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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마지막 한수
2009-04-23 17: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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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은 사랑을 위해선 칼산 불바다라도 서슴치않고 뛰여들겠다고 했지요. 그러나 사랑의 무덤을 판 당신에게는 그럴 기회마저 없어졌어요. 돈이라면 덫에라도 스스로 몸을 내던질 당신이 이제 뛰여들 곳이란 비렬한 배신으로 파놓은 함정밖에 없어요. 비록 당신 손을 거쳐간 녀자들이 많지만 그러나 당신하고 함께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함정에 뛰여들 녀자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둬요.》

그는 후- 한숨을 내쉬고는 담배 한 대 꺼내 물었다. 마지막으로 피우는 담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걸탐스레 담배를 빨아댔다. 내뿜은 담배연기가 흩어지지않고 얼굴에 덮씌운다. 매운 담배연기에 쐬인 눈에서 찔끔 눈물이 났다. 이제 담배를 다 태운후 가야할 마지막 길을 혼자 간다는게 외로웠다. 그의 손을 거쳐간 녀자들이 적어도 한 개 소대 인원수만큼은 되지만 안해의 말대로 그와 함께 마지막 길을 가려는 녀자는 하나도 없다. 그녀들이 그 무슨 변신을 위한 사랑이요, 극치의 사랑이요, 신세대 감각의 사랑이요 뭐요를 운운하면서 그와 사랑유희를 벌렸지만 결국 그녀들의 탐낸 것은 돈이였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3천궁녀가 꽃다운 젊음을 락화처럼 내던진 한국의 락화암을 떠올렸다. 몇해전 사업고찰차로 한국에 갔을 때 그는 부여에 가서 락화암을 구경했다. 락화암은 옛도읍지인 부여의 북쪽을 에워싼 부소산 북쪽 낭떠러지에 있었는데 그 아래로 백마강이 흐르고 있었다. 7백년 백제왕조가 무너지던 날 3천궁녀가 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몸을 던졌다는 락화암에서 그는 나라와 운명을 같이한 3천 궁녀의 충절에 머리가 깊이 숙여졌다.

락화암을 다녀와서 그는 회사 직원들에게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한 백제의 3천 궁녀들처럼 회사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회사 사무실마다에 3천 궁녀들을 련상케하는 락화암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걸도록 했다. 락화암에서 배운 《꿈꾸는 백마강》 노래는 당연히 그의 18번이 되었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락화암 그늘아래 울어나보자 ……》

력사의 흥망성쇄와 더불어 락화처럼 떨어져 강물에 실려간 3천궁녀의 넋을 기리는 이 노래를 그는 평소에는 깊은 사색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은채 진지하게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면 력사에 조예가 깊고 또 애잔한 정서를 가진 학자를 방불케했다. 그러나 회사가 파산을 선고하던 날 그는 홀로 사무실에 남아서 술병나발을 불면서 장밤 이 노래를 미친듯이 불렀다. 그 때의 모습은 단발마적인 괴성을 지르는 짐승같은 몰골이였다.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던 직원들은 자기가 챙길 것은 다 챙겨가지고 죄다 떠나갔다. 그의 손을 거쳐간 녀자들중 그래도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게 했던 비서실장 최양도 허리를 깊이 굽혀 작별인사를 드리고는 말없이 그의 곁을 떠나갔다. 그마저 떠나가자 그는 사무실의 컴퓨터며 전화며 팩스 등 사무용품들을 죄다 방바닥에 메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뽑았다.

《백제의 의자왕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못하고 욕되게 포로가 되었지만 그를 모시던 3천 궁녀들은 그래도 충절을 지켜 백마강에 락엽처럼 떨어졌다. 언젠가는 회사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던 너들이 아니냐. 기른 개보다도 못한 년놈들아!》

그와 운명을 같이 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을 씹으면서 그는 생의 허무와 인간의 잔인함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락화암이 력사의 흥망성쇄와 3천 궁녀들의 충절의 상징으로 솟아있다면 이제 그가 생을 마감하게 될 고속도로는 그의 생애의 마지막장에 어떤 종지부로 남을까? 파산으로 이미 예고된 죽음, 아니면 스스로 무덤을 판 자의 종말, 그렇지 않으면 일루의 희망마저 포기한 비겁한 자의 최후?

