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凤海
2019-04-30 17:33:36 출처:cri
편집:林凤海

그윽한 봄향기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며 대지를 꽁꽁 얼구던 동장군은 봄아씨의 포근한 손길에 주눅이 들더니 차츰 꽃샘 추위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두터운 옷으로 꽁꽁 몸을 감싸던 사람들의 옷차림도 차츰 화사하고 예쁘고 엷게 단장되며 가슴을 펴고 마음껏 봄을 즐기고 있다. 아지랑이 피여오르는 대지는 힘찬 기지개를 켜며 만물을 소생시킨다. 약동하는 봄, 만물이 즐기는 활기찬 새 봄이 왔다.

봄이 오니 집집마다 꽁꽁 봉하고 크게 열지 않던 창문도 활짝 열어젖히고 말끔히 닦으며 집 구석구석까지 먼지를 털어내고 겨우내 입던 옷들도 알뜰히 정리해 옷장에 넣어 두고 봄 옷들을 꺼내 놓는다. 새 봄을 맞아 새로운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어한다. 강산이 울긋불긋 새롭게 단장되 듯 집도 새롭고 청신하게 꾸려져 상쾌한 새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창문을 열면 상쾌하고 향긋한 봄 내음에 눈이 즐겁고 기분이 상쾌하다. 길에 나서니 가로수의 복숭아꽃도 어느새 연분홍 꽃이 활짝 피여 봄향기를 그윽하게 풍기고 끼룩끼룩 줄쳐가는 기러기 소리도 정답게 들린다. 강물도 출렁출렁 소리내 흐르고 강가의 실실이 드리운 수양버들도 푸름푸름 연두색으로 물들어 봄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춘다. 산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여 이쁨을 자랑하고 들에는 달래, 냉이, 민들레 등 봄나물들이 돋아나 우리의 식탁에는 어느새 봄나물이 올라 식욕을 돋구어 건강을 챙긴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이 부푸는 흥겨운 봄인가?
봄이 오니 어쩐지 이전에 농촌에서 땀흘리며 일하던 생각이 눈앞에서 알른거린다. 일년지계는 봄에 있다고 이맘때면 농촌에선 농사차비가 한창이다. 방풍장을 세우고 비닐 온상을 만들고 벼씨를 소독해 싹틔우고 모상판에 싹틔운 벼씨를 뿌려서 자래우고 논밭을 갈아 번지고 물을 대여 걸기를 놓고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다.
지금은 대부분 기계로 걸기를 놓고 기계로 모를 꽃고 기음도 농약으로 대체하고 가을도 콤파인으로 하다보니 농민들이 혼자서도 수십쌍의 농사를 지을수 있다 한다. 그러나 이전엔 이밥이 뼈밥이라 했다. 모내기 철이면 신 새벽에 논밭으로 나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는데 해뜨기 전이라 얼음이 설렁거리는 논밭에서 장화도 없이 논밭에 들어설 때면 참으로 죽을 맛이였다. 물에 잠긴 발은 시리긴 해도 트지 않았으나 물우에서 흙물 세레에 춤추는 손과 종아리는 바람에 터서 쩍쩍 갈라지며 피가 솟구치고 어떤 사람은 손목에 종기까지 생겨 참으로 고생이 막심했다.
고양이 손도 빌어 쓴다는 모내기 철엔 제일 바쁜 철이기도 하지만 공수를 제일 많이 벌수 있는 철이기도 하다. 이전엔 모내기가 거의 한달씩이나 걸렸는데 여성들은 생리기간에도 집에서 쉬지 못하고 극복하며 모내기에 참가했고 연세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어지간한 병자도 모내기 철엔 논밭에 나가 벼모를 뜨기도 하고 나르기도 했다. 참으로 부지갱이도 뛰여다닌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말이 아닌가 싶다.
그때면 학교에서도 십여일씩 모내기 방학을 하고 각 기관에서도 나와 모내기를 도와 주었다. 일욕심이 많고 솜씨가 잰 나는 이른봄 논코를 뱆거나 나래를 뱆아도 남보다 곱절 잘했고 모내기도 항상 코치였다. 그런데 맥이 드는 한전 기음은 항상 꼴찌였다. 남들은 호미를 가로세로 척척 당기며 기운스레 기음을 매는데 나는 얼마 매지 못하고 땀만 빨빨 흘리며 목이 마르고 숨이 차고 기진 맥진하여 호미가 땅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당길 맥이 없었다.
하여 나는 공수를 많이 올릴수 있는 모내기철이 싫지 않았다. 모를 꽂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면 허리가 끊어지는것 같아 허리를 꼬부리고 맥이 없어 논두렁을 겨우 디디며 힘겹게 집에 돌아갔다. 그리곤 터서 피터지는 손과 발을 비누로 더운 물에 싹싹 씻어야 했는데 씻을 때 너무 아려 울면서 씻고 호호 불면서 조개약을 바르고 불을 쪼였다. 신고스레  밤을 자고 이틑날이면 그래도 기운이 솟았고 흥겹게 모를 꽂을수 있었다.
그 시절엔 농촌에 처녀 총각들이 많고 젊은이들이 많아 노래소리가 논판에 울려 퍼졌고 즐거움이 많아 모를 꽂으며 경쟁하고 서로 시합도 하다보니 힘드는줄 몰랐다. 얼굴에 묻은 흙물을 보고도 웃고 속이 아파 방귀를 뀌여도 논판이 떠나갈듯 웃으며 일하다보니 항상 논판이 청춘의 정열이 끓어 넘치고 흥성흥성 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엘리베이터가 있는 높은 층집에서 향수를 누리며 마음껏 봄을 감상하고 여유롭게 봄의 향기를 맡으며 봄의 아름다움을 즐기지만 생기 넘치던 그때의 소박하고 힘겨웁던 청춘의 봄이,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 그 시절의 봄이 그립기도 하다.
 
훈춘시 채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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