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관광지들 중에서 명,청시기의 민가건축을 잘 보여주는 마을을 꼽을라 치면 서부의 먼터우거우(門頭溝)에 있는 촨디샤마을(爨底下村)이 단연 선두주자이다.
지난 주말, 촨디샤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전에 한 번 간 적 있었는데 그 때는 관광성수기라 마을 자체가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고 상업적인 분위기가 짙어 옛 마을의 정취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베이징도심에서 8,90킬로미터 되는 거리, 운전을 하니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입장권을 사고 다시 3킬로미터 정도 가니 초겨울을 맞은 옛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는“爨底下村”이라는 큰 표지석이 놓여 있다. 여기서 촨(爨)자는 중국인들도 알아보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획수가 많고 사용빈도가 낮은 글자인 셈이다. 부뚜막 '찬' 혹은 '천'으로 번역되며 별자리라는 해석도 있다.
마을은 들어오는 길 쪽이 트여 있는 외 주변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분지형 지형인데 그중 한 산의 밑부분 정도에 옹기종기 토황색 건물들이 모여 있고 다시 아랫부분에 좀 더 많은 민가들이 밀집해 있는 형태고 마을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요, 청룡,백호,현무,주작을 다 갖춘 형태라 한다.
이 마을이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원인은 명나라 때의 민간가옥 형태를 비교적 완정하게 보존해 왔기 때문이다. 북방 사합원(四合院)건축을 특징으로 하고 마을이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현지의 건축자재들을 충분히 활용했고 집 사이에 얼기설기 뻗은 길들이 각자의 집들을 이어주지만 유사시에 대문을 닫아 걸면 집 자체가 보루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명나라 풍격의 청나라 때 민가 70여 채가 현존한다.
그 역사 또한 길다. 명나라 때에 산시(山西)에서 베이징으로 이민을 오던 사람들 중 한씨네 삼형제가 이곳에 와서 터전을 잡았고 점차 인구가 늘어나 마을을 형성했다. 그때가 명나라 영락(永樂),정덕(正德) 때였다고 하니 어림잡아도 500년 이상 존재한 것이다.
마을은 전체가 위, 아래 마을로 구성되고 그 사이에 담벽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담벽이 500년 된 것이라 자랑스럽게 알려준다.
겨울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은 거의 없고 마을은 고즈넉하다. 관광성수기에는 한집 건너 음식점이고 여관이요, 사람들이 넘쳐나고 시끌벅적하던 곳 답지 않게 유달리 조용해서 저 멀리 지나가는 차 소리도 또렷이 들려온다. 얼마전 베이징에 내린 첫 눈이 아직도 옛 기와를 살짝 덮고 있고 일부 계단에는 눈이 다져져 있어 저도 몰래 조심하게 된다.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관제묘(關帝廟)가 있다. 이곳 사람들이 조상들에게 제를 올리고 명절에 모임을 가지고 중요한 일들을 의논하던 곳이라는 설명이 곁들여 있다. 그 마당 끝에 있는 작은 정자에 서면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고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부감할 수 있으니 마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경제 수준의 상승과 더불어 베이징 주변에는 해마다 더 많은 관광지들이 개발되고 주말이나 명절 연휴 때면 사람들이 밀려든다. 특히 옛 마을이나 옛 도시 등은 독특한 역사문화적 매력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현지인들은 관광수입을 톡톡히 올리고 있다. 시골관광이 급부상하고 숨은 진주들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관광시즌에는 주차하기 힘들고 관광객들이 줄을 서 대기한다. “베이징의 제일 아름다운 옛 마을”의 타이틀에 걸맞게 식사, 주숙도 이 마을만의 특색이 있다. 관광객이 적은 겨울, 특히 눈 내리는 날에 이 마을을 찾으면 그 매력이 배가 된다.
나의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이다.
글/사진: 김동광