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왕절 경축)
단절(端節):
수이족은 단절을 차단(借端)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빌릴 차는 수이어로 먹다는 뜻을 가진다. 단을 먹다는 뜻의 단절은 귀주성(貴州省) 삼도수(三都水)이족자치현과 도균(都均), 독산(獨山), 여파 등지의 수이족들이 성대하게 쇠는 명절이다. 음력 9월이면 이들은 함께 모여 송구영신의 명절을 맞이하고 이때는 풍작도 함께 경축하는데 한족의 음력설과 맞먹는다.
수이족은 자신의 고향을 “봉황의 깃털처럼 아름다운”고장이라고 비유한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수이족의 삼형제가 큰 홍수에 떠내려가 삼동(三洞)지역에 이르렀다. 이들은 가난과 기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갈라져 각자 한곳씩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부지런함과 지혜로 새로운 생활을 개척해 나가기로 했다. 수이역법으로 정월 즉 음력 9월에 세 형제는 눈물을 흘리면서 작별을 했다. 그후 1년간 세 형제는 각자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고 가을에 대풍을 맞이하여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후에 수이족은 초해(初亥), 쌍해(雙亥), 삼기(三棄)의 순서대로 설을 쇠었는데 이는 음력 8월 하순에서 10월 상순까지의 기간이며 그중 해일(亥日)이 되면 설을 쇠는 마을들이 있었다.
그믐날이 되면 각 마을들에서는 구리북을 치면서 송구영신의 “차단”절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명절기간 집집마다 명절음식을 준비하여 친척친우들을 대접하며 때로는 생면부지의 손님들에게도 음식을 내준다. 이들은 햇쌀로 밥을 짓고 자체로 빚은 술을 즐겁게 마시면서 민족 최대의 명절을 경축한다. 이때면 어린이들은 여러 집들에 가서는 손을 내밀고 “주세요, 주세요”라고 말하며 이들중 사탕이나 과일, 육포 등을 제일 많이 받은 어린이가 이후 제일 건강하고 행복하며 재능이 있다고 여긴다. 처녀들은 화려한 설빔을 입고 장신구들을 착용하며 신난 총각들과 함께 모여 악기를 연주하고 춤과 노래로 즐긴다. 이날에는 경마와 투우도 진행된다. 밤이 되면 수이족들은 우등불주위에 모여 앉아 명절의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묘절(卯節):
수이족의 또 다른 중요한 전통명절인 묘절은 주로 여파현과 삼도현 9진(九鎭)지역의 수이족들이 쇠는 명절이다. 그 날자는 모내기가 끝난 후이며 수이역법으로 9,10월의 묘일이다. 그중에서도 신묘일(辛卯日)이 제일 길한 날이다.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명절 옷차림을 하고 “묘장(卯場)” 즉 모임터에 가서 노래를 하는데 이는 묘절을 노래절이라고 부르는 원인이다. 청년남녀들은 서로 노래를 불러 마음에 드는 대상을 고르기도 한다. “묘절”과 관련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신선남녀가 있었는데 남자신선은 아랍(阿臘), 여자신선은 아향(阿向)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로 사모하다가 부부의 연을 맺었고 그후 행복한 생활을 했으며 부부는 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후에 이 부부가 이곳에서 쫓겨나게 되었는데 이곳을 영원히 떠나지 않으려고 결심한 이들은 아랍이 정랍파(正臘坡,산비탈)로 변하고 아향은 요향정(要向井,우물)으로 변했다. 이때부터 정랍파에는 숲이 우거졌고 요향정의 물은 쉬임없이 솟아났으며 주변의 곡식들이 특별히 잘 자랐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 선량한 부부를 기념하기 위해 길한 날자를 선택해 노래와 춤으로 경축했으며 이 풍속이 세세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소녕희절(小寧喜節):
수이족 민간의 전통명절로 음력 12월 축일(丑日)에 쇤다. 명절날이 되면 마을의 어린이들이 떼를 지어 집집마다 다니면서 장수와 행복을 상징하는 찹쌀밥과 계란, 육포 등을 요구한다. 이들이 오면 집집마다 환대를 하여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날이면 또 집집마다 종이로 사람인형을 만들고 제사상의 모서리에 참대가지로 만든 수염을 붙여놓는다. 이 명절에는 여성을 특별히 존대하며 여성들이 평안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기를 바란다. 하여 일부 사람들은 이 명절을 수이족의 여성아동절이라고 부르며 삼도현 화용향(和勇鄕)의 수이족은 이를 설날로 쇠기도 한다.
경하절(敬霞節):
“하(霞)”는 수이어로 “물의 신”이라는 뜻이며 경하는 “배하(拜霞)”라고도 하는데 그 뜻을 풀이해보면 물의 신을 경배한다는 것이다. 경하절은 혈연으로 묶어진 가정을 단위로 하여 여러 마을들에서 연합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원시종교활동에서 기원했다. 주로는 삼도현 일부지역 및 이웃한 지역들에서 이 명절은 쇤다. 경하절은 해마다 쇠는 것이 아니라 2년이나 6년, 12년 등 부동한 주기로 된다. 그 구체적인 날자는 “수이서”에 따라 추산한다. 이 명절의 주요한 내용을 보면 제주(祭酒)를 제단에 놓으며 하늘에 제를 지내고 비를 내려줄것을 기도한다. 이어서 여러 종족의 두령이 쌀과 술을 지정한 곳에 가지고 가서 물의 신을 대표하는 “하석(霞石)”에 뿌리며 다시 이를 거두어 신비한 곳에 숨겨준다. 수이족은 이런 제사행위를 해야만 그해의 절기가 알맞고 빗물이 충분하며 농사에서 풍작을 거둔다고 여겼다.
액절(額節):
여파현의 덕문(德門), 전조(田早), 태길(太吉), 수경(水慶) 등지에 살고 있는 수이족들의 전통명절이다. 그 시간은 수이역법의 정월 유해일(酉亥日)이며 조상제를 지내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제물로는 물고기를 상등품으로 치며 그 외에 찹쌀밥, 농주와 호박 등을 제물로 올린다. 이전에는 경마, 구리북연주 등 오락행사들이 있었으며 그 내용과 방식에 있어서는 단절과 비슷하다.
제룡담(祭龍潭):
제룡담은 3월의 첫번째 뱀의 날에 쇠는 수이족의 명절이다. 이날이 되면 마을마다 제단을 만들고 돼지나 소, 양을 잡아 제사를 지내어 기후가 농사에 알맞고 가축이 많이 늘어나고 풍수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명절날이면 남녀노소가 명절의 옷차림을 한다. 젊은이들은 춤과 노래를 즐기는데 어떤 젊은이들은 산에 가서 사냥을 하고 어떤 이는 노래 대창을 하며 명절은 3일간 된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큰 가뭄이 들어 강하천이 모두 말라버렸고 인류는 사멸의 위험에 처했다. 이때 도선(桃仙)이라는 청년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용궁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용왕이 도선의 정성에 감동되어 인류를 구해주겠노라고 대답했다. 이때부터 산의 동굴에서 맑은 샘물이 흘러 나왔고 사람들은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후에 사람들은 도선과 용왕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매년 3월의 첫번째 뱀의 날을 “제룡담” 명절로 정했으며 이 풍속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