죽어도 훌륭히 죽어야 하지만 그런 죽음을 가질수 없는 것이 그의 마지막 한이였다. 이딸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는《훌륭한 죽음은 전 생애의 명예가 된다》고 했다. 전 생애의 명예가 될만한 훌륭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세상에 수없이 많고 많지만 그는 그래도 그중에서 론개의 죽음을 첫손에 꼽았다. 락화암에서 몸을 던진 3천 궁녀의 충절을 위한 죽음보다 자기 나라를 침략한 원쑤인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함께 깊은 물에 떨어진 론개의 죽음은 더 비장하고 장렬한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한국에 갔을 때 그는 진주에도 들렸었다. 진주의 옛성인 진주성을 감돌아 흐르는 남강에 촉석루가 있다. 도요또미 히데요시의(豊臣秀吉) 조선반도 침공 1592년. 삼대 격전지의 하나인 진주성 공략에 위훈을 떨친 왜장 게다니 무라 (毛谷村)의 승전을 축하하는 주연이 남강가의 촉석루에서 벌어졌는데 주연이 무르익어 가자 기생인 론개가 촉석루밑 남강가에 절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우로 게다니 무라를 유인해 가서 목을 끌어안고 깊은 강물에 떨어졌다. 한낱 기생인 론개의 놀라운 소행에 일본 군사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한다.

천추에 길이 전해질 론개의 훌륭한 죽음을 떠올리고 나니 자기가 택한 죽음은 사람들에게 비겁한 자살로 인정받을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비참해졌다. 혼자 비겁한 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였다. 사실 그와 함께 죽어야 할 사람이 하나 있었다. 북경 모 은행의 지점장으로 있던 자인데 그의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간 장본인이다. 빌딩을 짓는데 드는 자금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그자한테 뭐나 다 해줬다. 돈은 물론 녀자까지. 물욕과 색욕이 강한 그자의 욕심을 채워주려고 저금구자를 따로 앉히고 돈을 수없어 부어넣었고 여러개 호텔에 호화스런 방을 몇 개 맡아두고 열심히 녀자들을 알선해 주었다. 그 자가 한족 녀자는 신물이 났다고 해서 주로 조선족 녀자들을 알선해 주었는데 그 중에는 유흥업소에 나가는 아가씨들도 있었고 조금은 알려진 연예인도 있었다. 나중엔 신선한 감각을 주는 녀대생을 요구하자 거금을 써가며 녀대생을 설득시켜 그자의 방에 밀어넣기도 했다. 말하자면 사업에 필요한 돈을 얻어쓰기 위하여 비루하기 짝이 없는 《뚜쟁이》노릇까지 한셈이다. 안해의 말대로 그는 돈이라면 덫에라고 몸을 던질 사람이였다. 그 대가로 얻어낸 대부금으로 빌딩을 짓기 시작했는데 빌딩 벽체가 거의 다 올라갈 무렵 생각밖에도 그자가 공금횡령, 수뢰죄로 법망에 걸려들었다. 그자의 손을 통해 나간 은행 돈을 회수하기 위하여 채 짓지못한 빌딩은 경매에 부쳐졌고 그 바람에 몇해동안 무역업과 음식업을 하면서 축적한 자금과 빌려쓴 사채까지 도합 천여만원이 그냥 날아나버렸다. 빌딩이 완공되고 운행에 들어갈 때까지 사정봐달라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어야만 했다. 생각같아서는 그자의 목을 끌어안고 함께 고속도로에 뛰여내리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한것은 그자가 이미 철장에 갇힌 몸이였으니까. 그자는 가야할 길을 이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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