韩昌松
2020-03-24 17:15:40 출처:cri
편집:韩昌松

[오피니언]소확행 그리고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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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두달간 꼼짝 못하고 집과 회사 사이를 쳇바퀴 돌듯 지루한 생활을 해가고 심신이 점점 지쳐간다.

마음대로 나다닐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속터지는 일인지 통감한다. 꽃피는 봄이 와도 이 세계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난리통이다.

큰 이유없이 짜증이 나고 어떤 때는 버럭 화가 난다. 스트레스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차를 몰고 나섰다. 북경의 제5순환도로를 완주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려는 이른바 비상시기 “소확행”을 실현해보려는 것이다. 차에 기름도 충분히 넣었고 마실 물도 준비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했다. 시간은 오후 5시 20분, 맑은 날씨, 주행거리 100킬로미터, 주행시간 1시간 20분에서 30분 정도, 일부러 러시아워로 정했다. 이 도시가 얼마만큼 생기를 회복했는지를 느껴볼 생각이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는 영화 “기생충”의 대사를 슬며시 떠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순환도로의 서부구간에 오른다. 길은 마음마저 상쾌할 정도로 저 끝까지 쭉 뻗어 있다. 차량들은 모두 신나게 달린다. 이들도 스트레스를 푸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제한 최고속도 시속 100킬로미터로 앞으로 앞으로 달린다.

일단 준고속인 5환에 들어서면 룰을 잘 지켜야 한다. 규정속도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다른 차량을 방애해서도 안된다. 추월차선을 오래 차지해도 비매너다.

요즘은 “동주공제”란 말이 너무 많이 들린다. 이 길에서 달리는 차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가. 모두 함께 룰을 지키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차량이 규정을 다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월차선에서 “뚝심”있게 느린 속도로 가는 차량도 있고 운행제한규정을 위반하고 5환을 달리는 대형트럭도 간혹 보인다. 흐름을 방애하는 요소다. 며칠전 외국에 다녀온 후 여행력을 속여서 한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코로나확진자가 생각난다.

평시보다 차량이 적고 통행은 원활한 셈이다. 어느새 남부구간으로 들어선다. 한참을 가니 천진, 하북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표지판을 보니 천진에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예쁜 집에서 살고 있는 친구는 잘 있겠지? 그 딸애가 미국에서 유학을 한다 했는데 괜찮겠지? 이 사태가 끝나면 한번 찾아가야겠다. 사실은 차로 두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은 차일피일, 1년 2년 미루어졌다. 이번에는 꼭 실행해 보리라.

갑자기 차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면서 속도를 줄여 서행을 시작한다. 앞쪽에 차량 두대가 서있고 운전자들이 손짓발짓을 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급브레이크를 밟은 차량을 뒷쪽에서 추돌한 모양이다.

브레이크는 차량에만 있는게 아니다. 코로나로 세계경제가 급속히 얼어붙는 느낌이다. 주식 시장의 브레이크가 요즘은 자주 작동된다. 서킷 브레이크, 사이드카 등 급속한 주가추락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너무 자주 발동된다. 경제의 불황을 예시하는 서막은 아닐지 근심이 된다.

동부5환은 생각대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길은 제한되어 있고 차량은 많고 그 와중에 변칙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북경의 경제는 동부쏠림현상이 두드러지다. 사람이 많고 회사가 많고 마천루도 즐비하다. 그럴수록 사람은 더 몰리고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져 간다. 일종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상태라 할가. 그런 현상은 도처에서 나타난다. 지금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마스크 공급이 그러하고 의료시설과 장비부족현상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유비무환이면 좋겠지만 중대 변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조바심을 내도 하등의 소용이 없다. 차량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분명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북5환은 좀 나은편이다. 그래도 시속 30정도는 된다. 다만 순환선밖으로 나가는 갈림길이 있는 경우에는 막힌다. 특히 북경 최대, 어떤 이는 아시아 최대의 아파트단지가 있다고 하는 북쪽으로 나가는 길엔 차량의 행열이 길게 이어져 있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지체되는 안타깝고 짜증나는 현실 앞에서 앞쪽까지 가서 새치기를 하는 얌체족들이 차의 흐름을 더욱 더디게 한다.

이럴 때면 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나 생각해본다. 출퇴근시간만 세시간 이상, 회사 도착하면 기진맥진, 몇시간 후면 또 다시 퇴근길에서 반복되는 가다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기진맥진, 많은 출근족들의 일상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코로나사태는 재택근무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프로그램 몇개만 설치하면 회사에서 주로 컴퓨터로 일하는 직종일 경우에는 재택근무가 완전 가능해졌다. 일종의 사회자원절감효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재택근무자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면 교통체증도 한층 줄어들텐데,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가격도 좀 잡히지 않을가 하는 노파심은 나이 때문일가.

차는 북5환을 지나 다시 서5환으로 접어든다. 오늘 주행의 마무리단계다. 귀가본능이 발동하면서 액셀에 힘을 싣다가 아차 한다. 가장 방심할 수 있는 마무리단계에 늘 새로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잔불 끄기가 중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무리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관건이다. 코로나와의 전쟁 역시 그러하다.

저녁 7시, 제5순환도로의 완주는 끝났다. 계획보다 10분정도 더 걸렸지만 이 정도는 양호한 셈이다. 계획에는 언제나 변수가 동반되니깐. 오늘의 소확행은 나름의 수확이 있다. 이 도시는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고 평범한 일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애마야 수고했다. 다음은 제6순환도로를 신나게 달려보자.    

<출처: 조선어부 논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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