀있는 문 하나가 알려줬다. 마치 나를 밖으로 거절이라도 하듯 무겁게 잠겨있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며 원래 나와 남편 사이는 문이 하나가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이렇게 굳건히 닫겨진 아빠트단지의 대문외에도 계단을 올라가 3층에 있는 우리 집 출입문.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시 굳게 닫겨있는 안방문. 그렇게 겹겹이 몇개의 문이 놓여져있었다. 그 문을 나서면서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그 문을 들어서면서 남편은 또 어떤 생각들을 했을가. 적어도 그것은 단순히 문을 떼고 들어서거나 나가는 정도의 지극히 쉬운 일만은 아니였으리라. 한층한층의 고민, 그 하나의 문을 떼고 들어설 때마다 부딪치는 낯선 공기, 그것들을 극복하는데는 제법 큰 에너지가 수요되였으리라.

그날 저녁, 발밑까지 차던진 쿠아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그곁에 가지런히 누워 지금쯤 칼로가 무엇을 하고있을가, 그 옆에 있는 내 남편은 또 무엇을 하고있을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선뜻 잠이 오지 않았고 내 손은 어느덧 쿠아에겐 이미 무용지물이 되여버린 말라버린 내 가슴을 스스로 더듬고있었다.

칼로, 칼로의 가슴. 비여진 그것은 구경 어떠한 가슴일가? 무슨 거창한것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까지 깨끗하게 비워둔것일가. 빈 들녘, 그것은 내 남편이 비로소 갈대처럼 자유롭게, 새처럼 높게 날수 있던 유일한 공간이였단 말인가.

그런 치명적인 칼로의 생리적결함만 아니였다면 나는 안해라는 당당한 리유로 남편을 내곁에 붙들어놓을수도 있을것이고 기분이 언짢은 어느날은 속시원히 거친 욕설을 퍼부을수도 있을것이다. 아니 그들의 그 사랑이라는것, 우정이라는것을 마음껏 비꼬고 조소할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슨 리유로 이렇게까지 졸아들고 자책하고 또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는것일가. 녀자가 녀자를 바라보는 눈길, 녀자가 녀자를 향한 동정, 그것외에 또 있었다. 비여진 칼로의 가슴과 대비되는 내 꽉 찬 가슴, 그것은 의외로 실패적인것이였다. 마치도 큰 나무 하나에 불어오는 바람 같은것. 이제 막 무너질것 같은 산 하나의 육중한 바위 같은것.

새벽 누군가가 열고 간 우리 집 출입문.

첫날 나는 그것이 좀도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나는 그것이 도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흗날 나는 그것이 어쩌면 평시 나를 몰래 눈독 들인 어떤 잘생긴 남자, 그날 바에서 만난 그 멋쟁이남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천방야담 같은 생각을 했다.

사흘이면 온다던 남편이 월요일이 되여도 오지 않았다.

월요일 나는 우습게도 거실 구석구석을 뒤져 누가 몰래 두고 갔을지도 모를 카드나 쪽지 한장을 찾아헤맸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해 제법 맹랑한 기분이였다.

화요일 나는 그것이 강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 나는 그것이 분명 강도는 아닐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목요일 나는 다시 누군가가 찾아올거라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금요일 회사에서는 시립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했고 월요일 진단결과가 나왔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다고 진일보로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의 제의가 까맣게 찍혀있었다.

"전번날 많이 놀랐는매요. 너무 걱정하지 마오. 무사하게 해달라고 내 매일매일 기도하고있으니."

아줌마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그러는 아줌마가 나는 얼마나 고마왔는지 모른다. 순식간에 그가 내 혈육, 내 가족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화요일, 남편이 의외로 초췌하고 피곤한 얼굴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아줌마를 통해서 누군가 우리 집 출입문을 열었다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평시 온화하고 여유있는 그답지 않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런 말 왜 나한테 안해. 그리고 그게 언제 일이라고 아직 키도 안 바꾸고있어. 그러다 내가 없을 때 다시 또 쳐들어오면 어쩔려구. 너는 그렇다치고 애는 어쩔건데? 대체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그길로 그는 어디론가 쌩 바람을 일구면서 나가버렸고 반시간도 안돼 보기에도 묵직한 새 자물쇠를 하나 사왔다. 그리고 한참을 뚝딱거리더니 원래 붙어있던것을 뽑아던지고 문에 새로 든든하게 달아놓는것이였다. 묵은 때가 가득 묻었던 낡은 자물쇠는 내 련민의 정을 담고 쓰레기통에 쿵당 던져졌다. 새로 걸린 사각형의 황금색물체는 마치 과묵한 사내의 입처럼 꾹 다물려있었다.

