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중 촉한(蜀漢)의 수도로 널리 알려진 사천(四川:Sichuan, 쓰촨)성 성도(成都: Chengdu, 청두)에 가면 유비나 제갈량의 삼국의 역사 발자취 외 반드시 가봐야 할 명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중국을 상징하는 국보인 판다의 사육기지이고 다른 하나는 2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수리관개 시설 도강언(都江堰: Dujiangyan, 두장옌)이다.
오늘 필자가 소개할 곳은 바로 인류 문명사의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도강언'이다.
도강언은 2000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중국 당대 유명한 작가이자 학자인 위치우위(余秋雨:1946—)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공사는 만리장성이 아니라 도강언"이라고 치켜세웠다. 전체적인 규모나 투자에서는 장성과 비교할 수 없지만 기나긴 역사의 장하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도 일대의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이 지역을 부유의 땅인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만든 업적을 높이 평가해 한 말이라 생각된다.
도강언은 사천성 도강언시에 만들어진 수리 관개시설로 2000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도강언은 진(秦)나라의 촉군(蜀郡) 태수 이빙(李冰)과 그의 아들 이이랑(李二郞)이 기원전 256~251년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댐이 아닌 수로 개척의 방식을 도입해 설계한 수리관개 시설이다.
민강은 물살이 심해 도강언 건설 이전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했다.
이빙 부자는 성도 평원의 주류인 민강(岷江)을 여러 개로 나누어 하천의 흐름을 분산시켰다. 우선 민강을 어취(魚嘴)라는 제방을 통해 주류인 외강(外江)과 지류인 내강(內江)으로 가른 뒤 내강에서는 보병구(寶甁口)라는 수로를 만들어 주변 지역의 농업 용수 공급에 사용했고, 외강으로 연결되는 비사언(飛沙堰)이라는 둑을 추가 설치함으로써 홍수가 나서 내강이 범람해도 비사언을 통해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강언은 물고기 입 모양의 어취(魚嘴)라는 제방을 통해 주류인 외강(外江)과 지류인 내강(內江)으로 갈랐다.
성도 평원은 도강언 건설 이후로 민강의 범람으로 일어나는 홍수 피해를 줄여 도민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한 나라 이후에도 역대 군주들은 도강언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수와 개량을 진행했고, 특히 삼국 시기에 이르러 촉한(蜀汉) 승상 제갈량은 도강언 보수를 위해 1천 2백명의 인력을 동원했다고 한다.
1974년 도강언에서 출토된 이빙 석상
도강언 건설로 이빙 부자는 물의 신으로 숭배 받았고 해마다 이이랑과 이빙의 탄신일인 음력 6월 24일과 6월 26일을 계기로 이들 부자의 공을 기려 건립된 이왕묘(二王庙)에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빙 부자의 업적을 기려 만들어진 이왕묘(二王庙)
비록 22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수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이 지역 농업용수 공급에서 도강언의 독특한 역할은 대체 불가하니 가히 인류 역사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사진 성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