그날 저녁, 전화벨은 어김없이 울렸고 남편은 강을 찾아떠난 물고기처럼 즐겁게 집문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기고 남편이 계단을 내려가자 조건반사적으로 나도 이불을 차고 일어섰다. 오늘밤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을것이고 그 분명한 사실때문에 나는 반드시 문고리 하나를 걸어야 했다. 부부간의 일치, 우리는 그렇게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마치 떨어져서 마주보는 하늘과 땅처럼.

문가로 다가가서 습관적으로 그우에 한층 걸쳤던 쇠고리를 찾아 더듬는데 거기는 밋밋하게 텅 빈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제야 그 쇠고리는 이미 오래전 어느 새벽 누군가가 끊어버렸다는, 아니, 오늘 남편이 낡은것을 버리고 새 자물쇠를 장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를 잃은 고슴도치처럼 나는 갑자기 당황해나기 시작했다.

"우리 저녁에 한번 만나요."

아까 맥주바에서 만난 그 남자의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온몸에 오돌오돌 돋은 작은 돌기들을 보았고 그 작은 돌기들마다 먼지처럼 뽀얀 빛갈의 가시가 돋아나는것을 보았다. 한번쯤 더 나가볼가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알수 없는 바람 하나가 우리를 거기서 만나게 했고 그것이 혹시 한송이 구름이 되여 비를 내리거나 눈을 내릴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서면 결국 십대, 이십대는 아득히 벗어났음을, 그래서 본래 우리가 소유했던 일부 자유는 어차피 박탈당할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였다.

지금 쇠고리가 사라진 자물쇠 하나를 만지면서 빼곡하게 돋아있던 내 가시들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가고있다. 그렇지만 이 늦은 밤 어디 가서 쇠고리가 달린 그런 자물쇠를 구입한다는것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멀쩡한 자물쇠우에 홀을 내고 나 절로 쇠고리를 따로 만들어서 달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주방쪽으로 걸어가서 선반우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일회용저가락 하나를 집어들고 칼로 그것을 깎기 시작하였다. 어떤 재미난 장난에 빠진 아이처럼 들뜬 심정으로. 대충 깎아 모양을 이룬 그것을 새로 산 십자키자물쇠의 중간홀에 꽂아보았다. 희한하게도 그것은 물 한방울 샐 공간도 없이 딱 들어맞는것이였다.

금시 눈앞에 나타난 그 신기한 작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밤 내 남편과 칼로의 행복을 빌었다. 그리고 맥주바에서 만난 남자의 깊이를, 그날 밤 나와 같은 무게로 가볍게 웃었던 그 남자 내면호수의 깊이, 인생을 살아가는 역시 많은 고충과 안개처럼 걸려있는 우울함, 그래서 피할수 없는 인간이라는 그 이름이기를 바라고있을뿐이였다. 그리고 나 홀로 지옥으로 가리라고. 무지개처럼 빛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지옥의 그 뜨거운 불더미속에 냉큼 뛰여들리라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평화롭게 잠든 쿠아의 얼굴이 그 어느때보다 더 따뜻하게 안겨왔다.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고있었고 입술은 토실토실 말라있었다. 나는 웃옷을 겨드랑이 있는데까지 올려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세상 모르게 자고있는 쿠아를 살며시 품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상태로 인츰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저쪽 방문이 열리고 발자국소리가 나고 화장실 미닫이문이 열리고 소변보는 소리가 들리고 쏴― 하고 변기의 물을 내리는 소리가 났다. 화장실문이 다시 스르륵 닫기고 발자국소리가 나고 방문이 닫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시 찾은 정적.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가.

문쪽에서 쓰르륵쓰르륵 가벼운 기척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열려라, 참깨.

머리우까지 덮어썼던 이불을 걷어내리고 천정에 멍하니 달려있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나는 어느새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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